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작년 연말부터 여의도 정가를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던 최대 이슈는 선거제도다. 병립형이니 연동형이니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제도가 연동형이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가만히 있으면 연동형으로 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민주당 안에서 선거제도를 병립형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민주당 지도부가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잠깐, 병립형이 뭔지 연동형이 뭔지부터 알아보자. 둘 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제도의 유형인데(비례대표 제도 자체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전자는 정해진 비례 의석수를 각 정당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제도이고, 후자는 각 정당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를 합한 정당 의석수를 미리 정하고, 각 정당의 지역구 의석수가 거기에 미달하는 경우 비례의석으로 그 차이를 메워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이 전체가 아니라 절반만 메워주고, 메워주는 의석수가 미리 정해진 총 비례 의석수(현재 46석)를 초과할 때는 메워주는 의석수를 비례적으로 축소하기 때문에 완전한 연동형이 아니다. 그래서 '준' 자를 붙이는 것이다.
2020년 병립형으로 유지하던 비례제도를 준연동형으로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방식으로만 국회의원을 선출하면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 간에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병립형 비례제도로 보완하더라도 괴리는 거의 해소되지 않는다(특히 우리나라처럼 전체 비례 의석수가 적을 때는 더 그렇다). 정당 득표율은 제법 높지만 모든 지역구에서 1위를 하지 못해서 지역구 의석을 1석도 얻지 못한 정당은 병립형 비례제도 하에서는 유권자의 지지에 한참 미달하는 의석수밖에 얻지 못한다.
준연동형 비례제도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 간의 괴리를 완화해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당한 정당 지지율을 얻는데도 불구하고 의석수를 제대로 얻지 못한 진보 정당들이 약진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한마디로 당시의 제도 변화는 '정치개혁'의 일환이었다.
선거제도의 병립형 회귀는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려는 정치개혁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었고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 확보에도 불리한 것(지역구 후보 난립, 약속 위반에 대한 비난 등을 생각해보라)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로 기울었다. 이는 비례대표 의석 몇 개를 더 확보하려는 목적에 불과했고, 만약 그랬다면 비례대표 몇 석을 더 확보하려다가 지역구에서 훨씬 많은 의석을 잃을 수밖에 없었으니 소탐대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나라를 걱정하는 지식인들의 눈물 어린 노력이 있었다. 마침내 이재명 대표는 마음을 돌려서 현행 연동형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결단했다.
필자가 듣기로 민주당 최고위원 대부분이 병립형 회귀에 찬성했다고 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연동형 유지 결단을 내린 다음날인 2월 6일, 그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서 자기는 "그런 말 했던 기억이 없다"며 껄껄거렸다. 게다가 자신이 '이 시대 참 연동형 주장자'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실수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하는 자리에서 '오리발'을 내밀다니 참으로 염치없는 짓 아닌가.
사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윤석열 정권 심판의 열기도 그처럼 고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은 민주당 인사들은 압승의 토대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도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병립형 회귀를 목소리 높여 주장했던 사람들 중 누구라도 나서서 그때 '잘못 판단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고백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민주당에 꼭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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