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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나?

 

[개벽예감 590] 누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나?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6/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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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오물 공중살포 기구 포착하지 못하는 한국군

2. 갑자기 월선 남하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

3. 심리전 확성기 방송은 왜 2시간 만에 중단되었나?

4. 한국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중단시킨 막강한 권력의 실체

  

1. 오물 공중살포 기구 포착하지 못하는 한국군

 

2024년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조선인민군이 네 차례 한국으로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778개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제1차 살포에서는 78개 지점에서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발견되었고, 제2차 살포에서는 354개 지점에서 발견되었고, 제3차와 제4차 살포에서는 346개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서울, 경기도, 인천을 포괄하는 수도권 각지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까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서울 시내 각처에 우수수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2024년 6월 9일 새벽은 북풍(북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부는 시간대가 아닌데도 조선인민군은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다량으로 날려 보냈고,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탈 수 없는 기상 조건이었는데도 서울 상공으로 속속 날아들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해명하기 힘든 기이한 현상이다. 기이한 현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4년 6월 9일 0시부터 6월 10일 오전 5시까지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들이 서울 시내 89개 지점에 우수수 떨어졌다. 이런 정황은 한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여단이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에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서울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 서울 시내 각처에 떨어졌는데도 한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여단은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비행금지구역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를 중심으로 반경 3.7km에 이르는 상공에 설정되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용산구는 물론이고, 중구, 종로구, 성동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계속 날아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상공을 지키는 방공여단의 반항공 레이더가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이 날려 보낸 오물 공중살포 기구는 지름이 2~3m밖에 되지 않는 풍선 형태의 비행체이므로, 레이더 전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는다. 레이더가 발사한 전파가 멀리 떨어진 비행체에 맞고 반사 전파로 되돌아오면, 그 반사 전파로 감시 표적을 포착하게 되는데, 오물 공중살포 기구가 레이더 전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으므로 한국군 방공여단의 반항공 레이더는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도권 상공을 지키는 방공여단이 운용하는 반항공 레이더는 원래 전투기나 미사일 같은 커다란 비행체를 포착하기에 적합한 것이므로, 지름이 2~3m밖에 되지 않는 오물 공중살포 기구에서 반사되는 전파는 부분적으로만 포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군 방공여단이 부분적으로 포착한 반사 전파는 구름이나 새 같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반사 전파와 구분되지 않는다.

 

한국군 방공여단이 반항공 레이더를 가동해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포착하려면, 레이더의 출력을 10,000분의 1로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레이더의 출력을 그렇게 대폭 낮추면 탐지거리가 너무 줄어 무용지물로 되기 때문에 레이더의 출력을 감소할 수도 없다. 

 

한국군 방공여단의 반항공 레이더망에 그런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조선인민군은 오물 공중살포 기구를 레이더 전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는 작은 크기로 만들어 날려 보냈다. 그러했으니 한국군 방공여단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은 한국군의 반항공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었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허탈감을 느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사건은 2024년 6월 9일 새벽에 일어났다. 그날 새벽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으로 날아간 공중살포 오물 뭉치 1개가 대통령실에서 약 800m 떨어진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에 떨어진 것이다. 대통령실 인근에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떨어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된 시각은 2024년 6월 9일 오전 5시 8분경이었다. 이런 정황은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6월 9일 오전 3시부터 5시 사이에 대통령실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정황은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대통령 집무실 옥상이나 대통령 관저 옥상에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예고했다. 만일 공중살포 오물 뭉치가 대통령 집무실 옥상이나 대통령 관저 옥상에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의 국가안보는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차단할 비상 대책을 당장 세우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그렇게 되어 2024년 6월 9일 오전 10시 30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긴급히 소집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조선인민군의 오물 공중살포 작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당일 오후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리는 회의를 마친 직후 취재기자들에게 “지금은 오물 풍선이지만, 이를 그냥 둘 경우 다음엔 무엇을 넣어 보낼지 모른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정한 기준선을 이미 넘어섰으므로, 행동으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2. 갑자기 월선 남하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는 결정을 내린 시각으로부터 30~4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2024년 6월 9일 오후 12시 30분경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연천군 북쪽 최전방에서 조선인민군 전투원 20~30명이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약 50m 남하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 있던 한국군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에게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돌아가라는 경고방송을 하더니, 경기관총을 허공에 대고 몇 발 쏘는 경고사격을 했다. 총성이 울리자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은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돌아갔다.

  

한국군 합참본부 공보실장이 취재진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그날 조선인민군 전투원 20~30명은 군사분계선(국경선) 일대에 “길도 없는 곳에서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움직이고 있었다”는데, 일부는 무장을 했고, 일부는 도끼와 곡괭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한다.

