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택지개발, 주택공급확대인가
정부는 한편 주택공급 활성화, 택지사업 가속화를 위하여 택지개발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양주 왕숙 신도시 등 4개 지구 조기착공 추진, 광명시흥신도시 등 착공일정 단축, 인허가절차 간소화도 제시했다. 그러나 LH가 3기 신도시 고양창릉지구에서 공급하는 첫 필지 매각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고금리에 3기 신도시 택지도 안 팔린다, 2023.12.18. 매일경제). 기사는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을 지적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아파트가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수요자의 자금조달능력과 지급 능력에 비하여 부동산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고, 가격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투기심리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확장기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투자로 인하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발생한 결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은 법원의 관여 없이 이해당사자간 자율적 협약에 의해 사적 정리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다.
워크아웃제도가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촉진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익의 사유화·손실의 사회화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부동산 PF를 일으켜 큰돈을 벌었던 금융사들 또한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부동산 PF 연착륙 정책으로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집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동성 공급 규모를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반면 정부대책 어디에도 그간 건설, 시행사와 금융회사 채권단이 국민 모두에게 가계부채를 전가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에 대한 환수 방안, 무리한 사업의 확장과 투자로 인하여 건설·시행사와 채권자에게 책임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2024년도의 공공건설임대주택 예산은 4조4000억 원이다. 그마저도 작년대비 3000억 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2024년도 국토부 총예산은 60조9000억 원이다. 공공건설임대주택 예산의 20배 이상, 전체 국토부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PF연착륙 정책에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구체적 내용은 깜깜이다. 이처럼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혈세를 들여 메우고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할 이들을 지원하는 데만 일관한다.
한 술 더 뜨는 내용도 있다. PF연착륙 정책에는 부동산시장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노후계획도시특별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기존 부동산 소유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용적률 규제 완화, 안전진단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30년 이상 노후주택을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게 하는 등 재개발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주택 서민 정책으로 포장했다. 실상 이는 기존 부동산소유자에게 개발 특혜를 몰아주고, 청년·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
정부는 공사비 갈등 발생 시 분쟁조정제도 적용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 민관 공동사업의 경우 공사비 상승을 반영하겠다고 하고 이를 모범사례로써 분쟁 완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세금으로 공사비 올려달라는 건설사를 지원하겠다는 정책, 관이 주도할 테니 민간사업에서도 모범사례를 따라 공사비 상승을 반영해주라는 정책이다.
부동산경기 하락기를 맞아 현장에서는 거래량 급감, 분양아파트의 미계약 속출, 각종 재개발, 재건축현장에서 공사비분쟁이 끊이지않고 있다. 이러한 공사비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고, 높은 가격을 지탱할만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기존 주택소유자는 새집을 짓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집을 살 사람도, 집을 지을 사람도 돈이 없는데 무엇을 위해서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공급에 세금을 쏟아 부어 가격을 부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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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부동산정책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은 명확하다. 부동산 가격이 시장의 조정과정을 거쳐서 정상화되는 것을 막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전방위적으로 투입하여 건설산업을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돈 없는 기존 부동산소유자도 자기 돈을 최대한 적게 들여 부동산개발에 나서도록 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 그래서 건설사에게 끊임없이 일감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추가분담금이 많이 나오더라도 분쟁조정제도를 통해서 건설사가 공사비를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의 건설업계와 부동산 기득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경제정책과 부동산 정책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이에 맞서 결혼, 출산파업으로 화답하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소멸과 멸종의 단계를 서서히 밟아가고 있다. 이를 가속화한 정부의 이번 결정이 참으로 장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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