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에서 열린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에서 열린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7일까지 4·10 총선 전국 254개 지역구 가운데 202곳의 공천을 확정한 가운데, 당 안에서 ‘이재명 사당으로 형질 전환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낙천자가 비이재명계(비명계)에 집중되는 한편, 당내 경선에서 ‘자객 출마’를 자처한 친이재명계(친명계) 원외 도전자가 대거 승기를 쥔 까닭이다. 이를 “공천 혁명”이라고 했지만, 당 안에선 총선 판세에 적신호란 우려가 작지 않다.

6일 밤 발표한 지역구 후보 경선 결과 비명계 6명(강병원·김한정·박광온·윤영찬·전혜숙·정춘숙 의원)이 무더기로 패배하면서, 경선에서 탈락한 비명계 현역 의원은 8명(기존 이병훈·조오섭 의원 포함)으로 늘었다. 애초에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이들(기동민·노웅래·홍영표·이상헌·김민철·변재일 의원)까지 포함하면 비명계 낙천자는 14명이 된다. 아직 경선이 남은 지역도 있지만, 송갑석(광주 서갑, 재선)·전해철(경기 안산갑, 3선) 의원 등 또다른 비명계의 승리도 장담하기 어려워 비명계 낙천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박광온 의원까지 무명의 신인(김준혁 한신대 교수)에게 패배하는 걸 보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조차 잘 모르는 후보들이 쟁쟁한 현역들을 꺾고 올라오는 걸 보니 당원 구조가 정말 크게 바뀐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이겨 공천이 확정된 원외 친명계 중엔 ‘비명계 청산’을 내걸었던 이들도 적지 않다.

비명계는 긴장감과 참담함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경선 승부 자체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승리 이후도 장담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일단 총선에서 생환하면, 이후 선거 평가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공천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살아돌아오더라도 당내에서 완전히 소수파가 된다면 (이 대표 체제였던) 지난 2년보다 더 나은 4년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공천으로 4월 총선 이후 민주당의 당내 역학구도는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에선 이 대표가 대권과 당권을 모두 쥔 당내 ‘원톱’임에도 여전히 ‘오래된 주류’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와 86그룹에 밀려 ‘진정한 주류’로 서지 못했다고 봐왔다. 이 때문에 비명계와 친명계 모두 이 대표가 차기 총선을 통해 주류 교체에 나설 거라고 전망해왔다.

이 대표는 이런 결과가 “공천 혁명”이라고 상찬했다. 그는 이날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경선을 통해 증명했다”며 “(앞으로 국민들께서) ‘민주당이 역시 공천 잘하는구나, 혁신 공천했구나’ 판단하며 저희들에 대한 기대도 다시 되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친명계 의원들마저 “(지역구에) 아침 인사를 나가면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이재명 때문에 찍기 싫다는 말을 듣는다”고 토로하는 것과는 다른 인식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수도권에 나선 친명 원외 후보들 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층에서만 알려진 이들이라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며 “경선의 ‘비명횡사’(비명계가 대거 낙선한 상황을 비유한 말)가 본선에서 ‘친명횡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