  

전투원 20~30명이라면, 1개 소대 병력이므로,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월선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이 경고사격을 가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길을 잃고 실수로 군사분계선(국경선)을 약 50m 넘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아무리 수풀이 우거졌어도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서 근무하면서 인근의 지형지물을 손바닥처럼 꿰뚫어 보는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길을 잃고 실수로 군사분계선(국경선)을 약 50m나 넘어간 것을 실수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사건 발생 당일은 조선인민군이 최전방에서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전개하고, 한국군은 최전방에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매우 긴장된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한국군 감시초소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간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은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군사분계선(국경선) 일대에 우거진 수풀을 제거해 시계를 확보하기 위한 벌목작업에 동원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런 추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수풀을 제거하려면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톱과 낫을 들고 나타났어야 하는데, 그날 그들은 삽과 곡괭이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삽과 곡괭이는 수풀을 제거하는 도구가 아니라 땅을 파는 도구다.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은 그날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비무장지대 안에서 땅을 파는 작업을 하기 위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땅을 파는 작업은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근 조선인민군은 2024년 4월부터 접경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군사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1개 소대가 지뢰매설작업을 하기 위해 비무장지대에 들어갔다고 보는 추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군 감시병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이고 있는 판에 조선인민군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지뢰를 매설하려면, 야간에 4~5명이 은밀히 침투해 지뢰매설작업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사건 당일에는 야간이 아니라 오후 12시 30분경 대낮에, 그것도 4~5명이 아니라 20~30명이 수풀을 헤치며 우르르 돌아다녔다. 명백하게도, 그런 행동은 은밀히 진행해야 할 지뢰매설작업이 아니었다.  

 

대낮에 20~30명이 비무장지대에 나타나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우르르 돌아다닌 이상한 행동은 자기들의 이동 정황을 고의적으로 한국군 감시초소에 노출한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사건 당일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은 한국군이 무력 충돌위험이 고조된 상황에 대처하는 경계 태세를 어느 정도 갖추었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완전히 폐기된 9.19남북군사합의에 의하면, 상대측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경우라도 우발적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제1차 경고 방송과 제2차 경고 방송을 먼저 하고, 그런데도 상대측이 물러가지 않으면 제1차 경고사격과 제2차 경고사격을 하고, 그런데도 상대측이 물러가지 않으면 마지막에 조준사격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이동 정황을 고의적으로 노출하면서 군사분계선(국경선)을 약 50m 넘어간 사건 당일은 우발적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9.19남북군사합의가 전혀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 때였으므로,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한국군 전투원들은 위에 열거한 다섯 단계를 거치지 않고 즉각 조준사격을 할 수 있었다. 만일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이 기관총을 조준 사격해 조선인민군 측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더라면 우발적 무력 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은 기관총 조준사격을 하지 않고,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3. 심리전 확성기 방송은 왜 2시간 만에 중단되었나?

 

2024년 6월 9일 오후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심리전단에 하달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군사분계선(국경선)을 넘어 약 50m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 전투원들이 그에 대처해 경고사격을 가한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긴급 보고를 받고서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국군심리전단에 내린 것이다. 

 

당시 국군심리전단은 창고에 들어있던 심리전 확성기를 꺼내 이미 야외에 설치해놓고 이제나저제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받자마자 당일 오후 5시경부터 최전방에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군 수뇌부의 상황 오판에 의해 시작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앞으로 어떤 재앙적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024년 6월 9일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 의하면, 원래 조선인민군은 2024년 6월 9일 오전에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종료하고 더 이상 계속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오판한 한국군이 그날 오후 5시경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중지하려고 했던 계획을 바꿔 오물 공중살포 작전을 6월 10일까지 계속 진행했다고 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4년 6월 9일 담화에서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한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고 지적하고,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위기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 

 

2024년 6월 13일 데일리 NK 보도는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6월 9일 저녁 조선 접경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주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직후 강원도 접경지역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는 “적 방송을 듣지 말고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라. 전쟁도 해야 한다는 각오로 전투 근무를 수행하라. 병사들은 외출을 금지하라. 부대 지휘관들은 퇴근을 금지하라. 외부인의 부대 출입을 금지하라”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았고, 병사들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에 대처하는 긴급 계급교양을 취침 직전에 받았는데, 그날 이후로 매일 계급교양 시간이 10분 더 늘었으며, 무기와 전투기술기재 관리 및 취급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위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직후 강원도 접경지대 거주지 인민반들에는 “적들의 방송내용은 왜곡된 정보다. 방송내용에 관해 이야기조차 나누지 말라. 유언비어 유포자는 법적으로 처벌한다”라는 보위부와 동사무소의 협동 포치가 내려왔고, 주민들이 비상용품 검열, 비상소집훈련,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라는 지침도 내려왔으며, 지침에 따라 비상소집훈련과 대피훈련이 불시에 또는 주 2회 진행된다고 한다.

 

2024년 6월 9일 오후 12시 30분경 경기도 연천군 북쪽 군사분계선(국경선)에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약 50m 월선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에서 그들의 월선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가한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한국군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강행했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으로 “새로운 위기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 담화를 발표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6월 9일 경고 담화가 이전에 발표된 경고 담화에 비해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면서, 이번에는 아무 일 없이 넘어갈 것처럼 안이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오판이다. 경고 담화에서 절제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한 비난 담화보다 더 강력한 공격 의지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에 서술한 일련의 전개 과정을 보면, 2024년 6월 9일을 기해 무력 충돌위험이 증폭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24년 6월 9일 오후 5시경에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한국군은 방송을 2시간 동안 하다가 갑자기 오후 7시에 중단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군은 이튿날인 2024년 6월 10일에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한국군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2024년 6월 9일 한국 정부 소식통은 취재기자들에게 “이번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침을 결정하면서 단계적이고 세부적인 시행방침을 정했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일단 시작되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은 시작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갑자기 중단되고 말았다.

