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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4사 황당 목표 "2015년엔 SBS 수준 매출액 달성"

  • [재승인 앞둔 위기의 종편] 2010년 종편 심사는 총체적 부실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03 오전 8:02:22

     

     

    종편 심사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종편 탄생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는 '특정 종편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고, <채널A> 등 일부 종편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승인 기준을 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시청률도 유의미한 수준이 아닌 상황에서 지나치게 '정치 평론'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재방률이 매우 높은데다 '콘텐츠 투자'는 언급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 '막말' 종편이 "고품격", "미디어 신화"?) 그러다보니 점점 선정적인 보도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2011년 종편 승인 당시 방대한 내용의 심사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종편.보도PP 승인 검증 태스크포스(TF)'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 검증 3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종편의 심사 항목 구성 및 평가 방식 등에서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황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방통위의 부실 심사가 현재의 '부실 종편'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출자 과정이나 주주 구성 과정 등에서 시민연대가 자체적으로 만든 산정식을 적용한 결과, 일부 종편과 보도채널의 경우에는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산정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할수는 없지만, 종편 선정 기준 자체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는 있는 문제다.

    ▲ 시민단체의 종편 심사 자료 분석이 3차에 이르면서 종편 심사 과정의 문제점들이 무더기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5일 종편 승인심사 검증 태스크포스 2차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무더기 선정 심사 기준…결국 '부실'로 이어진 듯

    시민연대가 이날 발표한 분석 자료는 종편 심사 기준의 두 축인 계량평가 부분과 비계량평가 부분이다. 쉽게 말하면 계량평가는 산정식에 대입만 하면 점수가 나오는 '객관적 평가'영역이고, 비계량평가 부분은 '주관적 평가' 부분이다.

    먼저 계량평가 부분과 관련해 시민연대는 "종편, 보도PP 승인 심사에서 계량평가 항목의 배점은 각각 1000점 만점 중에서 245점, 200점이었다"고 밝혔다. 계량평가 항목의 배점은 지난 2000년 위성방송사업 승인심사 비중보다 낮다. 이는 주관적 평가가 종편 심사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말이 된다.

    계량평가의 배점도 낮지만, 계량평가 자체의 변별력도 의심된다. 실제 총 44개의 세부심사항목 중에서 계량평가 항목은 9개(배점 : 종편 245점, 보도 200점)인데, 그 중 6개 항목(배점 : 종편 150점, 보도 105점)에서 40%의 기본 점수가 부여된다. 변별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연대의 주장이다.

    계량평가 항목 중에서도 가장 배점이 높은 '납입자본금 규모 (배점 : 종편 60점, 보도 60점)'의 경우 일정금액(종편 3000억 원, 보도 400억 원) 이하는 0점으로 처리되고 이는 곧 과락으로 탈락을 의미한다. 과락을 면할 정도의 납입자본금을 모은 신청사업자는 기본 점수 60%를 얻게 된다. 금액만 맞으면 60점을 따고 들어가는 것이다.

    시민연대는 다른 방식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납입자본금 규모' 항목을 과락 항목에서 제외하는 대신 사실상의 기본 점수를 60%가 아닌 30%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시민연대는 "이 경우 MBS(현재 <MBN>)의 해당 항목 점수는 47.40점에서 37.95점으로 9.44점이 낮아진다. MBS의 총 점수가 808.07점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9.44점이 하락한다면 총점이 800점 미만이 되어 탈락하는 결과가 발생했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 비계량평가 부분이다. 시민연대는 "총 배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계량평가 항목의 경우,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을 택함으로써, 원천으로 심사위원 개인의 주관적(내지 자의적) 판단에 좌우"된다고 지적하며 "방통위의 현 심사기준 체계 하에서는 '총점의 100분의 80 이상, 심사사항별 100분의 70 이상, 승인 최저점수 적용 심사항목별 100분의 60 이상'이라는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 수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가 비계량평가 부분과 관련해 자체 기준을 마련,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점수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 선정된 종편 이외에 다른 경쟁자들의 '스펙'이 워낙 낮아, 시민연대가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당락이 뒤바뀔 정도는 아니었다.

    이같은 분석을 종합해보면, "당초 방통위가 메이저 신문을 소유하거나 방송 사업을 하고 있는 일정 정도 규모 이상의 몇몇 사업자를 염두해 두고 심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스스로 부실한 기준을 세움으로써 방송 시장을 유지할수 있는 규모보다 더 많은 사업자가 선정되도록 해 현재의 '종편 포화 상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연대는 "정부는 종편 선정 당시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한 최적의 사업자 수를 사전에 결정하지 않고 최저 기준 이상의 점수를 얻은 모든 신청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결국 이로 인해 "특정 신청사업자들을 모두 선정하는 예정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혹, 또는 (신청사업자들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많은 수의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과당경쟁에 따른 잠재적 부실 상태를 자초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당' 목표 세운 종편들…2015년에는 <SBS> 넘어선다?

    이번 분석 과정에서 알려지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종편이 심사 과정에서 향후 사업 목표치와 관련해 <SBS>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시민연대는 "각 신청사업자가 사업계획 목표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는가를 검토하기 위해 유사 사업자와 비교"했다며 "대부분의 종편 사업자의 경우에는 <SBS>를, 보도 사업자의 경우에는 <YTN>을 비교 대상 사업자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목표치'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SBS의 경우 비교 대상 기준인 2004~2008년간 영업 이익률의 평균이 5.53%였다. 그런데 종편 신청사업자들은 2015년의 영업이익률 추정치로 SBS의 1~3배, 2020년의 영업이익률 추정치로 SBS의 2~4배에 이르는 수치를 제시했다. 매출액 역시 <SBS>와 맞먹는 규모를 달성할 것을 예상했다.

    <SBS>의 2008년 매출액 규모는 6072억 원인데, 2015년 목표 매출액으로 <JTBC>는 5839억 원을, <TV조선>은 6249억 원을, <채널A>는 5044억 원을, <MBN>은 6004억 원을 제시했다. 2020년에 <JTBC>는 7900억 원, <채널A>는 8537억 원, <MBN>은 7099억 원의 매출이 목표다. 목표대로라면 이미 2015년에는 2008년 기준 규모의 <SBS>와 같은 방송사가 네 개가 추가로 탄생하게 된다. 이는 방송 시장 현실 자체를 무시한 추산이다.

    시민연대는 "사업계획서 상의 수치가 의욕적인 목표치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2~2020년까지 매년 매출액이 약 20%씩 늘어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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