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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교사 학교에 추모 물결, 학부모 가게에는 항의 물결

대전 초등교사 몸 담은 두 학교에 시민 발걸음... 악성 민원 낸 학부모 가게 유리 항의글 도배

23.09.10 17:39l최종 업데이트 23.09.10 심규상(djsim)
고인이 몸담았던 A초등학교 정문에서부터 인근 골목까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추모 화환으로 뒤덮였다.
▲  고인이 몸담았던 A초등학교 정문에서부터 인근 골목까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추모 화환으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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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알려진 곳에는 항의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0일 오전 찾은 고인이 몸담았던 A 초등학교(대전 유성구)에는 정문에서부터 인근 골목까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추모 화환으로 뒤덮였다. 이 학교는 고인이 지난 2018년부터 올 2월까지 약 5년 동안 몸담았던 곳이다. 학교 측은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펼침막을 게시했다.  

또 학교 교정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일요일인데도 추모객들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글이 붙은 추모란은 빈 곳이 없어 인근 벽까지 추모글로 덮였다. 자신을 제자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추모글에 '그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라고 썼다. 한 동료 교사는 '또 다른 동료를 잃지 않을까 두렵다'고 썼다.

"너무너무 화가 난다"
 

10일 오전 찾은 고인이 몸담았던 A 초등학교는 휴일인데도 추모 화환과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  10일 오전 찾은 고인이 몸담았던 A 초등학교는 휴일인데도 추모 화환과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찾은 한 일행은 "우리 아이를 직접 가르쳤던 선생님"이라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동료 교사들이 추모객을 맞았다.

고인과 3년여를 함께 근무했다고 한 동료 교사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던 선생님"이라며 "지난해에는 체육 과목을 맡았는데 아이들이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 담임 반 학생들에게 '내가 좋아, 체육 선생님이 좋아'하고 묻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와 갈등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라며 "선생님을 떠나보내 너무너무 화가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A 초등학교는 11일 오후 3시까지 추모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선생님 나중에 오실 거죠?"
   
큰사진보기10일 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인근 B초등학교(대전시 유성구)에서 한 동료 교사가 추모 공간의 추모글을 정돈하고 있다.
▲  10일 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인근 B초등학교(대전시 유성구)에서 한 동료 교사가 추모 공간의 추모글을 정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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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10일 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B초등학교 정문에서부터 추모 공간이 마련된 학교 건물 앞까지 수백미터에 고인에 대한 추모 화환이 들어서 있다.
▲  10일 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B초등학교 정문에서부터 추모 공간이 마련된 학교 건물 앞까지 수백미터에 고인에 대한 추모 화환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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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인근 B 초등학교(대전 유성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문에서부터 추모 공간이 마련된 학교 건물 앞까지 수백미터에 고인에 대한 추모 화환이 들어찼다. 인근 주민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생님들의 행동을 지지합니다'라는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 조화에는 '학부모도 관리자도 가해자다'는 글 위에 '다음 차례가 될 동료 교사'라고 새겼다.

한 제자는 '저희 5학년 6반이 기다리고 있어요, 선생님 나중에 오실 거죠, 5학년 6반에서 뵈어요!'라고 써 읽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학교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A 초등학교와 B 초등학교에는 추모글과 함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를 지켜달라', '아동복지법 개정하라' '관리자는 각성하라'는 항의성 화환과 글귀도 많았다.

악성 민원 학부모 운영 식당에는 항의 행렬
 
큰사진보기10일 고인에게 악성 민원을 낸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앞에 시민들의 항의성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10일 고인에게 악성 민원을 낸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앞에 시민들의 항의성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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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인에게 악성 민원을 낸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앞에는 시민들의 항의성 발걸음이 계속됐다.  

이날 한 시간여 가게 앞을 지켜보는 동안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300여 명에 달했다. 이곳 가맹점이 A 초등학교 인근에 있어 학교를 찾아 추모한 뒤 오거나 매장을 찾았다가 A 초등학교로 추모하러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문 닫은 가게 출입문에는 시민들의 비난과 항의 쪽지가 가득 붙었다. 또 출입문과 유리창에 계란과 밀가루, 케첩 등을 던져 심하게 얼룩이 져 있었다. 한 시민은 "인근에 사는데 뉴스를 보고 와보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악성 민원을 낸 학부모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전날인 9일 "가맹점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 중"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내용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 중단 조치 중이며 향후 사실관계에 따라 추가적인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일 오후께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7일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근무하던 A 초등학교에서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지도하다 변화가 없자 교장에게 지도를 부탁했다가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이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고인이 작성한 기록을 보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썼다.
 
태그:#대전초등학교#교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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