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체제수호를 위해 오랫동안 진행된 국토부의 대국민 괴롭히기도 있었다. 수서와 포항, 마산, 진주, 전주, 여수를 잇는 고속열차는 지역 주민들과 의원, 철도노조,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십 수년을 모르쇠로 일관하다 지난해에야 몇 편성을 배치했다. 정책당국은 전 국민에게 좋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 의무를 수행하라고 세금을 내 월급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 머리 위에 존재하는 국토부 고위 철도 관료들에게는 "동료시민"이란 없다.
한정식집 입장에서는 테이블 정원을 손님이 다 채울수록 좋다. 4인상 하나가 1인상 4개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수서로 고속철도 노선 지선이 생길 때 현업 부서인 코레일 수서 고속 승무사업소와 수서역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밥상에 수저만 놓는 일이다. 이를 억지로 분리해 회사를 만들어 사옥을 짓고 사장과 임원들을 두는 일을 철도 발전이라며 밀어붙인 결과 매년 수백억의 중복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이제 국토부도 변해야 한다. 철도정책도 기후변화와 저출생, 지역소멸이라는 세계적이며 국가적 과제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전국 철도망과 광역 철도망, 또 지금 불타오르는 GTX 확대까지 철도가 시민들의 삶 속에서 모빌리티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속철도만큼 일반철도에 대해서도 투자가 필요하다. 일반철도 활성화는 결국 고속철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철도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을 가속화 하지 않는 길도 찾아야 한다. 수도권과 달리 지역 광역권 철도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 철도 수혜지역 확대를 위해 비수익 노선을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KTX는 지난 20년 국토부의 외면과 냉대 속에서도 꿋꿋하게 시민들의 발이 되어 달렸다. 그 바탕에는 시민에 대한 헌신을 사명으로 여기는 기관사, 열차 승무원, 정비원, 청소원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관제부터 선로 유지보수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철도노동자가 함께해온 20년이었다. 이제 다음 20년은 SRT와 KTX가 하나로 통합되어 비정상의 상태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20년, 철도가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 기관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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