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0억 원의 혈세를 삼킨 ‘만년 적자’의 비밀
교활한 지엠 자본과 공적 자금 투입의 한계
자주권 없이는 민주주의도 생존권도 없다
한국지엠(GM)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전국 9개 직영정비센터를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1월 1일 세종부품물류센터 하청노동자 120명을 해고했다. ‘GM 철수설’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다.
한국지엠이 위기를 구실로 보따리를 싸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한국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다. 2018년에도 공적자금 8,100억 원을 지원해 ‘10년간 철수하지 않고 공장을 유지하겠다’는 약속받았다. 하지만, 그 기한을 2년 앞두고 또 철수설이 불거진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한국법인을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8,100억 원의 혈세를 삼킨 ‘만년 적자’의 비밀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적자를 이유로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약 2,000명의 노동자가 실직하고 협력업체들이 도산하며 군산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창원, 부평 등으로 공장 폐쇄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한국 정부로부터 8,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아 챙긴 한국지엠은 이후로도 장부상 만년 적자를 기록하며 법인세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은 세계 최고의 숙련도를 자랑하며 밤낮없이 공장을 돌리지만, 회사는 늘 ‘적자’를 호소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 ‘만년 적자’의 실체는 다국적기업이 전매특허처럼 사용하는 ‘이전가격 조작’에 있다.
한국지엠은 완성차를 해외 본사나 계열사에 넘길 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반대로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나 원재료는 본사로부터 비싼 가격에 사온다. 싸게 팔고 비싸게 사오는 구조 속에서 이익이 남을 리 만무하다.
회사는 이렇게 인위적인 적자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구실로 한국법인이 내야 할 세금을 면제받는다. 우리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미국 본사의 이익으로 흡수되는 구조다.
여기에 본사가 빌려준 돈에 대한 고율의 이자까지 뜯어간다. 불투명한 업무지원비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기도 한다. 이것은 경영이 아니라 약탈이다. 기업 활동이라는 가면을 썼을 뿐, 그 본질은 국부 유출과 다름없다.
교활한 지엠 자본과 공적 자금 투입의 한계
지금도 한국지엠은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따라 온갖 특혜를 누린다. 그러다 경영악화나 노조와의 마찰을 핑계로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해고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한국 정부가 지엠의 이런 행태를 막을 방법이 없을까?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지분 17.02%를 가졌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중대한 자산 처분에 대해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엠 자본은 교활한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첫째,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때만 한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지엠은 이를 잘게 나누어 매각하는 ‘살라미 전술’로 법적 감시망을 우회한다. 이번엔 정비센터 몇 개, 다음엔 부품센터 하나,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쪼개서 팔아치운다. 그러면 거부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둘째, 경영권 보호라는 법적 장벽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당한 ‘경영적 판단’으로 해석돼 정부의 개입 근거가 매우 약화된다. 이번 정비센터 폐쇄나 하청 노동자 해고를 지엠은 '경영상의 필요'라고 주장한다. 법원은 기업의 경영권을 폭넓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거부권을 휘두르려 해도 “정당한 경영 활동을 방해한다”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법적 싸움으로 가면 정부가 이기기 쉽지 않은 구조다. 더구나 ‘쿠팡 사태’에서 확인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나 미 의회 차원의 압박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셋째, ‘철수 협박’ 때문이다. 정부는 지엠이 아예 짐을 싸서 떠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지엠이 철수하면, 정부는 수만 명의 일자리와 지역 경제가 무너지는 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거부권을 당당하게 쓰기보다는, 지엠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면서 "제발 한국에 붙어만 있어 달라"고 사정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8,1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주고도 주도권을 못 잡는 이유다. 특히 2018년도 그렇고, 2026년에도 지방선거가 있다. 한국지엠 철수는 생산공장이 위치한 인천 부평, 창원, 보령 등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결국, 정부는 대량 실업과 지역 경제 공동화라는 철수 위협 앞에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주저하게 된다. 이는 경제 주권을 지킬 공공적 통제 수단의 부재를 의미한다.
자주권 없이는 민주주의도 생존권도 없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직면한 고용 위기는 우리 사회의 ‘경제 주권’ 상실과 직결된다. 외국 자본의 이윤 동기가 국가의 산업 정책을 압도한 것이다. 한 지역 경제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다. 투표로 선출된 권력이 행사하는 ‘민주주의’는 달러 자본의 보이지 않는 강제력 앞에 무력해진다.
경제주권을 지키는 길은 달러 자본의 착취를 규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주는 단순히 외세를 배격하는 구호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의미한다. 국가가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제 주권’을 확립하지 못하면 노동자의 생존권도, 지역 경제도, 민주주의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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