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5일, 해외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는 문제와 관련해 “법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으며, 이를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법에 쓰인 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부처인 미 재무부와 국세청은 지난 5일부터 보조금 지급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기에 앞서 의견 수렴을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이날 옐런 장관의 발언은 최종 결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그간 진행된 한국의 외교적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서명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한국 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세제 혜택)이 제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윤석열 정부는 뒤늦게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넋 놓고 있던 윤석열 정부가 뒷북치듯 미국에 매달린 이유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6%를 차지하며 빠른 속도로 2위에 등극한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보조금을 못 받으면 대당 400만 원가량 비싸지면서 수출 시장에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협의하려고 시도했으나, 1억 달러 공여만 약속했을 뿐 바이든 대통령과는 겨우 48초 만남에 그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경제기술 동맹’(국제 공급망 전쟁에서 확실한 미국 편이 되겠다는 공식 입장표명)을 약속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보조금 문제를 간청했지만, “한국 쪽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라는 립서비스(입에 발린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한편 미국도 한미동맹에 목을 매는 윤석열 정부를 역이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말하자면 법이 통과된 이상 처음부터 아예 가능성이 없는데도 세부 규정을 마련해 한국만은 구제해 줄 것처럼 생색을 내 이득을 챙겼다는 소리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인플레이션 감축법 재고를 거듭 요청하자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법 규정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이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 무역대표부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한국 측 우려와 관련해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윤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에서 “윤 대통령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최종 결과는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설마 미국이 동맹인 한국에 위해를 가하겠는가’라는 막연한 환상에 젖어 미국의 꽁무니만 따라 다니던 윤석열 정부는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동맹국의 뒤통수를 치는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미국이나, 뻔히 알고도 허울뿐인 동맹에 눈이 멀어 자국 기업에 치명상을 입힌 윤석열 정부나 ‘도긴개긴’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