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 "◯◯◯◯ 쪽에 지금 압사당해서 넘어지신 분이 있는 것 같아요."
소방 : "거기 가고 있는데 거기 상태 확인되나요?"
경찰 : "지금 확인이 안 돼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소방 : "확인이 안 돼요? 경찰관분 현장에 계시는 건가요?"
경찰 : "제가 현장에 계신 분 연락처 알려드릴게요. 010-◯◯◯◯-◯◯◯◯이요."
20분 후 용산경찰서 무전망에선 이 같은 지시도 내려졌다. 아래는 오후 10시 48분께 용산경찰서 무전망을 통해 오간 대화다.
"용산(경찰서, 여기는) 형사2팀입니다. △△△△ 앞 노상으로 구급차 가능한 여러 대 지원 부탁드립니다.
"형사2팀, (여기) 용산(경찰서)도 계속해서 연락 등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핸드폰으로 119에 직접 연락 좀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후 '공동대응 버튼' 생겼지만
▲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행안부 현장조사를 하는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답변을 하고 있다. | |
ⓒ 국회사진취재단 |
이 같은 상황은 이태원 참사 당시 안전대응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 후 생긴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선 경찰이 직접 119 번호를 눌러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 셈이다.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는 112(경찰)든 119(소방)든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긴급버튼을 눌러 공조를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당일 112·119가 모두 눌렀던 이 긴급버튼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참사 본격화 직전 두 차례(오후 8시 37분, 오후 9시 1분)나 공조를 요청했으나, 소방 당국은 '신고자에 직접 연락을 취한 뒤 질서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동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참사 본격화 직후 소방도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다. 참사 발생 후 3분 뒤인 오후 10시 18분부터 여러 차례 이뤄진 소방의 공조 요청은 경찰 지휘부의 혼란으로 수용되지 않았다(오후 11시 40분에야 경찰 기동대 현장 도착).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 직후 경찰과 소방이 서로 여러 차례 공동대응을 요청했음에도 실상 적절한 협력과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이는 현장의 애타는 요청을 각 기관의 윗선이 제대로 청취하고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심지어 구급대가 필요하다는 현장 경찰의 보고에 '직접 119에 신고하라'는 (용산서의) 지시까지 내려간 것은 이태원 참사 당일 국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예"라며 "그 책임은 눈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하느라 뛰어다닌 일선의 경찰관·소방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소방·행정안전부의 지휘부와 수장에게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윗선들은 모든 책임을 현장으로 미루고 있다"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를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후 꾸려진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팀(TF)'은 인파사고 위험도가 높은 경우 공조 요청 시 현장 확인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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