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대선자금 의혹 수사, 사설들 ‘법리와 사실로만’
40년 만에 선감학원 사건 ‘공권력 인권침해’
21일 아침신문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 방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선자금 의혹으로 급선회하며 한 데 주목했다. 이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을 두고 여야 충돌이 격화했다. 신문은 일제히 관련 사설을 냈는데, 다수가 검찰에 ‘법리와 사실만으로 수사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초점은 갈렸다.
전날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압수수색을 저지한 민주당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을 보이콧하며 압수수색에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피의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정치보복’ ‘국감훼방’으로 호도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임의제출로) 타협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간에 제1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전례가 없으며 김 부원장이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취임한 지 일주일 남짓밖에 되지 않아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며 이번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날 오후 김 부원장 사무실이 있는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민주당 반발로 무산됐다.
신문들은 검찰이 21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지난해 4∼8월 사이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검찰의 ‘수사 드라이브’에 초점을 둔 제목을 냈다. 한겨레는 ‘검찰 강경 드라이브에 국감 파행…정국 급랭’이라고 했고, 경향신문은 ‘검찰의 칼날에 얼어붙는 정국’이라고 했다. 국민일보(‘검 “불법 대선자금” 이측 “후원금 충분했다”’)와 세계일보(‘이 “1원도 안 썼다” 여 “부패 옹호당”’) 등은 검찰과 야당, 또는 여야의 대치되는 입장을 요약한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남욱측 ‘8억메모’…김용에게 돈 줄때마다 장소·액수 적어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이 남욱씨의 측근 이모씨가 당시 돈 전달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한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고 했다. “남욱씨와 이씨는 이 메모를 모처에 보관하다가 최근 수사팀에 다른 자료와 함께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8억원 메모’는 법원이 지난 18일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할 때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김 부원장이 위례신도시 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에 억대 뒷돈을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14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금품을 진술을 확보했다”며 “위례신도시와 대장동 사업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대장동 일당에게 1억여 원을 받아 김 부원장에게 1억 원을 전달하고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 부원장이 지난해 9월경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오자, 대선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 중 1억 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며 “유 전 직무대리가 ‘배달사고’를 내며 1억여원을 전달하지 않아 김 부원장이 실제로 가져간 돈은 8억여 원 중 6억여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여러 신문이 사설을 통해 수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로 규명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방식과 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견해는 갈렸다.
경향신문, 한겨레,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수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파장이 큰 민감한 수사를 유례 없이 거친 방식으로 행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법원이 김 부원장의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가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벌써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보인다”라며 “‘8억원 플러스알파’나 ‘대선자금’ 등 확인할 수 없는 피의사실이 흘러나오고 있다. 몰아가기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피감기관인 검찰이 국정감사 기간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려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정치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판인데 검찰 스스로 야당과 정면으로 맞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여 과거처럼 수사 내용을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흘려가는 방식으로 수사한다면, 그래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다면 감당 못할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국감 도중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거친 방식으로 야당의 반발과 정치적 의혹을 자초했다”며 “수사에 성역이 있어선 안 되지만, 정치적 탄압으로 비치지 않도록 공권력의 행사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은 돈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 검찰이 대선자금 사건으로 단정 짓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며 “민주당도 김용 부원장 사무실에 국한된 압수수색까지 계속 물리력으로 막아서선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법원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이지만, 국감 기간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며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검찰 수사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확대된다면 2003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수사 이후 20년 만이다. 어떠한 정치적 배경도 있어선 안 된다. 오직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를 토대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다른 신문들은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비판 초점을 맞췄다. 세계일보는 “법원이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조작이라고 강변하는 건 옳지 않다”며 “민주당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파행시킨 건 법치에 역행하고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선 집권당 후보이자 현 제1 야당 대표를 둘러싸고 대선자금 의혹이 가시화된 것 자체가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충격적”이라며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란 막무가내식 반발에 앞서 실체 여부부터 온전히 규명되도록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준 민의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또 “야당 대표와 관련된 의혹 수사엔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공산이 큰 게 사실이다. 검찰이 논란을 불식하려면 엄정한 수사로 실체를 규명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용 부원장 불법 자금 의혹 수사 △이화영 전 의원 뇌물 혐의 수사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등을 들며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들 모두가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나서 설명하고 당당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치권이 극한 대치국면에 빨려 들면서 시급한 경제·안보위기 대처와 민생은 뒷전인 형국”이라며 “무한대결이 초래할 국론 분열과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선감학원 사건, 40년 만에 “공권력 인권침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40년간 다수의 아동을 부랑아로 몰아 강제수용한 선감학원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선감학원이 폐쇄된 지 40년 만에 이뤄진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진실화해위는 20일 선감학원 사건 진상규명 조사 내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사건은 정부의 부랑아 정책 및 제도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 불특정 아동을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강제로 가두어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생명권의 침해, 실종, 교육 기회 박탈 등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을 포함한 167명을 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9명이 자리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이 발표을 지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1면에 보도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경찰은 1942년부터 40여년 간 단속한 아동들의 의사에 반하거나 보호자도 확인하지 않는 등 위법한 방식으로 이들을 외딴 섬인 경기 안산시 선감도로 보냈다. 수용된 아동 대부분은 17세 이하의 남성으로 1982년 폐쇄될 때까지 5000명의 아동이 선감학원으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들은 군대식 통제와 구타와 성폭력, 가혹행위에 시달렸고, 각종 수익 창출 사업에 동원되는 등 강제노역을 했다.
진실화해위는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선감학원에서 숨진 아동 유해 매장 추정지 첫 시굴 작업에 착수했다. 5개 봉분 모두에서 15∼18살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 68개와 단추 등이 발견됐다. 사망자 수도 당초 집계된 24명보다 5명 많은 29명으로 드러났다. 암매장지 주변엔 봉분이 150기나 더 있어 추가 발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신문들은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의 책임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진실화해위는 “경기도는 1957년 선감학원의 설치 및 보호수용 근거가 되는 조례를 제정해 경기도가 선감학원의 주체임을 밝혔다”며 “아동시설을 섬이라는 단절된 곳에 격리해 아동들의 정신적·신체적 피해와 사망 사고 등을 파악하고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께 경기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날 종합대책으로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담았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한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권고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생존 피해자들은 올해 2명 숨졌다. 김영배 회장은 “행정은 느린 반면 피해자들의 늙는 속도는 빠르다”며 조속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내고 “너무나 뒤늦은 진실규명과 사과”라고 했다. “특히 열악한 시설에서 병사하거나 섬을 탈출하다가 익사해 암매장된 희생자 유해발굴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른 시일 내에 암매장지 봉분에 대한 전면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초법적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에는 시효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내실 있는 피해 회복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진실 규명은 당연한 결정이다’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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