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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미국이 분유 대란을 겪는 진짜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25 11:20
  • 수정일
    2022/06/25 11: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0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카멜의 한 식료품점 선반에 아기 분유가 듬성듬성 진열돼 있다. 글로벌 공급난과 분유 업체 애버트의 리콜 사태로 빚어진 분유 대란에 미국 전역의 부모들은 분유 구매에 애를 먹고 있다. 2022.05.11.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미국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분유 대란으로부터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밝혔듯 앞으로 몇 달은 더 지나야 이번 사태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5월부터 외국에서 분유를 들여오는 데 군 수송기가 동원되기도 하고 다급한 부모들은 국경을 넘어 멕시코까지 가서 분유를 사오고 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부모들, 특히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부모들은 거의 속수무책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게 됐는지 살펴보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How Corporate Food Monopolies Caused the Baby Formula Scandal

미국에서 신생아를 키우기 어려운 시기이다.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린이집이 비싸고 예방접종을 받기에 너무 어린 아기들은 여전히 코로나 위협에 노출돼 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분유가 부족했다.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흔들리고 운송이 지연되면서 분유 대란이 시작됐다. 그러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애보트연구소에서 생산한 여러 주요 브랜드의 분유에서 위험한 박테리아를 검출되는 등 충격적인 위생상태가 적발됐다.  애보트연구소의 주요 생산시설인 미시간 공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이후 미시간 공장 생산이 재개됐으나 폭우로 다시 가동을 멈췄다.

부모에게 자녀를 부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자녀가 가장 취약한 단계인 신생아일 때는 더욱 그렇다.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어 아이들이 신생아였을 때 분유에 의존했다. 한번은 동네 가게에 내가 신뢰하고 아이가 익숙해진 브랜드가 떨어져 멀리 차를 몰고가 분유를 구해온 기억이 난다. 이것은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준 경험이었다. 지금 수백만 부모들이 마트의 텅 빈 분유 선반을 볼 때 느낄 스트레스보다 훨씬 가벼웠겠지만 말이다.

분유 대란은 가격 인상을 가져왔고(자본주의 만세!) 경제적, 지리적, 의료적인 요인으로 인해 분유 의존율이 높은 흑인과 히스패닉 부모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비싼 분유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동네에 다양한 분유가 없으며, 분유를 찾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없는 저소득 유색인종 부모의 타격도 상대적으로 크다.

그런데 분유 대란이 발생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그것은 세계 자본주의와 그것이 낳은 식량 및 식료품 독점 때문이다. 재고가 가득차면 매장 선반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수많은 유아용 분유 제품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애보트와 미드 존슨이라는 단 2개의 회사가 몇 안 되는 공장에서 분유제품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세 번째 회사인 네슬레는 약 12%를 생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보트의 미시간 공장 하나가 문을 닫으면 미국 전체의 분유 수급에 굉장한 차질이 빚어진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데에는 미국 정부의 몫도 크다. 미국 정부는 여성, 유아 및 아동 프로그램(WIC)에 필요한 분유의 전량을 애보트에서만 구매한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게 바로 이런 거다. 그 바구니 하나가 깨지면 계란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기 분유만 이런 게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단 3개의 회사가 모든 유아식 제품의 81.7%를 생산한다. 4개의 회사가 참치 통조림의 85.4%, 3개의 회사가 초콜릿의 80.3%, 3개의 회사가 파스타 제품의 78.5%를 생산한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이 식료품 공급업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했다. 이에 대응해 제조업체는 절도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감량 인플레이션’을 감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을 속이기 위해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제품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생산 비용이 늘어나서가 아니다. 대형 식품업체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식품정책 분석가들이 독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2000)의 저자 반다나 시바와 ‘식량전쟁: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세계’(2007)의 저자 라지 파텔은 세계적인 대형 식품회사의 수익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농부들의 곤경과 연결시켰고, 비용을 낮추고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끊임없는 기업의 노력으로 식품 공급망이 점점 통합되면서 작은 차질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두 저자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글로벌 운송시스템에 의존하는 세계 식품 공급망이 어리석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보트의 미시간 공장을 재개 2주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만든 대홍수도 우리가 지구 대기로 내뿜은 이산화탄소 때문에 발생했다.

‘팜액션’이나 ‘푸드 앤드 워터 워치’와 같은 단체들도 수년 간 식료품 독점에 대해 경고해 왔다. 팜액션은 2020년 말 보고서 ‘식품 시스템: 집중과 그 영향’에서 점점 커지는 식료품 회사들의 독점력에 주목하며 몇몇 회사가 식품 생산의 거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면서 이뤄지는 소유와 자산 및 권력의 집중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푸드 앤드 워터 워치도 일 년 전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 가는 로드맵’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에 식량 위기가 곧 닥칠 수 있다면서 독점을 무너뜨려야 역설했다. 푸드 앤드 워터 워치는 미국 연방 정부가 기업형 농장의 확장을 금지하고 식품 기업의 합병을 일시 중단시키며 지속가능한 소규모의 유기농 농업 시스템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먹이사실의 한쪽 끝에는 굶주리는 농부들이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아기를 포함해 굶주리는 가족들이 있다. 그 중심에는 계속 살찌는 애보트나 카길과 같은 거대 기업 몇몇이 있다. 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대부분의 경제 문제들이 그렇듯 해결책은 찾기도, 실행하기도 쉽다. 그렇게 하겠다는 정치적인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바이든 정권은 문제와 해결책 모두를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정육업계에 대한 2022년 1월 팩트시트에서 ‘더 공정하고 경쟁력 있으며, 안정적인 육뮤 및 가금류 공급망’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4개 대형 육류가공회사가 소고기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는 등의 문제를 인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합병 방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경쟁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 사항’ 등을 올릴 수 있는 포털만 발표했다.

미국 정부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2022년 식품 및 농업 관련 기업 합병 모라토리엄 및 독점 금지 검토법’을 발의한 하원의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법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거니와, 통과된다 하더라도 문제다. 그동안 아기들에게 분유를 먹이는 부모들은 어찌 해야 하는가? 분유를 집에서 만들 수도 없고, 더 오래 쓰기 위해 분유를 희석할 수도 없다.

10개월 된 딸을 둔 로라 스튜어트는 AP통신에 구할 수 있는 브랜드의 분유를 아기에게 먹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얘기했다. “우리 딸은 원래 불만없이 순한 아기였는데 요즘 더 많이 토하고 짜증이 크게 늘었다. 예전의 분유를 먹을 때에는 멀쩡했던 아기였다.”

식품 독점 기업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아기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정부는 그들을 와해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과연 취할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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