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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출마’와 윤 대통령 ‘헌법 위반’ 상관관계

 

  • 발행 2023-09-10 17:37:38

 

  • 수정 2023-09-10 17:49:07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뉴시스
대법원으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가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던 김태우 전 구청장이 10일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자신의 궐위로 치러지게 된 10.11 보궐선거에 다시 나서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김 전 구청장이 대법원으로부터 확정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과 피선거권을 상실한 건 올해 5월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5개월 만에 자신의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유죄 판결로 직을 상실한 사람이 자기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건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법 판결 3개월만에 전격 사면, 이런 적은 없었다


김 전 구청장의 이러한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복권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법무부의 사면·복권 발표 당시 사유에 대한 언급은 내부고발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사면·복권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다. 우선 시점 면에서 그렇다. 김 전 구청장이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건 올해 5월인데,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8월 15일자로 김 전 구청장의 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정치인 사면·복권을 이렇게 단기간에 단행한 건 이례적이다.

사면·복권의 과정상 정당성이나 명분을 두루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사면 자체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정치적 행위인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정치인이나 경제인 사면의 경우 일정한 수준에서 국민 여론이 수렴됐다고 공히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사면이 단행됐을 당시 상당수 국민들의 비판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그 적절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이들을 사면하기 이전에 꽤 오랜 기간 국민들 사이의 논쟁 등 공론화 과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김 전 구청장의 사면·복권은 아무런 공론화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개 정치인 사면·복권은 ‘국민통합’이라는 대의를 전제로 단행된다. 주로 정치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던 정치인에게 관용을 베푸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광주 학살 주범인 전두환을 사면한 사례 등이 그러하다. 김태우 전 구청장 사면·복권은 이런 성격과도 전혀 맞지 않다.

그 외에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이 그나마 인정될 때는 여야 비율을 적당히 나눠서 사면 대상을 정하는 경우다. 물론 이 역시도 ‘자기편 살려주겠다며 다른 편 들러리 세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 사면된 정치인 7명 중 대부분이 여권 성향이다. 야권 성향을 굳이 분류하자면 임성훈 전 나주시장과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다. 임 전 시장은 현재 민주당 소속이 아니며, 조 전 시장은 현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판결이 문제였다’는 김태우 주장의 치명적 허점


매우 이례적인 사면인 데다, 그 정당성 및 명분을 두루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김 전 구청장은 “정치적 판결로 구청장직을 강제로 박탈당했다”며 오히려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사면과 출마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김 전 구청장은 이날 당에 후보 등록을 한 뒤 이같이 말했다. 또한 그는 “사법부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기존 대법원 판례와 너무 다르다.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됐던 판결을 분석해보면, 하나같이 사익을 추구했느냐 여부인데, 나는 방향이 반대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은 사면·복권 사유를 스스로 공식화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 전 구청장은 “최강욱 사건, 조국 사건, 울산 사건 모두 (판결이) 언제 끝날지 하세월인데, 저만 신속하게 (확정 판결을) 했다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판결이)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론이 충분히 조성됐고, 그 여론을 대통령께서 수렴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떤 정부도 그동안 단행된 사면·복권의 사유로 사법부 판결 잘못을 든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삼권이 분립돼 있으며, 그에 따라 대통령이 사법부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사면한다는 건 권력 분립, 즉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법부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는 대개 재심과 같은 사법 절차를 거쳐 교정된다.

김 전 구청장의 말은 곧 윤 대통령이 반헌법적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과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발언과 김 전 구청장 출마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은 비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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