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향후 5년 긴축 전환, 신문들 ‘긴축’ 또는 ‘건전’
보수신문 환영 기조 가운데 한겨레 등 ‘재정건전 집착’ 지적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간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죄기로 했다. 강력한 긴축 재정 기조를 내놓은 것인데, 보수신문들은 이를 ‘돈잔치 끝’ ‘허리띠 죄기’로 표현한 반면 일부 신문은 고물가 상황에서 현실성과 민생에 대한 타격을 우려했다.

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새 정부 재정 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당장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을 짤 때부터 GDP 때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향후 5년 간 국가채무비율 증가폭을 5%포인트로 통제하기로 했다. 신문들은 문재인 정부 5년 간 국가채무비율은 14%포인트 들었다고 했다.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또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쓰던 통합재정수지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지표로 쓰겠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매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4대 보장성기금을 뺀 지표다.

해외 정부와 국제기구에선 통합재정수지를 쓰지만 한국 기재부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관리재정수지를 만들어 써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재정수지 기준을 통합재정수지로 변경했는데, 이를 다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8일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8일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8일 경향신문 1면
▲8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올해 예산에 문재인 정부 재정준칙을 적용할 경우 약 3조~4조원의 지출 축소가 필요한 반면, 윤석열 정부 재정준칙을 적용하면 총지출을 43~50조원가량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민간보조사업 원점 재검토,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을 계획으로 내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84만5000개로 확대된 노인 일자리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지향형으로 개편하고, 그 외의 직접 일자리는 축소할 계획”이라며 “공무원 정권과 월급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만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이 제목에 ‘허리띠 졸라매기’라는 표현을 썼다. 이들 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이번 재정 기조를 긍정적인 어조로 전하거나 평했다.

▲8일 세계일보 3면
▲8일 세계일보 3면
▲8일 경향신문 6면
▲8일 경향신문 6면
▲8일 동아일보 1면
▲8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에 “허리띠 졸라매는 정부”라는 제목을 쓰고 “문재인 정부에서 전례 없이 빠르게 늘어난 국가부채와 정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복잡하고 느슨한 재정준칙을 강화해 단순하면서도 엄격하게 개편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에 “나라살림 허리띠 죄기”라는 표현을 쓰고 윤 대통령의 “정부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등 발언을 중심으로 기사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나아가 “코로나19 이전 재정수지 추이를 보면 새 정부가 제시한 관리재정수지 3% 적자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은 “2019년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2.8%에 그쳤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8%로 급등한 후 줄곧 4~5%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리재정수지가 3%를 넘은 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최근이라고 했다.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나아가 1면 머리에 “돈잔치 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2020년부터 매년 100조원 정도씩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새 정부는 절반으로라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타격을 먼저 받는 사회적 약자 지원도 강화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취약계층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서 조성된 자금으로 더 두껍게 지원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다.

세계일보는 “최근 5년간 국가채부가 400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국가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생긴 점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정책 기조를 180도 전환한 배경”이라고 평했다.

세계일보는 그러면서도 “고물가 등 복합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조세 감면이 예고된 만큼 향후 복지 분야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이번 재정 기조의 현실성을 따지거나 민생과 동떨어진 나라살림이 되리라고 예견한 신문은 일부였다.

한겨레는 목표가 비현실적이며 재정 역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결과라는 우려를 내놨다. 한겨레는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계획이나 세입 확충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규모 지출 축소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제시한 셈인데 어떤 예산을 희생시킬지 정부는 구체적인 발언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보조사업 원점 재검토, 불요불급한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 작은 계획만 공개됐을 뿐, 국정과제 소요 재원인 209조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령화에 대응할 묘안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8일 한겨레 1면
▲8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재정수지를 좋게 하려면 지출을 줄여 재정 역할을 축소하거나 국민 세부담을 늘려 조세수입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정부 계획대로) 재정수지 비율을 법률로 고정시키면 발을 신발에 맞추는 비민주적 재정 운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지적을 전했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 탓에 추가 복지확충이 없어도 2027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50%대 중반”이라며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 교수의 말도 전했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국가 재정 역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했다. 한겨레는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의 “인플레이션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처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건전재정 기조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8일 한겨레 4면
▲8일 한겨레 4면
▲8일 한국일보 1면
▲8일 한국일보 1면

 

▲8일 경향신문 6면
▲8일 경향신문 6면

경향신문도 “사회안전망이 축소될 경우 서민 생활이 악화되고 일부 영역에서는 민영화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이번 회의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했다고 홍보했지만, 그간 관행과 달리 재계나 경영계 인사로만 구성되고 노동계나 시민사회를 배제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한국 경제, 특히 민생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재정 운용으로 사회 복지 안전망을 강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통화 정책에 이어 경기 후퇴를 방어할 재정 정책마저 긴축으로 돌아서면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