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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간이과세 확대’ 공약...전문가들 “수조원 세수 감소”

“소상공인 지원 효과도 크지 않아...직접 지원이 일반적”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경남 거제시 고현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거제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서일준(경남 거제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6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부가가치세(부가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부 생활필수품의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고 발언한 지 나흘 만에 또 부가세법에 손을 대겠다는 공약을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가세 인하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보다 간이과세 확대 공약의 세수 감소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부가세는 소득세,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과세 행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지원 유세에서 "(간이과세 기준을) 2억원까지 파격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부가가치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승리해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이과세제도는 1977년 부가세 도입 이후 과세특례 형태를 거쳐 2000년부터 현재와 유사한 형태로 소규모 영세 사업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일정 기준 이하 연매출을 내는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이외의 모든 사업자는 일반과세자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세 부담이 작고, 세무 자료 제출도 간소하다.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부가가치율 15~40%를 적용받는다. 100%가 적용되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가치율이 낮다. 이 때문에 매출세액이 훨씬 적게 산출된다. 일반과제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부담하지만, 간이과세자는 매출액의 15~40%에서 부가세율 10%를 적용해 부가세가 결정된다. 단순 계산하면 부가세율이 1.5%~4% 정도로 적용되는 셈이다. 부가세 신고도 1년에 2번 신고하는 일반과세자와 달리 1월에 1번만 하면 된다.

간이과세의 연매출 기준금액은 20년 동안 4,800만원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1년, 8,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개정 전에는 간이사업자의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면제를 적용했으나, 개정 후에는 간이과세자라도 연매출 4,800만원 이상이라면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가지게 했다.

오는 7월부터는 기준금액이 1억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올해 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준금액을 현행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으로 상향했다.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최대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민생토론회에서 기준 상향을 언급한 후 기재부가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 위원장이 기준금액을 2억원까지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향이 예정된 기준금액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수 감소 수조원 규모될 것...실현되면 더 큰 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간이과세 확대로 인한 세수 감소를 우려했다. 지난 2021년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800만원에서 8,000만으로 상향하면서, 간이과세자는 2020년 168만명에서 187만명으로 2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1~2025년 세수는 1조1226억원, 연간 2245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7월 기준금액이 1억400만원까지 상향될 경우, 간이과세자가 14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연간 4,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기준금액을 2억원으로 올리게 되면 세수 감소 규모는 수조원 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매출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의 일반사업자는 50만4천명이며, 이들이 납부한 부가세는 5조5천억원 규모다. 만일 이들이 모두 간이과세자로 포함된다면, 간이과세자에 적용되는 1.5~4%의 부가세율로 단순 계산했을 때 최소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미 부가세는 감소 추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둬들인 부가세는 전년 대비 7조9,000억원 감소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이과세자 증가로 세수가 더 감소되면 재정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56조4천억원 감소한 상태다. 여기서 부가세 감소 폭이 더 커진다면 '세수펑크' 현상의 심화가 우려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번 부가세 인하 공약과 비교하면 이쪽이 훨씬 세수 감면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조세 체계 근본인 부가세를 건드리는 건 가장 안 좋다. 최악의 감세"라고 지적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연매출 1억~2억원 일반사업자들을 간이과세자로 전환한다면 단순 계산해도 수조원이 감소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이미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조원을 어디서 보충할 건가. 여당에서는 소득세도 깎아주고 상속세도 없앤다고 하는데 그러면 세금은 누가 내느냐. 실현 불가능하고, 실현되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간이과세자가 늘어나면 과세 체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애초에 간이과세는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영세 개인사업자들이 매입·매출에 대한 세금계산이 힘든 상황을 고려해 과세 기준을 간편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간이과세자는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삼아 납부액을 계산한다. 일반과세자에 비해 구체적인 세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이과세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부가세 신고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부가세를 기반으로 하는 과세 행정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한 모든 거래에 부과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세청은 사업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입·매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소득세,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을 파악하는 기반이 된다. 간이과세자가 늘면 다른 세금을 파악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사업자가 거짓으로 소득신고를 해도 국세청은 부가세를 통해 진짜 매출액을 알 수 있다"면서 "매입세액에서 매출세액을 공제하는 부가세액 계산 과정에서 매출·매입이 드러나니까 국세청을 속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조세의 근본이 매입과 매출을 맞추는 건데 여기서 예외인 간이과세를 늘리면 부가세 체계의 기본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소상공인 지원 효과도 낮아...직접 지원이 더 나은 방안"


인위적으로 매입·매출을 조정해 간이과세자 범위에 들어가려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예상한 것보다 간이과세자가 더 크게 늘어나고, 세수 감소 규모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이과세 기준금액 근방에 사업자들의 신고 금액이 몰리는 현상이 관찰됐다. 지난 2019년, 2020년의 연매출(공급대가) 4,000~5,600만원 사이의 사업자들의 부가세 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간이과세 기준금액인 4,800만원 근방 구간에 일반과세자들의 납부 금액 분포가 모이는 집군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일반과세자 간이과세자에 포함돼 부가세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일반사업자 및 간이사업자 부가세 납부세액 비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원은 "기준금액 주변에 집군하는 특징은 사업자들의 세 부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종별 부가가치율이 낮을수록, 즉 세 부담이 더 적어질수록 분포의 집군현상이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정작 세부담을 감소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간이과세와 일반과세의 세액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이과세와 일반과세의 가장 큰 차이는 매입세액에 대한 공제 유무다. 일반과세의 경우 부가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나누면 된다. 거둔 부가세에서 낸 부가세를 빼는 것이다. 간이과세는 매출세액의 15~40%(부가가치율)에서 부가세율 10%를 적용하며, 매입세액 공제는 0.5% 수준이거나 증빙하지 못하면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부가세율이 낮게 적용되는 간이과세자의 세부담이 작지만, 불경기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매출 8,000만원, 매입 9,000만원으로 적자를 본 사업자의 경우, 일반과세자라면 매출세액 800만원(8,000만원 X 부가세율 10%)에 매입세액 900만원을 뺀 100만원을 공제받는다. 반면, 부가가치율 40%를 적용받는 간이과세자라면 8,000만원 X 40% X 10%로, 320만원을 부가세로 내야한다. 매입에 대한 공제를 받더라도 매입액의 0.5%만 인정된다. 영업이 어려워진 경우에는 간이과세자의 세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2억원까지 기준금액이 상향되면 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유 교수는 "일반과세는 매입세액에서 매출세액을 뺀 금액을 국가에서 환급한다. 이 구조를 고려하면 장사가 잘 안 돼서 매출이 없고 매입만 있으면 환급을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반면 간이과세는 매입세액 환급이 없으니 조세부담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부가세 개편보다 직접 지원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조세 감면을 조세 지출이라고도 하는데 조세 지출이나 예산을 쓰는 재정 지출이나 똑같은 지출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세금을 거둬서 재정 지출로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일반적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부가세는 소비자가 내는 납부하는 데 이걸 거둬서 내는 사람보고 덜 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도 "예를 들어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 안에서 소상공인에게만 쓸 수 있으니 바로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돈도 못 버는데 간이과세 범위를 넓히면 소비가 늘어나겠느냐"라며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싶으면 직접 지원을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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