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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이 뭔지를 알 긴 하나?

<칼럼>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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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1 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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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국방부 직속의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작년 대선에서 야당을 비난하는 조직적인 댓글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국정원과 국방부의 최정예 엘리트 심리전 요원들의 주된 활동은 북한과 야당을 싸잡아서 욕을 퍼 붓는데 맞추어져 있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상대방을 모욕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댓글 전쟁’을 주된 심리전의 영역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댓글 달기는 심리전이라기보다 그 변종인 사보타주, 즉 ‘폭동 일으키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우선 북한에 대해서는 내부 봉기를 촉진하는 ‘북한 불안정 사태 조장하기’에 해당된다. 또한 야당이 집권을 할지도 모르는 정치체제에 대한 조직적인 흔들기이자 심리적인 폭동을 획책함으로써 건강한 정치체제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조장, 북한과 야당의 이미지 일체화, 창의적인 모욕과 조롱이 주종을 이룬다.

그런데 이런 게 심리전이 맞는가? 냉전시기에 독일이 했던 심리전과 반대방향이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에 서독의 국방부의 심리전 총책임자는 오트빈 K. 부크밴더 대령이다. 그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방이 한창이던 10월 중순에 한국에 와서 강연을 했다. 그에 따르면 서독도 동독에 전단살포나 전파를 통한 심리전을 수행했는데 동독의 체제와 존엄을 건드린 일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진실을 전달하는 것 외에 다른 심리전은 없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를 조롱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보고 크게 놀라 “이렇게 하면 무슨 성과가 있는 것인가?”라고 우리에게 되물었다. 부크밴더 박사는 이제껏 한국이 북한에 행한 최고의 심리전은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대북 확해협력정책을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연에서 “그 때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그가 사이버사령부 댓글 전쟁을 목격하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보수정권이 이런 심리전 활동이 대중들에게 먹혀든다고 믿었던 이유는 뭘까? 국정원과 국방부의 엘리트 심리전 요원까지 동원하고자 했던 의도가 뭔가? 이에 대해 존 미어샤이머는 <리더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지도자들이 공포 조장에 나서는 것은 자신들이 대중은 인식하지 못하는 국가 안보상의 심각한 위협을 파악했다고 생각할 때, 또 직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로는 그 위협을 대중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이 때 리더는 거짓말을 하거나, 국가 기관이 자신의 존재를 은폐한 채 선동에 참여하는 일종의 ‘회색선전’이 나오게 된다. 지금 국정원과 국방부가 보여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제 국가보다 민주 국가에서 주로 나타난다. 대중은 우매하기 때문에 외교안보 정책결정에서 장애물이 된다. 이런 대중을 대상으로 심리적인 ‘겁주기 캠페인’으로 공포가 조장되면 국방비를 증액하기가 수월해지고 북한에 강압적인 정책을 펼치기가 수월해지며 덤으로 야당의 집권도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댓글공작을 펴는 군사지도자들의 심리에는 “효율적인 안보정책 결정에 민주주의는 장애가 된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는 국가안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인식에서 이들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라도 회색선전을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조장, 야당 욕하기를 자행할 유혹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한 발 빠지게 되면 나중에는 심리전의 애초 목적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망각하고 오직 ‘창의적인 욕하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제는 댓글달기가 일상적인 업무로 자리잡게 된다. 사실 2010년에 사이버 사령부가 창설된 이후 이 조직에는 제대로 된 업무체계나 교리, 보안 전문성은 거의 자리 잡지 못했고 오직 심리전단의 댓글달기만 활성화되어 있다. 애초 조직을 만든 목적과도 동떨어진 운영이다. 북한이 싫고 야당이 싫은 것까지는 그들의 정치적 자유라고 넘어갈만 하지만 민주주의가 싫다는 인식에서 나온 행태를 보면 이건 국가안보 기관이 아니라 괴물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14~16대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보좌관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전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디펜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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