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11일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조·러 조약) 비준서에 서명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의회 비준을 거쳐 지난 9일 조약에 서명했다. ‘조·러 조약’은 양 정상이 서명한 비준서가 교환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조·러 조약’에 따르면 어느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 일명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겼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했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의 파병이 가능하다.

‘조·러 조약’의 의미

‘조·러 조약’ 제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및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조·러 조약’은 1961년 7월 체결한 ‘조·소 조약’의 복원이다. ‘조·소 조약’은 소련 해체 이후 1996년 파기됐다. 2000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우호·선린·협조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서는 기존에 있던 '자동군사개입'이 삭제됐고, 경제·과학·기술·문화 등의 협력이 주요 내용을 이뤘다. 2024년 ‘조·러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28년 만에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복원된 것이다.

다만 ‘조·소 조약’ 체결 당시는 미국의 핵 위협 방어를 위해 소련이 조선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차원이었다면 ‘조·러 조약’은 미군 나토(NATO)의 러시아 침공을 대비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러시아가 조약 체결에 더 절박했다는 의미다. 조약 체결 장소가 1961년엔 모스크바, 2024년엔 평양이란 점도 이런 역학관계를 반영한다.

‘조·러 조약’ 효력 발생과 파병

 

수일 내로 양 정상이 서명한 ‘조·러 조약’ 비준서가 교환될 것으로 보인다. 교환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조·러 조약’에 효력이 발생하면 조선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이 현실화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파병설’과 관련해 “조‧러 조약 4조 군사 지원 조항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조선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조·러 조약’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이다.

푸틴 대통령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조·러 조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한 때’라고 한 것은 침략한 우크라이나를 물리치는 데 조선인민군의 힘이 필요한 시기를 말한다.

러시아가 겨우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를 물리치기 위해 조선인민군의 힘을 빌릴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토 미군이 전장에 직접 개입할 여지가 보이면 조선인민군의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토가 참전하고, 조선인민군이 파병되면 이는 3차 세계대전이다. 3차대전은 핵보유국 간의 전쟁임으로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북은 핵 보유 이후 첫 참전인 데다가 미 본토를 향한 선제공격 의지를 피력해 온만큼 조선인민군의 파병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한국 등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국정원은 대북 적대시 정책에 이용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조선인민군, 러시아 파병’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파병설’에 동조한 이유는 다르다. 오히려 조선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는 몸부림이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