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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협력 정치화 반대”…한·미·일 3각공조에 견제구

등록 :2022-11-15 22:16수정 :2022-11-16 01:36

 
북한 핵 위협 등 현안에 인식차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2019년 12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 개선과 소통 강화 의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25분간의 짧은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등 현안에 관한 인식 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두 정상은 들머리발언에서 덕담을 나누며 회담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가 한-중 수교 30돌임을 상기하며 “서울 이태원에서 있었던 참사에 애도를 표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지난달 벌어진 한국 이태원 참사에 관해서도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두 정상은 대화체 신설에 공감하는 등 갈등 요소를 관리하고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가자고 제안했다”며 “이에 시 주석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고, 한·중 양국 간 (반민반관의) 1.5트랙 대화 체제도 구축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해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이 아닌 한국 역할론을 부각했다. 시 주석은 이어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관해서도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다.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지지하겠다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 미국의 책임론도 상당 부분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했다.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 외교의 수단·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이라며 “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 증진에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도 미묘하다. 이는 중국에 ‘보편적 규범’ 준수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망 등 경제 분야에서도 시 주석은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시 주석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한·중)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첨단 기술 제조업, 빅데이터, 녹색경제 등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며 국제 자유무역 체계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를 비롯해 대중국 봉쇄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소다자 협의체 참여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는 또한 지난 13일 한·미·일 정상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견제를 선명히 밝힌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3국 정상은 성명에서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한 한·미·일 경제 안보대화 신설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 강화를 담았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주요 20개국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이 용어는 중국 쪽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을 ‘보호무역’과 ‘일방주의’라고 비판할 때 주로 등장한다. 시 주석이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급속도로 미국 쪽에 밀착하는 것에 대한 ‘뼈 있는’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상호 방문 요청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은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주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석에 따라서는 시 주석이 자신이 방한하기보다는 윤 대통령에게 방중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문 대통령의 방중만 있었을 뿐, 시 주석이 방한한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젊은 세대 간 교류 확대를 통한 역사, 문화 소통 강화에 뜻을 모았다.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탓에 양국 갈등 요소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외교적 갈등 등 나머지 양자 현안은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인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55분 회담과 80분의 오찬 등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정인환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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