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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낙제점’인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27 10:17
  • 수정일
    2024/02/27 10: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핵심 빠진 전세사기 특별법 있으나 마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최근엔 실거주의무도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시도 중이다. 실거주의무는 실거주자만 분양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자칫 갭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서민 등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은 오히려 축소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줄었고, 매입임대주택 실적도 급감했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세입자들의 피해가 급증했지만,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선구제 후회수’ 방안도 정부여당의 거부로 특별법에 담기지 못했다.

지난 22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최은영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점철돼 있다”며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정책 측면에선 점수를 주기도 민망한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정책이 다주택자, 즉 가진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 소장은 “정부 정책으로서 있어야 할 사회적 설득과 공감이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있으나 마나한 전세사기 특별법... 아직도 세입자 보호 대책은 없어” 


특히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대책에 대해 최 소장은 “핵심이 빠져 있으나 마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말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한 바 있다. 하지만 반쪽짜리 특별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의 극렬한 반대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였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진 데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특별법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은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다는 우려였다.

최 소장은 “전세사기 피해의 핵심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만든 전세사기 특별법이라고 하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전액은 아니어도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특별법엔 이런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고 했다.

특별법 처리 당시 정부와 국회는 6개월마다 보완입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진행된 임시국회에서 보완입법을 위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최 소장은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면서 “늘 실효성 없는 정책들로 피해자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점도 짚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전세대출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전세대출 보증, 보증보험 확대 정책과 맞물려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른 전세보증금으로 인해 자기 자본 투입 없이도 ‘대출’과 ‘전세보증금’만으로도 주택 취득이 가능한,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 소장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가능했던 건 공시가격의 150%까지 보증보험 가입을 받아줬기 때문이고, 전세금의 80~90%까지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라며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소장은 “이후 공시가격의 150%였던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126%로 낮추긴 했지만, 그 외에는 아직도 대책이랄게 없다”면서 “여전히 신혼부부, 청년을 중심으로 해서 빚을 내줄 테니 전세 살라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최 소장의 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시사격의 126%까지 보증 보험 가입을 받아주고, 전세 보증금 대출은 여전히 80~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가 또 발생하더라도 세입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12.21 ⓒ민중의소리

정부의 ‘부동산 PF 문제 관련 대책’과 ‘전세사기 피해 대책’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짚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관련해선 ‘사인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엔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 소장은 “1.10 부동산 대책을 보면 웃음도 안 나온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있으나 마나한 말뿐인 정책들이 전부였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경영실패로 인한 PF부실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동산 부실 PF를 지원을 위해 공적 PF대출보증 25조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또 연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공적기금을 출연한 1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면 함께 발표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액에 협의매수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부터 우선 협의매수 대상으로 삼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협의매수 대상 주택의 범위가 협소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994명 중 LH에 매입 신청을 한 건수는 141건(1.3%)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부가 부실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들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전세사기 범죄를 피해자들의 잘못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전세사기 대책이 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정부가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증 보험이 확대됐는지, 대출이 어떻게 확대됐는지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반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도적 허점을 인정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망가진 취약계층 주거정책... 주거급여 정책도 지지부진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 대부분이 후퇴했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 예산 5조원가량을 삭감했다. 2022년 반지하 주택 침수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 물량을 2배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놓고 예산은 크게 깎아버린 것이다. 특히 매입임대주택 기금 예산은 올해 2조4,343억원으로 지난해(2조8,393억원) 대비 4,050억원 감소했다.

최 소장은 윤 대통령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취약계층, 서민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문제는 그런 인식들이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무턱대고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청년·고령자에게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은 지난해 약 4,610호 매입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목표 매입 물량(2만476호)의 23%를 밑도는 실적이다.

매입임대주택이란 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기존 주택을 사들이거나, 신축 예정인 건물을 매입(신축매입약정)해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장기간 시세의 50~80%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공공택지 등에 건설해 임대하는 주택과 달리, 매입임대는 임차인이 현재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주거안정을 지킬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라 수요가 많다.

최 소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모두 문제다. LH는 매입임대주택 2만호라는 목표가 있었는데도 4,600호를 사들이는 데 그쳤고, SH는 2022년 1만호에 달했던 목표치를 2023년 500호로 확 줄여버렸다”며 “이번 정부가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LH의 매입임대 매입 실적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2019년엔 2만340호를 사들인 바 있고, 2020년엔 1만6,562호, 2021년엔 2만4,162호를 매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엔 1만4,054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LH는 매입임대 매입 물량은 4,610호로 급감했다.

특히나 SH의 매입임대가 급감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개발 포화상태인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이 없다 보니 매입임대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년 8천호 가량을 매입하던 매입임대를 작년부터 500호까지 축소한 것이다.

최 소장은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은 주거취약계층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면서 “그런데도 SH는 사실상 매입임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그건 결국 주거취약계층의 삶이 더 개선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주거급여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거급여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대상 가구에 매월 지급하는 돈이다. 최 소장은 “그래도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급여 쪽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대선 공약에 주거급여에 관리비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주거급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중위소득 46% 선인 주거급여 대상자를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리비도 주거급여로 포함시키고 여름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혹서기 지원’ 항목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취임 2년이 다 돼가도록 주거급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최 소장은 “공동주택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관리비가 있는 상황에서 주거급여에 관리비가 포함되지 않는 건 맞지 않다”며 “결국 주거급여가 아닌 생계급여로 관리비를 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이 부분은 꼭 제도적인 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집값 하향 안정화 없이는 어떤 대책도 백약이 무효”


최 소장은 현시점에서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라고 봤다. 당장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도 어려울뿐더러 공급물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없이는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지금은 무엇보다 집값 하향 안정화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아니고서는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집값이 안정돼야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주거비 부담의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월세지원의 제도화를 제안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주거급여(중위소득 46% 이하)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11월 주거비 지원 제도가 없는 청년층에게 1년간 한시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정책이 도입된 바 있다. 다행히 총선 때문인지 이번 정부에서도 연장됐다”면서도 “이런 정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청년 가구 외에 아동이 있는 가구도 소외돼 있는데, 제도화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대상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지원 기준이 너무 낮아 아르바이트만 해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주거급여의 경우 중위소득 기준 46% 이하여야만 지원 대상이 되는 만큼 아르바이트만 해도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지원대상을 중위소득의 60~70%까지 올려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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