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자! 김태완이 사랑했던 사람들아! 노동해방, 진보집권을 향해

고 김태완 열사 1주기 추모제를 다녀와서

결국 2024 전국택배노동조합 정기대의원 대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2024년 6월 30일, 대전 가톨릭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정기 대의원대회는 성원미달로 결국 무산되었다. 통합 2기 지도부가 선출되고 첫 행사였으므로 그 의미가 컸는데 결국 성원 미달의 무산으로 끝났으니 뼈아프게 다가섰다. 말 그대로 지금 우리 노조의 상황을 거울처럼 정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가 누구를 탓할 문제는 분명 아니었다. 간부들부터 소속 조합원 모두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어보아야 할 문제였다. 그냥 성원미달을 선언하고 다음에 보자며 헤어질 수는 없었기에 지도부는 일단 대회를 논의와 보고 형식으로 진행하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물었고 참가 대의원 전원이 동의하여 2023년 사업평가와 2024년 사업계획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하는 자리로 만들어갔다.

김태완처럼 대화하고 공부하고 투쟁하고 실천하자

그렇게 대의원대회는 온라인 대회에서 최종 의결을 갖는 것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2부 간부결의대회를 가졌다. ‘오늘 이 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을 기억해 보자’는 사회자의 멘트로 시작된 결의대회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고 김태완 열사였다.

동영상이 끝나고 한동안 깊은 정적이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미리 부탁을 받은 나는 무대위에 걸어나가 고 김태완 열사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했다.

‘형, 남아 있는 우리 이젠 변한 걸까요? 아니면 택배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란 게 쉽게 올 거라 안일해진 걸까요? 이 정도면 할만큼 했다고 형 앞에서 우리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듯이 말할 수 있을까요?‘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먹이는 걸 나는 보았다.

‘걱정되십니까? 못미더우십니까? 걱정마세요. 그리고 응원해 주세요. 형이 살아 계셨을 때는 형 혼자 짊어졌던 그 무거운 짐을 이제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눠질 겁니다. 그리고 한 사람도 낙오없이 형이 바라던 택배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 형님 영전에 바칠 때까지 함께 할 겁니다.’

못난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거기까지였다.

ⓒ뉴시스

추모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그 눈빛과 결의

그렇게 결의대회를 마치고 해산한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2주 앞으로 다가온 김태완 열사 1주기 추모제를 준비해야 했다.

1년동안 열사가 이미 우리곁을 떠났다는 것만 곱씹으며 아파하기만 한 건 아닐까? ‘그게 내 탓은 아니지 않느냐’고 누군가를 향해 비겁하게 책임 떠넘기기만 한 건 아닐까? 뼈아픈 반성도 했다.

김태완 열사 추모주간을 조합이 선포하고, 추모제 한 주전 열사의 대학동기들인 홍익대 민주동문회 동문들이 뜻과 노력을 모아 만들어준 흉상을 미리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의례히 문예 활동가들의 추모 공연을 의뢰하면서 이번엔 택배노동자들이 직접 열사의 영전 앞에서 부를 추모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역별로 따로 모여 ’김태완 열사 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짧은 교육도 받으며 되새겼다.

노래패 꽃다지의 ’강철은 따로 없다‘를 열사에게 드리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래로 선정하고 연습을 보면서 참가한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의 눈빛과 결의가 강철처럼 되는 것을 느꼈다.

‘노동해방과 진보집권을 위해 모든 것을 다바친 혁명가’

추모제 당일, 사람들이 하나둘 뙤약볕 쏟아지는 모란공원 김태완 열사 묘역앞에 모였다. 먼저 유가족,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의 대표자들과, 진보당 3기 김재연 상임대표와 정혜경 국회의원열사와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위에서 고락을 같이해온,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 그리고 홍익대 민주동문회, 그리고 전국택배노동조합 김광석 위원장 이하 간부들까지 하나 같이 추도사를 통해 열사를 추모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저 애통해 하고, 아쉬워 하고, 그리워 하는 게 추모하는 것이 아니다. 김재연 상임대표의 말마따나 ’노동해방과 진보집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혁명가였던 열사를 추모한다는 것은 당신이 남긴 길을 우리가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결심이다‘ 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노동해방, 진보집권을 향해 가자! 가자! 가자!

고 ‘김태완 열사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또 ’그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열사가 남은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는 말에서 우리는 명확히 알 수 있다.

“노예처럼 살던 택배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생기고 우리는 어마어마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런 노동조합을 지키고 강화해야 합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은 진보당은 남아있는 우리를 강철로 만들어주는 용광로이다. 이미 녹슬어버린 폐철도, 쓸모없어 보이는 고철도 용광로안에서 담금질되면 빛나는 강철이 된다. 열사는 제2기 전국택배노동조합 속에서 그렇게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