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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심리전단장, 대선 다음날 김하영에 문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03 08:20
  • 수정일
    2013/09/03 08: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덕분에 선거결과 편히 지켜봐 얼마나 감사한지..."

[원세훈 공판] 변호인측, '김하영 핸드폰 압수'의 위법성 주장

13.09.02 22:04l최종 업데이트 13.09.02 22:04l
이병한(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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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가린 국정원 증인들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와 다른 증인들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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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씨, 어제 보고 와서 위로 하려고 갔다가 오히려 위로 받고 왔습니다. 경찰 공식 발표도 났고 이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니까, 마음 편히 갖기를 바랍니다. 마음 깊이 고맙고 미안합니다. 잘 지내세요." (2012년 12월 17일 오후 1시44분)

"선거도 끝나고 이제는 흔적만 남았네요. 김하영씨 덕분에 선거 결과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툭툭 털고 일어서기 쉽지 않겠지만 좋은 것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12월 20일 오후 2시)

2일 진행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2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는 증인으로 나온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이 지난해 12월 17일과 20일 김하영 심리전단 직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2건이 공개돼 의혹을 증폭시켰다. 17일 문자는 지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20일 문자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김씨와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는 민 전 단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1시44분 김씨에게 첫 문자를 보냈는데, "이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니까"라는 말이 있다. 이 때는 경찰이 16일 밤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문제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17일 오전 수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실시한 직후다. 두 번째 문자를 보낸 12월 20일 오후 2시는 대선 바로 다음날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후였다. 이 문자에서 민 전 단장은 "김하영씨 덕분에 선거 결과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증인 신문에 나선 검사가 '이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덕분에 선거결과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의 의미를 묻자, 민 전 단장은 "단순 격려 취지"라고 답했다. 특히 20일 보낸 문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 김하영씨 덕분에 선거결과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때까지 김하영이 계속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는데… 어쨌든 우리 활동이 노출이 되어서 문제가 됐었지만… 경찰 수사 결과 발표도 그렇고, 대선 과정 활동 문제도 큰 논란이 안되고, 당시 대선이 잘 끝나고 선거 결과도 볼 수 있었다는… 그러니까 너무 마음 졸이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그런 단순한 격려성 메시지였다."

단순 격려? 제2공작 정황?

이와 관련해 공판에서는 대선·정치 개입 댓글과 추천·반대 행위를 하던 김하영 직원이 노출되자 곧바로 제2공작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증인 신문이 오갔다. 검사는 소위 '오피스텔 대치'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11일 상황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 증인(민병주)은 민주당에서 신고해서 사건화 됐다는 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됐는가.
"그날 저녁에 알았다."

- 당시 김하영 직원은 국정원측에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고 요청했는가.
"출근도 해야 하고… 당시 감금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원론적인 부분만…"

옆에서 듣고 있던 윤석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팀장(여수지청장)이 나섰다.

- 당시 대선이 임박했고, 오피스텔 앞에 많은 언론사 기자, 선관위, 경찰, 당 사람들도 와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출근이 중요한가? 정상적인 정보국 직원이라면 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소속 기관에 알리고, 그 다음 국정원의 지침을 기다리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내가 출근해야 하는데, 꺼내주십쇼, 이게 아니라.
"아, 그렇다.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전까지 신문을 이어가던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이 다시 마이크를 받았다.

- 김하영이 못나오는 상황에서 국정원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
"그때 제일 큰 문제는 컴퓨터 제출 문제였다. 당시 나는 제출을 반대했다."

- 증인은 계속 적법한 업무였다고 했는데, 문제될 게 없는데 왜 컴퓨터 제출이 문제가 되는가.
"다른 업무도 있으니까 보안 문제 때문이다."

다시 윤 팀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민 전 단장의 말이 맞다"면서 거꾸로 물었다.

- 좋다. 상식적으로 봐도, 합법 업무든 법에서 약간 일탈한 업무든, 정보부 직원이 업무용으로 쓰는 컴퓨터는 증인의 생각대로 제출 안하는 것이 맞다. 판사 영장이 있어서 뺏기는 한이 있어도 임의로 제출 안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

- 그런데 왜 임의제출하기로 결정이 됐나?
"위의 지시를 받았다."

- 상식적으로는 제출 안하는 것이 맞는데 왜?
"당시 제출을 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오해가 커지기 때문에 대선개입 활동이 없었으니, 위에서 내라고 해서 한거다."

김하영은 파일 187개 삭제 보고... 민병주는 "보고 못 받았다"

김씨의 노트북과 컴퓨터 임의제출이 심리전단 단장의 뜻이 아닌 윗선의 결정이었다는 증언을 끌어낸 검찰은 김씨가 오피스텔에서 했던 노트북 파일 187개 삭제를 파고들었다.

- 김하영이 오피스텔에 있는 동안 노트북에 있던 파일 187개를 삭제한 사실을 알죠?
"나중에 알았다."

- 김하영은 증인이 책임자로 있는 심리전단 소속 직원 아닌가. 이게 당시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면 증인은 어떤 방식으로 삭제를 하며, 어떤 파일을 삭제했는지, 삭제를 하고 제출을 하는지, 이런 상황을 단장으로서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이것을 심리전단장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은, 사건이 발생하자 국정원 내부에 별도의 TF팀이 즉각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TF 가능성은 없다."

- 지금 (심리전단이) 3차장 산하인데, 혹시 12월 11일 사건이 발생했을 때 3차장이 이 사태를 장악한 것인가, 아니면 국내 문제를 관할하는 2차장이 장악하고 지시를 내렸는가.
"나는 2차장에게 보고 또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 그러면 파일을 삭제하고 제출하는 문제에 대해서 김하영은 국정원에 보고를 했다고 하는데, 증인에게 보고가 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 하도 어수선해서…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

변호인측, '김하영 핸드폰 압수' 위법성 주장

한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측은 김하영씨의 핸드폰 압수가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주장했다. 이동명 변호사(법무법인 처음)는 "지난 3월 업무용 휴대전화를 경찰에서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면서 "핸드폰 압수가 위법하므로 핸드폰을 계기로 해서 드러난 모든 증거가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민 전 단장은 많은 부분에서 "단장으로 부임하기 전 일이다",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구체적인 증언을 꺼렸지만, 검찰의 집요한 추궁에 트위터 등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이 사실상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시인했고, 일부 직원들의 게시글 내용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북한의 대남 공격적 심리전 공격에 대응한 방어적 활동이었음을 강조하면서 명시적인 선거개입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 국정원의 사이버심리전은 이전 정권부터 있어왔다는 점 ▲ 북한의 증가하는 대남 사이버활동에 대한 정당한 방어 활동이었다는 점 ▲ 정치성향이 다양한 국정원 직원들을 통한 편향적 정치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점 ▲ 원 전 원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해서 신문했다.

이날 공판은 민 전 단장의 얼굴 노출을 막기 위해 8폭짜리 병풍형 가림막이 설치된 채 진행됐다. 변호인측은 완전 비공개를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공판은 오후 6시가 다돼서야 끝났다.

3차 공판은 오는 9일(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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