 

커다란 의문이 떠오른다. 세부적인 시행방침까지 정해놓고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한국군은 왜 2시간만 방송하고 갑자기 중단했을까? 이런 이상한 행동에 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군 합참본부 공보실장은 “우리 군은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즉답을 피하고 말았다.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2시간 만에 갑자기 중지한 것이 “융통성 있는 작전”이라는 공보실장의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가 어불성설로 답변을 회피한 것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명령한 신원식 국방부장관보다 더 높은 ‘상부’의 긴급 지시에 의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2시간 만에 갑자기 중단되었음을 말해준다. 

  

4. 한국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중단시킨 막강한 권력의 실체

 

한국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중단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의 실체는 주한미국군 사령부밖에 없다.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2024년 6월 9일에 일어난 엄중한 사태가 우발적 무력 충돌을 촉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여기서 말하는 엄중한 사태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1개 소대 병력이 약 50m를 월선 남하하고, 한국군 감시초소에서 그들의 월선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가한 위험천만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강행했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새로운 위기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명한 경고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위와 같이 엄중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무력 충돌위험을 고조시킨 상황에서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중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다른 이유는 없다.   

 

한(조선)반도에서 무력 충돌위험이 증폭되었다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상황 보고는 2024년 6월 10일 미 제국 국방부장관과 미 제국군 합참의장을 거쳐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2024년 6월 11일 화요일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가 매주 화요일마다 정기회의를 하는 날이다. 그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는 한(조선)반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주요 의제들 가운데 하나로 토의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가 한(조선)반도에서 발생한 위험천만한 사태에 대처하는 방도를 토의하였던 바로 그날 2024년 6월 11일 공교롭게도 미 제국 태평양함대는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6월 4일부터 괌(Guam) 근해와 팔라우(Palau) 근해에서 시작한, 중국 침공을 상정한 대규모 해상전투훈련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고, 그런 엄중한 사태에 대처해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은 최신형 구축함 4척을 남중국해에 급파해 미 제국 태평양함대의 공격을 저지, 파탄시킬 해전 시나리오를 한창 연습하고 있었다.

 

이처럼 중국인민해방군과 미 제국군이 무력 대결에 진입한 것과 때를 맞춰 조선인민군과 한국군 사이에서도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었으니, 미 제국으로서는 자기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2개 전쟁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미 제국은 이 위험천만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조치를 당장 취해야 했다.

 

그래서 이튿날인 2024년 6월 12일 오후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서울 용산 국방부장관실에 나타나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미 2024년 5월 30일에 국방부장관실에서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공개 회담을 한 차례 진행했던 러캐머라는 불과 13일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 나타나 이번에는 공개 회담이 아니라 비밀회동을 진행했다.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매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래 비밀회동은 회동 자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법인데, 용케도 비밀회동의 ‘냄새’를 맡은 한국 언론매체가 취재에 성공하는 바람에 비밀회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2024년 6월 13일 한국 언론매체 채널A 뉴스 단독 보도에 의하면, 6월 12일 비밀회동에서 러캐머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에게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과정에 관해 질의했다고 한다. 러캐머라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 재개 과정에 관해 질의한 것은, 그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어떤 절차를 거쳐 재개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러캐머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었다.

 

비무장지대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관할하는 지역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유엔 사령관의 명의로 직접 관할하는 지역이다. 그러므로 한국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면, 한국 국방부장관이 사전에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2016년 11월 한국 국방부장관은 유엔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심리전 확성기 설치계획을 보고했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이 확성기들을 설치할 위치를 점검하고, 확성기 방송내용이 도발적이거나 공격적인지를 검토하고 나서 확성기 방송을 승인해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제국주의 군대에 예속된 한국군의 굴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원식은 러캐머라에게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보고도 하지 않고, 승인도 받지 않았는데도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국군심리전단에 하달했다. 이런 해괴한 정황은 상부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러캐머라는 자기를 따돌리고 중대 사안을 독단으로 처리해 무력 충돌위험을 증폭시킨 신원식의 경솔한 행동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2024년 6월 13일 한국 언론매체 채널A 뉴스 단독 보도에 의하면, 6월 12일 비밀회동에서 러캐머라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보도기사는 러캐머라가 신원식에게 “우려했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러캐머라는 신원식에게 자기 승인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더 이상 계속하지 말라는 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 분명하다. 

 

러캐머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권까지 발동하면서 사건을 엄중히 다루었다. 2024년 6월 13일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주한유엔 사령부 명의로 한국군의 심리전 확성기 방송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러캐머라가 자기 승인을 받지 않고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독단적으로 강행한 신원식의 행동을 조사하라고 주한유엔 사령부에 지시하였음을 말해준다. 상부의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중대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무력충돌 위험을 증폭시키고 러캐머라의 미움을 산 신원식은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방부장관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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