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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93] 한동훈이 김경수 복권에 발끈한 이유는?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8/18 [10:30]

 

논란 끝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었습니다. 정치인의 사면, 복권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여야의 정쟁 소재가 되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정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수 복권을 추진하자 한동훈 국힘당 대표가 강하게 반발한 것인데요, 한동훈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측근을 통해 복권을 반대하고 특히 국힘당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 지지자 카페 ‘위드후니’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 도배가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대통령 탈당하라”, “보수를 배신했다”, “당원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한동훈 대표 힘내라”라는 것이었습니다.

 

▲ 김경수 전 도지사. [출처: 김경수 페이스북]

윤석열이 김경수를 복권한 이유를 두고 대부분은 야권 분열을 노린 것으로 해석합니다. 지금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율 89%(8월 10일 기준)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도 여야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은 보나마나입니다. 그래서 야권 분열을 위해 이재명 대항마를 풀어놓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김경수가 정치활동을 재개하면 민주당 내 친문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나 김동연 경기도지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야권 내 이재명의 경쟁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라면 한동훈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동훈이 김경수 복권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미디어토마토가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힘당 지지층의 67.5%, 윤석열 지지층의 69.7%, 보수층의 67.7%가 김경수 복권을 반대했습니다. 윤석열로서는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지율 하락을 각오하고 김경수를 복권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뭔가 더 큰 정치적 이익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김경수 복권은 정계 개편용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 사정에 밝은 ‘찐윤’ 서정욱 변호사는 14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정계 개편의 여지를 열어놓는, 한동훈 대표 견제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이 김경수와 손을 잡고 한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양정철, 박영선, 주진우(언론인) 등이 여기에 합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일보도 16일 칼럼 「尹, 인위적 정계개편 가능할까」를 통해 “임기 5년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직 대통령 측이 자신의 수족이자 국정동반자인 집권당과 딴살림을 차리고 싶어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언제 현실화할지, 여의도에선 빠지지 않는 화두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는 심지어 집권 첫해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앞세워 ‘윤석열 신당’을 만들려 했었고 지난해에도 친윤계의 ‘분당식 창당론’이 나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총선 직후 영수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5월 9일 박지원 의원은 영수회담 물밑 접촉을 했던 임혁백, 함성득 두 사람에게서 직접 들었다며 “무시무시한 게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박정희-김영삼 영수회담에서 박정희가 “임자, 다음엔 (당신이 대통령) 해”라고 한 말도 언급했습니다. 즉, 박정희도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김영삼과 제휴하려고 한 것처럼 윤석열이 이재명과 제휴하려고 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경수 복권 이야기가 나오자 박지원은 영수회담 물밑 접촉 당시 윤석열 측이 김경수를 복권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는데 이재명이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보면 윤석열이 처음엔 이재명과 손을 잡으려다 여의치 않자 대상을 바꿔 친문세력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낮은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실과 여당의 잦은 갈등은 윤석열을 정계 개편의 길로 점점 내몰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국힘당 내에서 윤석열 출당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윤석열이 국힘당에 미련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원래 윤석열은 국힘당 출신이 아닙니다. 국힘당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2023년 9월 5일 시민언론 더탐사는 윤석열이 국힘당 입당 직전 국힘당 관계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거기에 보면 윤석열이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해”, “(정권교체를 하려면) 국힘이 아무리 미워도 국힘을 갖다가 플랫폼으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합니다. 윤석열이 국힘당을 지지하고 선호한 게 아니라 대통령을 하기 위해 들어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만약에 이놈 새끼들 가서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라고 하여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국힘당을 깨버릴 것처럼 말했습니다.

 

이번에 한동훈이 국힘당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윤석열의 방해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62.8%로 압승한 걸 보면 국힘당은 이제 ‘한동훈당’이 되었습니다. 윤석열이 국힘당에 발붙일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한동훈 국힘당이 자기 뒤통수를 칠 거란 걱정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김건희와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라는 게 드러나 눈길을 끈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3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윤 대통령으로선 국민의힘이 자신의 당인 줄 알았는데 전당대회 결과를 보니 당원 3분의 2가 한 대표의 편이었다. 게다가 한 대표가 채상병 사건 등에 있어 ‘원칙 수사’를 강조하고 있고 계속해서 자신과 갈등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한동훈이 우리를 지켜줄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총장 교체 배경

 

이렇게 보면 윤석열이 11일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검찰총장인 이원석은 특수부 출신, 이른바 특수통입니다. 특수부는 주로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같은 대형 사건을 주로 처리하며 검사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꼽힙니다. 특수통은 거물을 수사하려는 기질이 있습니다. 만약 윤석열의 권력이 강하다면 경쟁상대인 야권 유력 정치인들을 수사하겠지만 권력이 약해지면 윤석열을 겨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원석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과 충돌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원석이 한동훈 라인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습니다.

 

시사저널은 16일 기사 「‘배신의 칼’ 용납 못 한 윤석열, ‘기획통’ 검찰총장 전면에」에서 “권력을 정조준하는 특수부 검사 특유의 기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의 칼이 언제든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자신을 겨누려는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되살려 기획통 출신의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에 앉혔다고 했습니다. 기획통이란 법무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입니다. 요직이기는 하지만 수사 실적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서 특수통과는 정반대의 기질을 보입니다. 아마 윤석열은 기획통을 앉혀놓으면 말을 잘 듣고 대들지 않을 거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주현의 직속 부하였던 심우정을 검찰총장에 앉혔습니다.

