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른반 22명의 학생이 25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조천현 작가의 '압록강 아이들 사진전'을 관람하고 작가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른반 22명의 학생이 25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조천현 작가의 '압록강 아이들 사진전'을 관람하고 작가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소가 좀 말랐네."

강가에서 빨래하는 엄마들 뒤에서 한가롭게 풀 뜯어먹고 있는 소가 신기했나보다. 한 아이가 여윈 소를 지목하자 또 다른 아이가 아까 돼지도 그랬다고 맞장구를 친다. 마치 말잇기 경기라도 벌어진 듯 그때까지 조용하던 아이들이 사진 위에 질문지를 붙인다. "이 소는 지금 뭐하는거에요."

궁금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했지만 초반엔 과묵했던(?) 아이들에게 당황했던 작가는 모처럼 나온 질문이 오히려 당혹스럽다. 

"네. 여기 소가 풀뜯고 있어요." 와하하. 웃음이 터진다. 

이어지는 작가의 말. "북에서는 일소라고 하는데 기계가 올라가기 어려운 곳에서 밭도 갈고, 논도 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를 몰고 나온 이 친구는 일은 하지 않고 같이 온 제 친구들하고 땡땡이 치면서 놀고 있어요."

조천현 작가가 '압록강 아이들'을 만나러 온 세종시 아이들에게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천현 작가가 '압록강 아이들'을 만나러 온 세종시 아이들에게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2일부터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 로비에서 시작한 조천현 작가의 '압록강 아이들' 사진전시회.

제 11회 통일교육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전시회에 25일 오전 반가운 관람객들이 왔다.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른반 22명의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선생님과 함께 이런 곳에 왔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게 이로운지도 어지간히 알만한 나이겠다. 

물놀이도 워터파크에 가서 하는 도시의 아이들이니 책에서나 들어봤을 압록강, 거기서 생활하는 북녘의 친구들을 만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하다.

상품이 걸려있는 4행시짓기에 먼저 집중하는 아이들. 이내 '압록강 아이들' 사진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상품이 걸려있는 4행시짓기에 먼저 집중하는 아이들. 이내 '압록강 아이들' 사진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 통일교육주간 주제인 '자유로운 상상, 평화통일 바람'에서 가져온 '자유상상' 4자성어 짓기 부스에는 상품도 걸려있으니 관심은 단박에 여기에 쏠린다.

포스트잇 붙이는 숙제부터 집중하는 아이들 앞에서 작가는 사진속 압록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소몰고 나와서는 그 강에 풍덩, 자맥질하는 북녘의 친구들은 동무들과 굉장히 재밌게 논다고 열심히 설명하지만 그닥 관심을 보이지 않아 진땀을 뺀다. 

압록강 상류 어딘가, 상판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기둥만 남은 곳에서 낚시질하는 어른 옆에 팬티바람으로 엎드려 누워있는 아이들이 있다.

"여기는 원래 뗏목을 '유발'(몰이)할 때 만든 다리가 있던 곳이에요. 아이들은 왜 여기 이렇게 엎드려 누워 있을까요. 따뜻하기 때문이에요. 상류의 물은 엄청 차갑거든요. 물놀이하다 추우니까 햇볕에 달궈진 이곳에 배를 붙이고 몸을 녹이는 거죠."

질문은 "그런데 저기 물고기 많이 잡혀요?" 

허를 찌르는 엉뚱한 질문에 또 당황한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어...잘 모르겠어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는 다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준다. 

"물살이 세니까 물고기가 잘 잡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물이 아주 맑아서 상류쪽에는 산천어도 있어요. 고기잡이는 대나무 낚시대로도 하고 그물로도 잡아요. 친구들끼리 가서 '천렵'이라고 있잖아요. 놀때는 같이 노는데 잡은 물고기를 끓여먹을때는 따로 따로 먹어요."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물속으로 처박히듯 잠수하는 자맥질이 재밌어 보였나 보다. 포스트잇이 제일 많이 붙어있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사진을 감상하던 아이들은 작가의 설명에 점점 집중하고 '광주리같은 데 말리고 있는 저건 뭐냐', '저 집은 기와집도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하나' 등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건 옥수수인데, 북에서는 강냉이라고 해요. 뒤에는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옥수수를 구워주고 있는 사진이구요. 지붕이 다른 저 집은 너와집이라고 하는데 나무껍질을 겹겹이 쌓은 겁니다. 초가집과 달리 쥐가 들어오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설명은 이어지지만 아이들이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30여분에 걸친 전시 관람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한 뒤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지막 질문은 예리했다.

"이 사진은 어디서 찍었나요. 잠은 어디서 자나요."

 '압록강 아이들' 사진을 관람하는 보람초 아이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압록강 아이들' 사진을 관람하는 보람초 아이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천현 작가가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천현 작가가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을 찍은 조천현 작가는 1997년부터 최근까지 근 25년동안 조중접경을 다니며 우리 민족의 생활을 주제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통일뉴스]에서 출판한 사진집 『압록강 건너 사람들』, 보리출판사가 찍어낸 사진이야기책 『압록강 아이들』 등에 수록된 사진 100여점을 추린 후 봄, 여름, 가울, 겨울 계절별로 구분하여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곽재구 시인은 『압록강 아이들』의 추천사에 "중강진의 아이들이 부산의 아이들을 찾아와 함께 밥먹고 축구하고, 목포의 아이들이 열차를 타고 혜산의 아이들을 찾아와 함께 수영하고 동화책을 읽는 시간들을 우리가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큰 생의 죄가 있겠는지요." 라고 썼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