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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보다 먼저 상륙한 민주노총 통선대… 미군기지에 휘날린 깃발은?

  • 기자명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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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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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5배 크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규모 주한미군 훈련장.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 사격장)이다.

이날 태풍으로 인해 텅 비었던 사격장 ‘체로키 밸리 게이트’ 게양대엔 미군 깃발 대신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는 글귀가 쓰인 깃발이 휘날렸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 로드리게스 사격장 ‘체로키 밸리 게이트’ 앞에 휘날리는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깃발.

민주노총 24기 중앙통일선봉대(통선대)가 6일 차 활동을 맞은 10일. 통선대의 기세가 태풍보다 앞서 수도권에 상륙했다.

활동 첫날(5일), 주한미군 세균실험실로 악명 높은 부산 8부두를 찾아 결의대회를 열고, 일본 영사관을 찾아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경고장을 던진 후, 다음날 해양투기를 방조하는 국민의힘 울산당사, 김기현 당대표 지역사무실 외벽을 ‘윤석열 퇴진’ 레드카드로 도배한 통선대.

6일 차엔 경기도 포천 주한미군 사격장에 나타났다.

▲ 로드리게스 사격장에 모인 24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 사격장 앞에 도열한 통선대 ⓒ사진제공 :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격훈련을 하는 곳이다. 지난 4월 한미 해병 연합연습(KMEP)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KMEP는 연간 15~25회 대대급 이하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사격장을 폐쇄하라”, “전쟁연습 중단하라”, “주한미군 물러가라”를 소리 높여 외쳤다.

 

포천 주민, 주한미군 총·포탄 공포 속에 살아

비바람에 몰아치는 사격장 C-1 게이트(모히칸 레인지) 앞에 모인 통선대가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포천시에서 수의사를 한다는 박낙영 씨는 통선대원들 앞에서 “포탄 사격이 얼마나 심했으면 소들이 임신했다가 유산을 한다. 심지어 민가에 포탄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알렸다.

로드리게스는 1953년부터 포병, 박격포, 전차, 헬기 등의 사격훈련이 이루어진 대표적인 훈련장이다. 사격훈련 시 발생하는 소음과 잇단 오발, 도비탄(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총·포탄) 사고로 주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씨 말대로 사람이 사는 주택 상공에 사격을 가해 인근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2015년, 민가 콘크리트 지붕을 비롯해, 민가에서 10m 떨어진 소나무숲에 미군용 105미터 대전차 연습탄이 떨어지면서 대형 인명피해 사고가 날 뻔했다.

박 씨는 “한미일-북중러 대결 속에 고통받는 건 남과 북”이라며 “노동자 통선대의 투쟁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평화에 초석을 놓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 로드리게스 사격장 C-1 게이트(모히칸 레인지) 앞. 주한미군 소총 사격장이다. 한국 경찰이 게이트를 보호하는 가운데 철조망 뒤(왼쪽) 미군들이 통선대를 지켜보고 있다.

▲ C-1 게이트 앞 결의대회 하는 통선대.

한반도 전쟁기지화하는 미국… “노동자가 전쟁훈련 막아낼 것”

통선대 대원들은 결의 발언으로 화답했다.

통선대 3중대 대원은 “포천 주민들의 피해 호소로 실사격훈련에 차질이 생긴 미군은 사격장을 포항으로 옮겨갔다. 여기서 쫓아냈더니 한반도 다른 땅 어딘가에서 또 훈련하고 있는 꼴”이라고 규탄하며 “미군 전쟁훈련 기지가 한반도에 남아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양주에서 태어나 동두천에서 자랐다는 5중대 대원은 “미군에 의해 윤금이 씨가 살해된 1992년,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분노했다. 효순미선 사건이 있던 2002년엔 세상과 타협하고 모른 척하며 살았다. 미 2사단 현장에서 일하며 미군에 대한 분노가 끓지 않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그러나 민주노총 통선대에 와서 다시 분노가 끓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편이 된 정권, 한미동맹 강화하는 정권 우리가 기필코 끌어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결의발언하는 조석제 통선대 총대장.

조석제 통선대 총대장은 “노동자가 앞장서서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일 전쟁동맹을 저지하자”고 호소했다.

조석제 총대장은 “몇십 년간 운영되지 않던 창원 도심 한가운데 미군 사격장에 갑자기 불도저와 트럭들이 드나들며 사격장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신냉전체제를 이어가며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미국”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반기 이뤄질 한미 전쟁훈련을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모아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전쟁 등 국가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한 을지프리덤실드(UFS)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때에 맞춰 윤석열 정부는 전국민 전쟁 연습이라도 하듯, 23일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까지 계획했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을 6년 만에 부활시킨 것.

지난달,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미동맹 및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철통같은 미한 동맹’을 강조한 상황. 을지훈련에도 역대 최대규모의 미 전략자산 투입이 예고되어 있다. 전략폭격기, 또 핵 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또 F-35 스텔스기가 전략자산에 해당된다.

결의대회를 마친 대원들은 “전쟁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를 외치며 ‘체로키 밸리 게이트’로 이동했다. 주한미군은 ‘모히칸 레인지’, ‘체로키 밸리’ 등 미국에 저항한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들의 이름을 붙여 게이트 이름을 지었다.

▲ 체로키 밸리 게이트로 행진하는 통선대.

▲ 체로키 밸리 게이트로 행진하는 통선대.

▲ 체로키 밸리 게이트에 도착했다.

통선대는 게이트 앞 게양대를 둘러싸고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올렸다. “전쟁책동 주한미군 물러가라”, “통선대가 앞장서서 전쟁연습 끝장내자”는 200여 통선대원의 우렁찬 구호와 통선대 붉은 깃발이 비바람과 함께 나부꼈다.

▲ 게이트 앞 게양대를 둘러싸고 있는 통선대.

▲ 깃발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 통선대 구호 깃발이 올랐다.

▲ 게양대에 오른 통선대 깃발.

▲ 깃발을 보며 ‘주한미군 철거가’를 부르는 통선대.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 미군기지 철조망에 소원지를 달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 투쟁을 마친 통선대는 경기 양주시에 있는 효순미선 평화공원을 찾아 순례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태풍보다 강한 민주노총 중앙통선대의 기세는 11일 서울에 상륙한다.

통선대는 일본 대사관 앞 투쟁, 도심 선전전에 이어 12일 미군기지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그리고 광화문 미대사관 앞 투쟁을 벌인다. 오후 3시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8일간의 투쟁을 보고하고, 이후 ‘윤석열 퇴진 2차 범국민대회’, ‘광복 78주년 8.15범국민대회’ 참가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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