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시기만 되면 화가 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물론 지금도 연차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임금을 받는 우리는 그저 '기본급이 최저임금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본래 의미란 것이 그것이니까, '아무리 적어도 이것보단 많이 받아야 한다'는 의미.
그러나 2018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우리의 바람이 산산조각 났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가 싶더니 일방적으로 산입 범위를 확대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다는 소식에 기대했던 조합원들은 정작 월급이 오르지 않은 급여 명세를 받아 들곤 실망했다. 조합원들은 노조에 항의 전화를 많이도 했다.
"노조 탈퇴할래요. 아니, 왜 신입직원만 보전금을 줘요? 기분 나쁘게."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하게 쏘아붙이는 언니는 급식실에서만 십 년 가까이 일했다. 연차에 따라 발생한 수당으로 신입직원보다 급여가 높았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는 신입직원에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만큼의 급여 보전금이 지급됐는데, 그 내용을 세세히 알지 못하는 언니들은 마치 신입들만 별도의 추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오해했다.
언니는 "일하다 골병이 들어 오늘도 퇴근하고 아파서 침 맞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월급 받아서 병원 다니느라 다 나간다"고도 했다. 현장에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생겼다. 서로 걱정하고 위해주던 사이였는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란 건 사람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몇 년 전, '민주'와 '진보'를 자임하는 정부가 들어섰다.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많은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산입 범위 확대' 탓에 실질적인 임금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기본급은 그대로 둔 채 온갖 수당을 다 최저임금 안에 밀어 넣고 나니, 정작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신입이라 수당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전금' 같은 급여 명세가 생기고, 앞서 말한 것 같은 불필요한 오해도 생긴다.
저 높으신 분들에게 최저임금은 탁자 위에서 퍼즐 맞추듯 짜맞추는 숫자놀음인데, 우리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삶이 걸린 문제다. 10년 넘게 일한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고, 아이들 방과후 교육을 못 하게 하는.
학교 급식실은 유독 몸이 힘들고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 환기 시설도 제대로 없는 급식실에서 뜨겁고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고 쉴 새 없이 일한다. 그러나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퇴사자가 늘어나는 반면 신규 채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히 업무량이 늘어나고 노동환경은 열악해진다. 악순환.
최저임금 인상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다음 달의 급여 문제일 뿐 아니라, 내 일자리의 안전 문제, 일자리의 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임금 초고강도 노동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위험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삶을 '최저'만큼이라도 지켜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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