 

검찰총장 인선을 봐도 윤석열이 한동훈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식 정계 개편 구상

 

그렇다면 윤석열의 정계 개편 구상은 무엇일까요? 김경수 복권을 두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친문”이라면서 “양정철, 박영선, 김한길 이런 체제로 해서 대통령께서 뭔가 본인의 정치적인 보험으로써 친문 집단을 생각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과 친문이 합쳐지는 정계 개편이 될 수도 있고, 친문이 하나의 플랜B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윤석열이 친문세력과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들 수 있습니다.

 

4.10총선에 참패한 직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국무총리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박영선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라고 적어 의혹을 키웠으며 보름쯤 지나 “긍정적인 답변은 한 적이 없다”라고 하여 실제 총리직 제안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서정욱도 8월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총선 직후 나왔던) 양정철 비서실장과 박영선 총리가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윤석열이 친문세력과 손을 잡고 신당을 차린다면 야권에서는 양정철, 박영선 외에도 임종석, 이인영 등 친문세력, 이낙연 등 민주당에서 이탈한 세력이 여기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국힘당에서도 원희룡, 안철수, 김한길, 친윤세력 등 한동훈과 거리가 있는 세력들이 합류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재명 민주당은 ‘개딸 정당’으로, 한동훈 국힘당은 ‘가딸(가발의 딸) 정당’ 혹은 ‘한딸(한동훈의 딸) 정당’으로, 윤석열+친문 신당은 합리적 중도 정당으로 자리를 잡으면 차기 대선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윤석열의 구상일 수 있습니다.

 

적폐세력의 정권 연장 셈법

 

그런데 차기 대선은 한동훈도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 한동훈뿐 아니라 적폐세력 모두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폐세력을 통해 한국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려는 미국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다른 변수가 없다면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 3일 실시됩니다. 그에 앞서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도 있습니다. 윤석열 지지율이 바닥인 상태가 유지된다면 지방선거도, 대선도 연달아 필패합니다. 최근 언론들이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한동훈 이름을 더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선 승리 가능성은 작습니다.

 

저들은 차라리 지금 윤석열을 탄핵하고 바로 대선을 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한창 저울질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대선을 하면 한동훈이 이재명을 이긴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옵니다.

 

박근혜 탄핵 때를 돌아봅시다. 당시 국회 구성은 새누리당(지금의 국힘당) 의원이 128석,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이 있었습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 표결에는 새누리당 1명을 제외한 299명이 참석했고 탄핵 찬성에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가 나왔습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새누리당에서 62표, 거의 절반 가까운 수의 찬성표가 나온 것입니다. 이는 탄핵에 찬성한다고 사전에 밝힌 44명 외에도 꽤 많은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뜻입니다. 사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작정하고 반대표를 던졌거나 아니면 아예 표결에 불참했으면 탄핵을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추미애 의원은 2021년 4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기가 비박계를 이끌던 김무성 전 대표를 설득했기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탄핵발의를 앞둔 2016년 11월 30일 김무성을 만나 “형사책임과 달리 탄핵재판은 헌법에 대한 태도 책임을 묻는다는 뜻의 ‘행상책임’인 것이어서 조기에 탄핵 결론이 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고 여기에 김무성이 수긍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리적인 문제 때문에 적폐세력들이 움직였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들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건 당시 성난 민심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만약 반대표를 던져서 탄핵을 막았다면 민심이 새누리당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자포자기한 건 아닙니다. 이들은 탄핵당하더라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바로 당시 친박계에서 흘러나온 ‘반기문 대망론’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권 도전을 시사한 직후인 2016년 6월 1일 MBC가 의뢰한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31.6%를 얻어 단숨에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는 문재인(16.2%), 3위는 안철수(11%)였으니 압도적 지지라고 할 만합니다. 당시에는 반기문이 스스로 어느 정당 후보로 출마할지 밝히지 않았고 참여정부 출신이기는 하지만 기본 성향이 친미보수라서 새누리당으로도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이걸 보면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기문을 영입해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고 보고 탄핵에 동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후 반기문의 밑천이 다 드러나면서 지지율은 거품처럼 빠졌습니다.

 

아무튼 지금 적폐세력들도 과연 탄핵하는 게 유리할지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폐정권 유지·재창출을 원하는 미국도 한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과 한동훈도 부리나케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미 견제를 넘어 경계의 수준까지 간 둘의 관계를 놓고 보면 아마도 서로를 죽이는 판으로 고민할 듯합니다.

 

윤석열은 한동훈이 탄핵을 선택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합니다. 그래서 한동훈을 배제하고 친문세력과 손을 잡으면 안전하고 확실하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며 적폐세력과 미국을 설득하려고 할 것입니다.

 

사실 적폐본당을 깨고 제삼의 중도보수정당을 만들자는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 2017년 유승민의 바른정당, 2024년 이준석의 개혁신당 등이 모두 같은 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지금의 국힘당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계 개편을 해야 한다는 건 윤석열뿐 아니라 다른 적폐세력과 미국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지금 윤석열에게 정국을 반전시킬 방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경제, 안보 분야에서는 더 이상 반전을 노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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