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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열 정부 ‘차별’에 국회 도전 결심한 시각장애인 의원 서미화

“절박하게 도전, 정부와 다부지게 싸우겠다”...22대 국회 1호 법안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 당론 채택 촉구 “사회 소수자 위한 역할에 책임”

 

시각장애인 당사자 서미화(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입성은 정부에서 ‘속박’당한 장애인들이 합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집권 3년 차, 윤석열 정부에서 장애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서 의원에게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권, 교육권 등 어느 하나 후퇴하지 않은 게 없다.

“정말 절박하게 도전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던 서 의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서 의원은 “장애인을 매도하는 정권과 다부지게 싸워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중학교 2학년 때 불치병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은 서 의원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뒤 “차별의 현장을 매일 홀로 해결해야 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누군가 문제를 읽어줄 때까지 시험지를 몇 분이고 손에 쥔 채 기다려야 했고, 친구에게 부탁하지 않으면 학교를 다니기 어려웠다. 서 의원은 억울함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공부했다고 언급했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생활은 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서류 통과 자체도 안 된다”는 사실을 대학 졸업하고 알았다. 서 의원은 사회에 나가면 할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매일이 “철저한 거부”와 “밀어냄”의 연속이었다고 떠올렸다. 뼈저린 차별을 인식하고 절감하며 “내가 바꿔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서 의원은 “내가 할 일은 장애 차별과 싸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맞닥뜨린 차별은 곧 그의 “삶”이었다. 저항하며 하루하루를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사회에 ‘인권 운동가’로 소개됐다.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이들이 주변에 하나둘 늘어났다.

“경험하지 못한 정부”...‘장애인 국회의원’ 간절했던 이유

서 의원은 지난 4·10 총선 당시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추천 몫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시민사회의 지지, 장애인 동지들의 도움 속에 ‘국민 후보 선발 오디션’에 참여했다. 주변에서 함께 발표문을 짜줬고, PPT를 만들어줬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앞장설’ 장애 당사자 국회의원의 당선은 모두에게 간절했다.

“20년 넘도록 장애 인권 운동을 하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취약한 장애인들에 대한 제도와 정책을 국가가 나서서 만드는 것에 사회적인 동의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정부였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장애인들을 혐오와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며 ‘폭력 집단’ 프레임을 씌웠고, 잡아들여 구속했고, 비장애인들과 갈라치기 했다. 완전히 후퇴했다.”

특히 서 의원은 정부·여당으로부터 매도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언급하며 “장애인을 아침 출근길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처럼, 폭력 행위를 행사한 이들처럼 대했고, 비장애인과 갈라치기 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맞서 혐오 정치를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견고하게 한 장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 22대 국회 1호 법안 발의
잇단 예산 삭감에 “장애인 낭떠러지 몰며 ‘선진 국가’ 자랑하나”


서 의원의 이력에는 ‘최초’가 많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3년간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력이 대표적이다. 그에 앞서서는 전남 지역 최초로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했다. 서 의원의 ‘최초’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장애인, 특히 장애 여성의 사회 활동이 취약함을 반영한다.

스스로를 “배운 장애 여성”이라고 지칭한 서 의원의 표정에는 우월감이 아닌 부채감이 가득하다. “배우고 싶어도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장애 여성”을 떠올리며 그들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 의원은 본인의 당선 뒤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 동료들의 얼굴을 상기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본관 의안과 문이 열리자마자 ‘22대 국회 1호 법안’을 낸 이는 서 의원이었다. 국회 개원 나흘 전부터 보좌진들과 번갈아 밤샘 대기하며 1호 법안 발의를 위한 자리를 지켰다. 노력 끝에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이 1호 법안 이름표를 달았다.

서 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법’은 기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의 전부 개정을 제안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편의’를 위해 시혜적으로, 임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으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명시했다. 당선 직후 여러 장애인 단체와 소통해 법안의 내용을 마련했고, 야당 의원 27명의 동참으로 발의했다. “장애인이 시민으로 차별 없이 이동하는 사회를 만들고,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법안에 담았다.

서 의원은 지난 2010년 장애인 직능대표로 목포시의회 비례대표에 당선돼 일하며 장애인 이동권 증진에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목포 지역의 저상버스를 늘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버스정보시스템 단말기 설치를 이끌고, 장애인 관련 조례 제정·개정에 앞장섰다. 서 의원은 이제 전국 장애인의 삶을 위해 의정활동에 나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에 머문 정부의 복지지출 예산을 늘리는 것도 목표다. 서 의원은 “정부가 건전재정 운운하며 가장 취약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낭떠러지로 모는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국제사회에 ‘선진 국가’라고 자랑할 수 있나. 걸맞은 예산 편성, 정책, 입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자정 넘어 불 켜진 집무실, ‘소리로 보는’ 의원이 일하는 방법

서 의원은 “장애인, 여성, 노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 소수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들을 위한 역할을 국회에서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탈시설’ 권리를 명확히 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개정, 지역의료 균형발전 등에도 나서고 싶다고 했다.

‘소리로 보며’ 일하는 서 의원은 음성 번역을 사용해 문서를 읽고, 소리와 손끝으로 업무를 익힌다. 모든 것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국회에서 “2배” 이상의 노력을 들여 일해야 한다.

목포시의원 시절에도 밤 12시 전 집에 간 기억이 별로 없다는 서 의원은 “비장애인 의원들과 역할을 대등하게 하기 위해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국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밤늦도록, 자정의 시간까지 서 의원 집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개원한 뒤 일주일이 넘도록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용 업무 시스템을 구비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노트북을 가져와 일하는 중이다. 서 의원은 소홀할 틈 없이 업무를 개시했다.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 유기적인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한 위치다. 혹여나 “장애 정책, 제도, 법률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의원들”에게는 “얼마든지 토론하고, 만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로 임명된 서 의원은 당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의 당론 채택도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서 의원은 “당선인 워크숍 때 당론 채택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했고, 원내에도 계속 제안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당사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의 ‘시너지’도 기대한다. 서 의원은 국회 개원 전 김 의원과 차담을 가진 일화를 언급하며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도록 살아가는 일”에 김 의원과 정당을 초월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정권과 다부지게 싸우겠다”는 자신의 다짐이 꺾이지 않도록, 국회 안팎의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의회라는 거창한 곳에서 고립되기 쉽다. 300명 국회의원 안에서 외로운 섬처럼 있기 쉽다. 어려워 말고 손잡는다는 마음으로 늘 연락 달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체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혼자서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지지와 관심,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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