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파월 의장의 정책적 실패가 더욱 두드러진다. 마치 ‘샤워실의 바보’처럼 파월 의장은 뜨거운 물, 찬물을 오락가락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소환되는 사람이 지난 70년대 미 연준의장 아서 번스이다. 번스 의장은 70년대초 인플레이션이 5%정도 높았는데도 취임 직후 금리를 완화했다. 재선을 노리는 닉슨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1974년 미국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수로 더 뛰어올랐다. 그런데 심각한 경기침체 동시에 찾아왔다. 그러자 아서 번스 의장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이로 인해 미국 물가는 더 튀어 올라 두 자리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말았다.
결국 연준 의장이 폴 볼커로 교체되고 20%이상의 강력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게 되었다.
파월 의장 역시 비슷한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2021년 인플레이션 진입기에 ‘일시적’이라고 오판해서 조기에 금리인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 그 첫번째 문제다. 이후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것은 그럭저럭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두번째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잡히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금리인하 신호를 반복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거나 2차 인플레이션의 문이 열리고 있는 형국이다.
파월이 조급하게 금리인하 신호를 준 이유는 바이든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바이든 재정확대의 역풍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이든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이다. 조 바이든은 집권 이후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학자금 탕감 등 매우 공격적인 재정확장정책을 펼쳤다.
미 연준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통화긴축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미 재무부는 오히려 돈을 풀고 있었다. 미 정부는 재정지출을 위해 7조 달러 라는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풀었다. 현재 미국경제의 나홀로 성장도 이런 효과의 반영이다. 그러나 물가측면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잡히질 않고 장기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도 한창 논쟁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정책을 펼치더라도 물가폭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재정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민생지원금 25만원 주장이 그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되면 오히려 물가가 올라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하고, 재정을 축소하고 있는데도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의 재정확장정책은 미국경제의 재구성을 위해 34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감내하며 퍼붙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재정을 축소하고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도 물가가 오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미 고금리의 장기화와 원화환율 폭등
미국의 금리인하가 불가능해지면서 달러강세가 심화되고 원화환율이 1360원대에서 1370원대로 상승하는 추세이다. 원화약세가 심해지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국내물가가 또 상승하게 된다.
강달러 현상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약세현상도 이 금리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엔화환율은 달러대비 135엔에서 146엔으로 하락했는데, 6개월 후에는 155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미국 고금리의 장기화는 한국과 일본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미국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면 금리 때문에 형성된 강달러를 추세가 좀 약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화약세를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상대적이다. 미국 성장이 떨어진다하더라도 한국 등 다른 나라 경제가 더 성장율이 떨어지면 오히려 달러가 강해진다. 현재 한국경제 성장율은 단기적으로도 심각하고 구조적으로는 답이 없이 없는 수준이다.
미국은 1분기 경제성장율이 1.6%로 떨어졌는데 아우성이다. 그러나 한국은 똑같이 1분기 1.3% 깜짝 성장을 했다고 좋아하고 있다. 한국경제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과 금리격차나 성장격차 양 측면에서 한국은 강달러로 인한 환율폭등과 물가폭등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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