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간호법 제정 축하 기념대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1.12. ⓒ뉴스1
최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빼박’ 증거가 잇따라 공개됐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 대상 사건을 기존 13개에서 2개로 줄인 특검 수정안을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사건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해 왔던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안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반대할 작은 명분조차 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면서 발끈하는 모습이다.
거부하기 힘든 제안
“수사대상, 추천방식 협의 가능”
박찬대 “한동훈, 마지막 기회”
기존에 민주당이 특검 수사 대상으로 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및 사건은 총 13개다.
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②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주식 등을 특혜 매입한 후 되파는 방식 등으로 부정한 이익을 획득했다는 의혹 ③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로 뇌물성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 ④ 고가의 명품가방 등 물품 수수 및 인사청탁 의혹 ⑤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을 했다는 의혹 ⑥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했다는 의혹 ⑦ 이종호를 통해 임성근 등을 구명로비했다는 의혹 ⑧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⑨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⑩ 명태균을 통해 제20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 ⑪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하고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에게 국가업무를 수행토록 했다는 의혹 ⑫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 한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의혹 ⑬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수사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방해했다는 의혹 등이다.
특별검사는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되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되는 안이 제안됐다.
기존 ‘김건희 특검안’(김용민 의원 발의, 169인 찬성)은 이 같은 내용으로 지난 10월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수되고, 이달 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런데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을 앞두고 민주당은 여당에 협의의 여지를 보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특검법 처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열어놓겠다”면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은 독소조항 운운하는 핑계는 그만 대고 직접 국민이 납득 가능한 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13개의 의혹 중 여당이 동의할 수 있는 의혹으로 수사대상을 좁히고, 한동훈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제3자 추천안’도 가능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라며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민심을 거부한다면, 윤석열 부부와 함께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발끈
추경호 “분열 조장, 저급한 정치”
한동훈 “할 말 없다”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안 제안에, 국민의힘은 각종 수식어를 동원하여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2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졸속 입법이자 입법농단”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안 제안에 대해 “나라의 법률을 만드는 일을 정략적 흥정 대상처럼 취급하고,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며 “민주당의 입법농단에 국민의힘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 꼼수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11일 “이재명 대표 선고에 집중된 시선을 흩뜨리려는 교만하고 얕은 술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의 말뿐이지 않나”라며 “거기에 대해 더 할 말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이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 특검법 뾰족하게 수정
“한동훈, 부끄럽지 않은 입장 밝혀라”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 수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13개 의혹 중 사건의 전모가 상당히 드러난 사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대변인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를 둘러싼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 개입 의혹이 있지만,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로부터 촉발된 김 여사 공천개입·선거개입 의혹에 국한할 것”이라며 “제3자 추천 방식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 드러난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경우 해당 의혹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윤석열 대통령 녹취뿐만 아니라 여러 당사자의 녹취 등 증거가 공개된 상황이어서, 특검을 거부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보인다.
특히, 압권은 윤 대통령의 녹취다.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녹취를 들어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김영선이를 (공천)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공개된 또 다른 녹취에서는 명 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에게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명태균이가 바람 잡아서 윤석열 대통령을 돕느라고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을 (여론조사) 거기다가 썼잖아. 내가 그거에 영향을 받아서 공천을 받기는 했는데”라는 김 전 의원 목소리가 공개됐다.
관련해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동훈 대표에게 묻겠다”며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이 지금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의 공천개입보다 직접적이라고 생각하나”, “당시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얻은 이익이 지금 윤 대통령 부부가 얻었다고 의심되는 것보다 더 직접적인가”, “명태균 씨가 윤석열·김건희 내외의 국정에 개입한 것보다 최순실의 개입이 더 중차대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이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을 통해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까지 된 윤 대통령, 검사에서 법무부 장관을 거쳐 여당 대표가 된 한 대표가 서로의 권력을 위해 진실을 외면해서야 되겠나”라며 “한 대표는 과거 국정농단 특검 당시 자신이 했던 발언과 수사 행적을 돌아보고 부끄럽지 않은 입장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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