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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6인분 튀김요리… ‘죽음의 급식실’ 멈추는 투쟁

급식실 노동자 5명 폐암으로 목숨 잃어

학교 급식실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 146명

일반인에 비해 17배 높은 폐암 유병율

급식실 배치기준 표준화 및 하향 등 요구

“학교 급식실에 학생들 밥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어요. 우리가 ‘죽음의 급식실’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면,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표현 안 하면 안 되냐’고 말해요. 심각성을 모르는 거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7만 명 중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급식실에서 일해 온 5명의 조합원을 폐암으로 잃었다. 이달 초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며 “학교 급식실 폐암 산재대책 마련”의 요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복리후생비 차별해소와 학교급식 폐암대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과 단식농성. [사진 : 학비노조]

급식실에서 일하는 학비 노동자는 요리 시에 발생하는 조리 연기와 가스 등에 늘상 노출되어 있다. ‘조리흄’이라 칭한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리흄은 폐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이 발암물질은 학교 급식실에서 튀김, 볶음, 구이 요리를 할 때 발생한다. 급식실의 경우 몇백 명이 넘는 요리를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폐암에 대한 위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2월 24일,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이 최초로 산재인정을 받았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 146명

학비노조는 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재 원인이 “높은 노동강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집단급식의 경우 1인당 식수 인원(급식노동자 1명이 책임지는 급식 인원)은 노동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19년 1월 국회 김종훈 의원실(당시 민중당) 자료에 따르면, 집단급식을 하는 국립대병원, 과학기술원, 국책연구기관, 국립수련원 등 8개 기관과 군대(연합뉴스 보도)의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은 57명이다. 이에 비해 유, 초, 중, 고등학교 급식실의 1인당 식수 인원 평균은 146명으로 타 기관의 2~3배에 달한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이 학교 급식실 식수 인원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 수 대비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표가 있는데 17개 시도교육청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어디는 1인당 100명, 어디는 150명 등등 다 달라요. 급식실 형태, 배식 형태도 다 다릅니다. 어디는 교실에서 배식하고, 어디는 식당에서 배식하고, 병행하는 경우도 있고, 산간벽지에 있는 학교는 한 학교에서 공동 조리를 해 배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배치기준도 없이 제멋대로이고, 문제는 교육청들도 이런 기준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교육부도 모릅니다.”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 암(폐암) 문제는 식수 인원(배치기준)과 연관돼 있다는 게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회신서’에도 나타난다. 이 회신서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1인당 약 100명을 초과하는 급식인원을 담당하고 있었고, 총 조리일수 중 조리흄에 노출되는 메뉴를 조리한 일수는 81%나 됐다. 이는, 노동자 1명이 튀김요리를 1년에 16,800인분, 하루 평균 46인분이나 조리한다는 뜻이다. 1인이 과도한 튀김요리를 조리해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됐고, 이로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일반인에 비해 17배 높은 폐암 유병율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실시계획’ 중 학교급식 종사자 폐암 산재신청 현황을 보면 실제로 10~15년 근무한 노동자는 일반인에 비해 유병율이 17배가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체 실태조사에서도 그 위험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겨울에는 냉동재료를 찬물로 씻어서 녹여야 하고, 설거지할 때는 뜨거운 물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고, 오븐기를 씻는 세제는 독성이 특히 강해 그걸 마시면 숨을 턱턱 막히고, 살을 파고들고…. 그것도 모자라 튀김에서 나오는 연기가 또 우리를 죽어 나가게 하는 것도 모르고, 몸이 그렇게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제시간 안에 그리고 좀 더 미친 듯이 일하고 나서 좀 쉬고 있으면, ‘그렇게 쉬는 시간이 있는데 배치기준표가 뭐가 문제가 있냐’는 말을 들어요. 제시간에 급식이 나오고, 깨끗하게 청소돼 있는 급식실만 보는 사람들은 잘 모르죠. 목숨 걸고 일하는 걸….”

학비노조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1) 임시건강검진, 2) 환기시설 전면 교체 3) 배치기준 표준화 및 하향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그해 12월 폐암 대책으로 건강검진, 환기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진행된 곳은 없는 상태다.

학교급식이 운영된 이례 조리흄, 유해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환기시설에 대한 기준은 전무했다. 안전보건공단 실태조사(2021.12) 결과 93개 학교 중 환기시설 유속이 양호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보위를 통해 배치기준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교육청들은 또 예산문제를 얘기합니다. 한 사람을 추가하면 예산이 늘어나니까 또 예산 핑계를 대는 거죠. 사람을 살리려면 교육감들이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방교육재정 삭감을 언급하는 윤석열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8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 방문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과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학교급식실 안전대책에 대한 안건을 총회에 상정해 전체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겠다고 했다.

학비노조는 방중에도 쉼 없는 투쟁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임금체계 개편은 물론, 급식실 배치기준 하향의 실질적인 로드맵을 쟁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조합 요구

1) 정부 차원의 배치기준 연구 용역 진행

학교급식실 노동자 적정인원 배치 기준 연구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동조합과 협의해 표준화된 배치기준을 마련.

2) 환기시설 개선

폐암 산재 예방을 위해 가이드라인에 따른 환기시설 개선과 그에 따른 예산 편성

3) 정기적 폐암 건강검진 실시

일회성으로 진행 중인 현재 학교급식노동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을 폐암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학교급식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폐암 건강검진 요구

4) 노동조합, 노동부, 교육부(교육청) 3자 협의체 구성

1. 배치기준 연구 용역, 2. 환기시설 개선, 3. 정기적 폐암 건강검진, 4. 예산 편성에 대한 논의를 위해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협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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