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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사퇴, 커지는 통일교 의혹…경향신문 “정권 신뢰 걸고 밝히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게 특검”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신문들 사설 “대기업·고위공직자 ‘봉쇄소송’ 남발 우려”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12.12 07:41

  • 수정 2025.12.12 07:46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인천공항 귀국길 기자회견에서 통일교로부터 금품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허위사실이라면서도 당당히 밝히기 위해 장관직을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통일교 측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게 공직자의 처신”이라며 사퇴했다. 12일 아침신문 1면엔 전 장관 사퇴 소식과 여야 정치인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두고 신문들이 추가로 취재한 내용이 실렸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전 전 장관은 “아주 강하게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며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혐의) 인정의 소지가 있을까봐 고민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더 책임 있고 당당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 장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민중기 특검에 2018~2020년 전 전 장관에게 명품 시계 2개와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들은 이번 사퇴가 이재명 정부 내각의 첫 중도 낙마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의혹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반으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하는지를 두고는 프레임이 미묘하게 갈렸다. 경향신문은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종교단체 불법 행위 연루 의혹으로 현직 장관이 낙마하고, 다른 여권 인사들 이름도 줄줄이 거론되면서 정권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통일교 파문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했다.

▲12일 경향신문 1면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에 ‘통일교 블랙홀’이란 표현을 쓰고 “여권으로 번지고 있는 통일교 연루 의혹이 내각에도 실제 타격을 입힌 가운데 정치권은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문 열린 ‘통일교 게이트’”라며 첫 문단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한목소리로 특검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신문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연루 의혹이 제기된 현직 각료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도 있다. 정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2021년 9월30일 경기 가평 천정궁 통일교 본부에서 윤영호씨와 처음 만나 차담을 가졌다”며 “당시 국회의원이나 공직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지인 대동하에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한 차례 만났다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소속인 임종성 전 의원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도 거론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임 전 의원은 경향신문 측에 “(윤 전 본부장과) 악수 정도는 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전 실장은 당 공보국을 통해 통일교 측과 접촉을 부인했다.

▲12일 한겨레 1면

국민 “전재수·임종성·김규환 금품 제공 지목…집권여당마다 접촉 정황”

국민일보는 1면 보도에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금품을 제공했다고 지목한 인물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을 우선 수사 대상에 올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이 전날 넘긴 전 장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에 대한 사건 기록에는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친명(친이재명)계와 통일교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임 전 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통일교 측과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는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 추모식 때 ‘2006년 도의원에서 낙선된 후 후쿠오카 일본 지도자 교육 때 총재님을 처음 알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했다. 임 전 의원이 2017~2025년 거의 매년 통일교 행사에 참여해왔다고도 했다.

국민일보는 정동영 장관도 지난 9년 간 7차례 통일교 행사에 참석했으며 대체로 평화 통일과 북핵 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고 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최소 65명의 민주당 전·현 의원과 기초광역단체장, 최소 70명의 국민의힘 소속 전·현 의원과 기초광역단체장이 ‘통일교와 직간접 접촉’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통일교가 집권여당과 접촉을 확대하려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전 보낸 민주당 인사는 40여명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20여명으로 줄었고, 해당 기간 국민의힘 인사는 40여명으로 배에 달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특검팀 수사보고서 분석

중앙일보는 1면에서 “통일교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 및 더불어민주당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문재인 정부 당·정·청(현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에게 접근하며 연결고리를 형성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통화 녹음 내용 등을 종합해 통일교는 민주당 인사 중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직접 접촉하며 관리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12일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에 따르면 특검팀의 수사보고서에는 “(윤 전 본부장은) 진보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감사,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과 이재명 대표의 멘토인 이종석 장관까지 연을 만들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신문은 또 정진상 전 실장과 이신혜 전 통일교 재정국장이 “(윤 전 본부장이) 보수는 권성동 의원, 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들과 연을 만들었다” 등 대화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전날 아침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1면에 이 소식을 담지 않았던 세계일보는 12일 전 장관 사퇴 소식은 사진과 함께 스트레이트 기사를 1면에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어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또 다른 여권 인사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해명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이나 공직에 있지 않을 때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단 한 번 만났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썼다.

▲12일 세계일보 1면

경향 “공소시효 고려, 특검 실익 적어” 조선 “특검 이럴 때 써야”

사설에선 이번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여권의 문제로 볼지 여부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특검 도입 주장을 둘러싼 논조 차가 두드러졌다. 경향신문은 <통일교의 ‘전방위 정치자금·로비’, 정권 신뢰 걸고 밝히라>에서 “정부·여당은 경각심을 갖고 의혹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필요할 경우 ‘읍참마속’의 결단도 마다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국민의힘은 소속 권성동 의원이 20대 대선 불법 개입 등 조직적으로 통일교와 유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의 ‘특검 도입’ 주장을 두고 “통일교 금품 로비가 정치권 전반으로 번질 기세인 데다 수사 주체인 경찰을 미덥지 않게 여기는 야당의 특검 주장을 납득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 전 장관의 금품 수수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특검에 실익이 적고 정치 공방만 커질 수 있다”며 “경찰 수사가 무르고 더뎌 국민적 의혹을 불식하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검토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을 <현 정권 ‘통일교 게이트’,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게 특검 제도>로 붙였다. 조선일보는 “언론에 알려질 때까지 사건을 뭉갠 민중기 특검이 경찰에 사건을 맡긴 것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썼다. 이어 “여러 차례 드러난 것처럼 공수처도 경찰과 큰 차이가 없다”며 “권력 스캔들과 민중기 특검의 불법적 수사 행태를 동시에 수사하는 독립된 기구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럴 때 쓰기 위해 만든 것이 특별검사제도”라고 했다.

▲12일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경찰은 수사를 서둘러야 한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7년)를 지났거나 임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통일교 로비 사건은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경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할 시험대”라며 “지금까지는 검찰이 이런 수사를 전담한 탓에 아직 경찰의 전문성·중립성을 믿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신문들 우려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아침신문들은 ‘입틀막 소송’과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44조7)은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신설하고 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한겨레는 <언론·시민단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국가·플랫폼 검열 늘 것”>에서 “정치적 편향으로 흐르는 등 자의적 해석 소지가 큰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사실상 불법화한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시민사회 우려를 전했다.

현행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설치법’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옛 방심위)가 정보통신망법 44조의7에 따른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했고, 이에 따르면 허위조작정보도 방미심위 심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한국기자협회가 법안에 재검토를 요구했고, 언론·시민·인권단체들이 모인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도 12일 정기모임에서 이번 개정안이 가진 국가 검열의 위험성 등에 대한 논의를 벌일 방침이라고 했다.

▲1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법을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 부른다. 하지만 허위·조작 정보 개념은 모호하고 너무 광범위하다”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행정기관을 통한 국가의 심의·검열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또 사실과 허위 판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치인·고위공직자, 대기업 총수·임원 등 권력자가 비판 보도를 차단할 목적으로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건 대표적 논란거리”라며 “애초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조차 반발하고 있다”며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에 민주당은 이런 우려를 백번 다시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 공력 영향력이 큰 주체를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권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언론계와 시민단체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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