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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못 받았던 택시노동자의 분신, 회사는 문 걸어 잠갔다

노조가 면담 요구하자, 경찰은 ‘퇴거불응죄’로 4명 현행범 체포

택시노동자의 분신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이 27일 회사 대표와의 면담을 촉구하려 했지만 사무실 문이 닫혀 있었다. ⓒ민중의소리
택시 완전월급제와 임금체불 해결 등을 요구하며 싸우던 택시노동자가 추석을 앞두고 분신했다. 분신 직후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전신 60%에 3도 화상을 입어 매우 위중한 상태로 전해진다. 노조 조합원들은 사측에 항의 면담을 요구했다가 퇴거 불응죄로 현행범 체포됐다. “불법을 저지른 건 회사인데 왜 노동자를 잡아가느냐”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은 27일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성운수가 택시노동자를 분신으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해성운수의 불법행태를 눈감아주는 서울시와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체불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고용노동부 역시 이 사태의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분신한 택시노동자는 방영환 해성운수분회장이다. 방 분회장은 완전월급제와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며 227일째 회사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었다.

방 분회장은 현재 폐지된 사납금제에 근거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며 회사와 싸워왔다. 사납금제는 법인 택시노동자가 매일 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 나머지 수입을 갖는 제도로,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폐지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1년 1월 1일부터 매일 회사에 운행 수입을 입금하는 대신 고정급을 받는 형식의 월급제를 도입했지만, 택시 회사는 여전히 변형된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종현 지부장은 민중의소리와 만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선 일정 금액의 운송 수입금 기준액을 정해서 수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택시 회사들은 (과거 사납금처럼 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기준금을 400~500만원으로 정해두고 운영하고 있다. 이 기준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공제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또한 “회사에서는 손님을 태운 시간만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손님을 태우기 위해 배회하거나 승강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방 분회장은 복직 후 1년 반 정도를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월 100만원 가량만 받았다. 매달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은 금액이 체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고용노동부에 찾아가도 처벌하지 않고, (택시 사업자를) 관리·감독을 해야 할 서울시는 월급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회사가 망하지 않느냐’는 말만 하는데 적어도 최저임금은 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은 방 분회장의 글에도 잘 드러나 있다. 방 분회장은 “사납금 및 기준금을 정해놓고 불법 경영을 하고 있는데 관할 관청과 노동청, 서울시청 어느 한 곳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사업주를 비호하는 말만 한다”고 개탄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과 노동당 관계자 20여명은 기자회견 후 회사 건물로 이동해 항의 면담을 하려 했지만, 사측은 나무 막대기로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오랜 시도 끝에 문이 열렸지만 사무실 문 역시 굳게 닫혀 있었다. 대신 나온 사측 관계자들은 “대표는 지금 지방에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노조 조합원은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대표가 병원에도 안 오고 어디 간 것이냐”고 울부짖었다.

‘대표를 만나야겠다’는 이들과 ‘건물에서 나가라’는 사측 사이 대치가 1시간가량 이어지자, 경찰은 노조에 퇴거 명령을 했다. 이에 항의하던 노조 조합원 3명과 노동당 관계자 1명이 퇴거불응죄로 현행범 체포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후 노사는 면담 일정에 합의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이후 성명을 내고 “경찰이 잡아넣을 것은 해성운수 사업주다. 그리고 해성운수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서울시와 체불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고용노동부”라며 “공공운수노조는 해성운수와 서울시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택시노동자의 분신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이 27일 회사 대표와의 면담을 촉구하려 했지만 회사 건물 문이 닫혀 있었다. ⓒ민중의소리

택시노동자의 분신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이 27일 회사 대표와의 면담을 촉구하려 했지만 회사 건물 문이 닫혀 있었다. ⓒ민중의소리
경찰이 회사 대표 면담을 촉구하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을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경찰이 회사 대표 면담을 촉구하는 노동당 관계자를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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