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내용은 적나라했다. 2021년 7월 김건희 씨가 대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송한 명태균에게 “충성” 이라고 보낸 메시지뿐 아니라, 2021년 7월 윤석열 후보가 명태균에게 언론 인터뷰 방향을 직접 묻는 문자메시지, 2022년 11월24일 김건희 씨가 명태균에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명태균이 답변하는 메시지, 2022년 12월 31일 명태균이 윤 대통령과 신년인사를 주고받으며 창원 국가산단 지정 기원문 이미지 파일을 전송한 내역 등이 담겼다. 강혜경 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명태균-김건희-윤석열 메시지’ 내용만 이정도라서 만약 추가로 더 공개되면 특검은 피할 수 없다고 윤 대통령 쪽은 판단했을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한편 이런 의문도 들어야 한다. ‘왜 검찰은 명태균-김건희-윤석열 문자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만 급히 수사보고서를 만든 것일까?’ 그간 쏟아진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의혹은 단순히 ‘명태균 문자메시지’ 확인 차원이 아니었다. 수사의 시발점이 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대가로 전해진 돈 거래 흔적,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연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창원 산업단지 지정 관련 국정 농단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경과는 보고서에서 모두 빠졌다.
수사가 안 돼서였을까? 그렇지 않다. <워치독>이 창원지검에 피의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명태균 게이트 관련자들, 법조계의 설명을 두루 들어보면 창원지검에서는 이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수사가 이뤄졌다. 오세훈, 홍준표 관련해 명태균이 진행한 여론조사 자료와 비용 대납 관련 자료가 검찰에 제출됐고, 창원 산단 국정농단 의혹 관련 검찰이 별도로 확보한 녹취록만 수백 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창원지검이 2024년 11월 4일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유독 ‘명태균과 김건희 윤석열 사이 문자메시지’ 분석에만 집중했다. 일상적인 수사보고서가 아니라 명태균과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줄 만한 자료가 있는지 윗선에 보고하려는 보고서로 비칠 정도이다. ‘검찰 수사보고서’가 아니라 ‘대통령실 민정수석 보고서’로 의심된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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