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전개되면서 찍을 데가 없다는 유권자의 원성이 높다. 그래도 굳이 투표한다면 최악의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지지하지는 않지만 될만한 후보에 표를 던진다.

이처럼 유권자의 30%가 지지하는 후보보다 될만한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있다. 그만큼 선거에서 사표 심리가 크게 작동한다는 뜻이다.

사표(死票)란? 일반적으로 ‘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를 의미한다. 하지만 설사 당선이 됐어도 기대를 저버린 경우, 사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투표한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 “당선되고 나서 그럴 줄 정말 몰랐다” 등 표를 준 데 대한 후회와 원망이 생긴다면 말이다.

반대의 경우는 또 어떨까? 내가 투표한 후보는 낙선했지만, 당선자에게 내가 지지한 후보의 정책이 받아들여진 경우. 내 표는 사표일까 아닐까?

이 경우는 사표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당선된 후보가 만약 100% 지지로 당선됐다면 상대 후보의 정책을 가져올 이유가 없었을 터. 그래서 낙선한 1%도 유의미한 정책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표란? 단순히 지지 후보의 당락이 아니라 내가 행사한 투표가 정치 변화에 기여했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보아야 옳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정책은 실종되고, 거대 양당의 전횡이 극에 달한 선거에서 당장 당선되진 않더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한 표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투표에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더는 사표가 아니다.

그래도 반드시 떨어트려야 할 후보가 있다면, 사실 군소 후보에 투표하는 게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대선에 출마한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김재연 진보당 후보.
가령 노동자를 위해 일할 사람은 진보당 김재연이지만, 국민의힘 윤석열이 되면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주당 이재명을 찍는 경우.

그런 유권자라면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 보자.

김재연 후보의 득표목표는 1%인 30만 표다. 그런데 역대 대선에서 1% 차 당선은 없었으며, 제3의 후보가 당락을 결정한 예도 드물다.

실제 제3의 후보가 당락에 영향을 준 예는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28%)과 김대중(27%)으로 표가 갈려 어부지리로 당선된 노태우(37%)가 유일하다. 사실 이때 김대중 후보를 제3의 후보라고 보기 힘들다.

결국 1%로 당락이 결정될 리 없다는 소리다. 오히려 김재연 후보가 1%를 득표할 만큼 대선판에 개혁 바람이 분다면 이재명 후보는 더 큰 표 차로 당선될 게 뻔하다.

선거가 단순히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진보적인 여론이 형성되느냐 아니면 보수적인 주장이 먹히느냐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효순이‧미선이 촛불’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형성한 진보 담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대선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다. 만약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유권자라면 자신의 꿈을 알아주는 후보에게 당당히 투표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5년 동안 당신의 꿈을 키울 수 있다. 이것이 사표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