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포와 철원 재두루미의 엇갈린 운명

 
 
윤순영 2013. 11. 05
조회수 101추천수 0
 

'아파트 병풍' 김포 홍도평야, 계속된 매립으로 월동지 유지 의문

철원 양지리, 사람 간섭 없어지자 대규모 무리 장관

 

한강하구에는 재두루미 백여 마리가 이 지역의 깃대종으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인 11월1일 재두루미 가족 3마리가 김포시 북변동과 사우동에 위치한 홍도 평에 월동을 위해 찾아 왔다.

 

뒤이어 11월4일 부부로 보이는 재두루미 2마리가 합류했다. 앞으로 재두루미 무리는 지속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다.

 

크기_dnsYS2_9018.jpg » 귀한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가 찾아왔지만 그들이 안심하고 머물곳은 많지 않다.

 

그러나 홍도 평야는 지속적으로 매립되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환경이 월동에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재두루미는 수 천 년 전부터 물려받은 땅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루미는 자신들이 늘 찾아오던 곳에 변함없이 날아와 여정을 푼다.

 

크기변환_dnsYS1_1355.jpg » 홍도평야에서 휴식을 취하는 재두루미. 까치도 덩달아 반갑다.

크기변환_dnsYS2_0042.jpg » 사람이 다가서자 황급히 자리를 뜨는 재두루미 가족. 도심 월동지에서 늘 있는 일이다.

 

두루미들은 특이하게도 가족마다 지정된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선호하여 다른 무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재두루미가 아파트를 병풍 삼아 도심으로 날아드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크기변환_dnsSY2_8538.jpg » 도심과 어우러져 날고 있는 재두루미. 뒤로 아파드가 보인다.

 

홍도 평에 매립이 중지되지 않는 한 머지않아 재두루미의 터전이 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매립된 터전 위에 들어서는 건물과 차량방해, 인간의 간섭을 받고 눈치를 살피며 재두루미는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전쟁 하듯이 이곳저곳 피해 다니면서도 이들이 홍도 평야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기변환_dnsYS3_5437.jpg » 매립지에 건축물이 들어선 홍도 평 뒤로 일산대교와 한강, 파주시 심학산이 보인다.

 

살려 달라는 몸부림일까? 터전을 지키려는 시위일까? 분명한 것은 사람이 살기 전부터 이곳은 그들의 땅이었다는 사실이다. 재두루미의 울음소리가 내 땅을 더는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실은 재두루미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과거의 자연을 현실로 보여주는 재두루미는 이제 한강하구에서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크기변환_dnsDSC_4802.jpg » 홍도 평에서 농경지가 매립되고 있다.

 

철원평야에도 250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찾아왔다. 이 가운데 1500여 마리는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나고 800여 마리는 일본 가고시마 이즈미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나라 주남 저수지 등 전역에 흩어져 월동한다.

 

크기변환_dnsYS3_6271.jpg » 한탄강 인근 농경지.

 

크기변환_dnsYS2_9047.jpg » 철원 평야에서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무리.

 

두루미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마을에 지난해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00년 이후 샛길 통제 등으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이 잦았던 현재의 양지리 통제소를 지난 4월 2.5㎞ 북쪽인 마을 안쪽 연주고개로 이전했다.

 

크기변환_dnsCRE_9526.jpg » 방해 요인이 없으면 재두루미는 수 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먹이를 먹는다.

크기변환_dnsYS2_9538.jpg » 안개에 잠긴 재두루미의 먹이터가 평온하다.

 

주민을 방문한다는 핑계로 들어가 차량으로 다니며 두루미 사진을 찍거나, 탐조 등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지는 계기도 함께 마련되었다. 이젠 동네 주민 이름을 대고 두루미 서식지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

 

크기변환_dnsYS1_1097.jpg » 여유롭게 짝짓기 춤을 연습해 보는 재두루미 수컷(오른쪽).

 

그곳엔 평야만 있어 방문 이유를 댈 수가 없다. 이젠 이곳저곳 피해 다니며 눈칫밥 먹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비로소 이곳은 재두루미에게 평화의 땅이 되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http://윤순영자연의벗.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