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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하다면 계속운전’ 제대로 하고 있나

이정윤 시민기자

immjylee@gmail.com

원전 설계 및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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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운전하니 안전하다’로 뒤집히면 절대 안돼

안전 예산 미리 정하고 안전성 점검 괴이

2022년고리2호기 계속운전 경제성평가

3068억원 절반 가까이 지역상생협력비

원안위·한수원·원자력계와 공개토론 요청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안전 예산 먼저 정해놓고 안전성 점검하는 괴이한 행태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이 안전하다면 계속운전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상식적이고 타당한 원칙이다. 그러나 고리2호기 계속운전 자료를 살펴보면 이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 거꾸로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묻게 된다. 안전성을 먼저 평가하여 필요한 투자를 결정하고 그 결과로 경제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경제성이 성립하는 투자규모를 먼저 정하고 그 범위에서 안전하다는 결론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수원이 2022년 양이원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 경제성평가에 반영한 비용은 총 3068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주기적안전성평가·안전성증진 사항이 884억 원, 사고관리계획 관련 다중방호관리전략(MACST) 설비 131억 원, 사용후핵연료 조밀저장대 157억 원, 노후·단종설비 교체 등 586억 원, 그리고 지역상생협력비가 무려 1310억 원이었다. 계속운전 비용의 42.7%가 안전설비와 무관한 지역상생협력비였던 것이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2호기는 맨 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 심각한 것은 투자의 선후관계다. 안전성증진 세부사항(PSR)은 “규제기관 심사 중”이라 제출하기 어렵다면서도 그 비용은 이미 884억 원으로 경제성평가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안전심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필요한 안전투자 규모를 어떻게 미리 확정할 수 있나. 안전평가와 규제심사를 통해 필요한 개선사항을 확정하고, 그 비용이 얼마든 경제성평가에 반영하여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해야 상식적인 조치 아닌가.

최신 안전기준을 왜 기존 기기들에는 적용하지 않는가

실제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는 상식적이지 않다. 고리2호기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는 기존 고리2호기 PSA와 신한울1·2호기의 ‘현행 기술’을 비교하는 차이분석(Gap Analysis)를 통해 안전성증진사항을 선별하는 구조였다. 설계 당시 적용한 기술기준과 최신 기술기준과의 차이 분석은 그 차이를 찾아 안전성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고리2호기에서는 확인된 차이를 최신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재평가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안전성증진사항으로 선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 40년 된 원전을 전면 재검증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진평가다. 223회 고리2호기 원안위 심사자료는 최신 미국 규정 RG 1.61을 적용할 경우 지진하중이 약 25% 증가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고리2호기 기기들을 증가된 지진하중으로 전면 재검증하고 필요한 설비를 보강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새로 교체하거나 신설하는 설비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것을 국민에게 단순히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중요한 교훈인 다수호기 동시사고 평가도 따져봐야 한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다수호기 운영시 선량평가’가 있지만, 이는 여러 시설이 정상운전 중 배출하는 방사성물질을 합산해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을 계산한 것이다. 지진·침수·장기전원상실과 같은 공통원인사건으로 여러 원전이 동시에 노심손상과 중대사고에 이르는 사고 위험을 평가한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원안위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원전 안전성 관련 정부가 밝혀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중대사고 방사선영향평가도 재검증이 필요하다. 평가서는 사고관리계획서에서 사고를 선정하고 미국 규제지침 RG 1.183의 가정을 적용하며 제한구역경계 선량이 기준치 이하인지를 판단했다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고시 즉, 격납건물 파손과 우회방출, 대규모 조기방출, 실제 소외 피해까지 포함한 중대사고 위험평가 결과와 이에 따른 안전설비 투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더구나 주요기기 수명평가의 상당 부분은 노후설비를 최신 수준으로 교체·보강하는 방식이 아니다. 최신 환경피로 평가에서도 가압기 밀림관과 관련 노즐은 계속운전 종료 이전에 환경피로 누적사용계수(CUFen)가 허용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교체·용접부 보강·응력저감 등 물리적으로 안전여유도를 높이는 예방적 개선보다 강화된 검사와 감시를 통한 관리방식이 선택됐다. 최신 기준으로 취약성이 확인됐는데도 ‘보강해서 쓰는 것’보다 ‘감시하면서 쓰는 것’을 선택한 것이 과연 ‘안전성을 전제로 한 계속운전’인가.

고리2호기는 정말 안전성을 먼저 평가하고 필요한 모든 비용을 투자한 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원전인가. 아니면 계속운전의 경제성이 성립하는 투자 범위를 먼저 설정하고, 그 범위에서 안전하다는 결론을 만들어낸 것인가.

정부는 2022년 경제성평가 당시의 안전투자 계획과 허가 후의 실제 투자내역을 항목별로 공개하게 해야 한다. 규제심사 전 884억 원으로 잡았던 안전성증진비가 수년간의 원안위 심사를 거치며 얼마로 변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최신기술기준의 전면 적용 여부, 다수호기 동시 중대사고, 중대사고 방사선영향과 비상대응능력도 독립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제222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청 피케팅. 2025.9.25. [사진. 최인화]

안전이 우선인지, 경제성이 우선인지, 대토론이 필요하다

그 결과 안전을 제대로 보강할 때 원전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면 주권자 국민에게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안전투자를 줄여 값싼 원전을 선택할 것인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하더라도 필요한 안전보강을 충분히 한 원전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 솔직하게 지금이라도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주권자에게 물어야 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안전성을 전제로 한 계속운전’이라는 정부 원칙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대통령은 “안전하다면 계속운전한다”지만, 이 원칙이 “계속운전하기로 했으니 안전하다”로 뒤집히면 안 된다. 경제성이 안전의 한계를 결정하면 안 된다. 안전이 경제성의 한계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안전이 관계된 이 문제에 대해 원안위·한수원은 물론 원자력계 누구와도 공개토론을 요청한다. 10만 원자력 종사자가 모두 참여해도 좋다. 주장이나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기술적 사실과 자료를 놓고, 국민 앞에서 떳떳하게 토론하고 공개 검증하자.

이정윤 시민기자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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