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시각 차이가 브릭스 공동가치인 ‘탈달러’, ‘다극화’와 충돌하는가에 있다. 브릭스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하고, 회원국 화폐 사용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이견이 공동가치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의장국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라마포사 대통령이 언론 브리핑에서 언급한 것처럼, 브릭스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비전을 공유하는 국가들의 동등한 파트너십”이다.
요약하자면 반제·반패권에서는 일정한 의견 차이가 있지만, 탈달러화, 다극화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갖는다. 브라질 룰라 역시 정상회의에서 “브릭스는 역내 경제를 달러화로부터 디커플링 하기 위해 역내 협력을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극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서 ‘이견’은 허용되지 않았고, 이견의 표출은 곧 ‘균열’로 해석되었다. 우리가 익히 보아온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은 동일한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그러나 브릭스가 추구하는 다자주의에서 이견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견이 곧 균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견의 존재는 다양성의 징표이다. 다양성은 다자주의의 전제이다. 우리 언론이 부각하는 시진핑과 룰라의 이견은 그 자체로 브릭스가 다자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징표가 된다.
탈달러, 다극화로 전진하는 브릭스: 요하네스버그 선언의 주요 내용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요하네스버그 선언은 브릭스 국가가 탈달러, 다극화로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채택된 요하네스버그 선언은 서문과 포용적 다자주의를 위한 파트너십, 평화와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 동반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 인적교류 심화, 제도의 발전을 주제로 다룬 6개 분야에 대한 합의 내용이 담겨있다.
선언은 서문에서 브릭스 정신을 강조했다. “상호존중, 이해, 주권평등, 연대, 민주주의, 개방, 포용, 협력 그리고 합의”라는 내용을 가진 브릭스 정신에 따라 “정치와 안보, 경제와 금융, 문화와 인적교류의 세 가지 기둥 아래 브릭스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평화, 공정한 국제질서, 활력 넘치는 다자시스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증진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6개 분야의 세부 합의가 지향하는 것은 다자주의와 탈탈러였다. 그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선언은 다자주의에 대한 강력한 지향이 담겨있다. 브릭스 정상들은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공동 이익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유엔의 포괄적 개혁을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또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다자주의와 유엔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거부하고,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브릭스의 의지가 피력된 것이다.
경제, 사회 영역에서도 다자주의가 강조되었다. 선언은 다자간 금융기관과 국제기구를 장려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다자간 대응을 강조했다. 이번 선언에 다자(multi)라는 단어는 18번 등장한다.
선언은 다음으로 브릭스 국가 간 협력의 구체적 방안을 피력했다. 이 대목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브릭스 국가 간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공급망과 결제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고, 더욱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브릭스 정상들은 통화와 결제 시스템에 대한 보고서를 다음 정상회의까지 보고하도록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농업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선언은 브릭스가 세계 식량의 1/3을 생산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탄력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식량 공급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현실에서 아프리카 등 식량 부족 국가들은 이들의 농업 협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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