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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 계엄 1년 전부터 대북전단 살포”…국방부 심리전단 전역자 증언

내란 365일

“23년 10월부터 2개월에 1~2번씩

계엄 직전 10㎏ 풍선 100개 보내”

권혁철기자

수정 2025-12-01 08:33등록 2025-12-01 06:01

국군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 작전을 밝힌 ㄱ씨는 같이 근무했던 장병들을 생각해 실명과 얼굴 공개는 원하지 않았다.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심리전단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전까지 대북 전단을 몰래 보냈다는 증언이 당시 대북 전단 살포 작전에 참여했던 장병에게서 나왔다. 윤석열 정부 집권기에 민간단체뿐 아니라 군 당국에서도 대북 전단을 보낸 사실은 일부 보도가 됐지만, 작전에 참여한 장병의 구체적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심리전단은 유사시 대북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을 수행하는 부대다.

2023~2024년 심리전단에서 군 복무를 한 ㄱ씨는 30일 한겨레와 만나 “2023년 10월 중순 최전방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대북 전단을 담은 대형 풍선 10여개를 처음으로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고 말했다. ㄱ씨 소속 부대는 그때부터 2024년 11월까지, 2개월에 한두 차례 정도 작전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작전 때마다 풍선을 100개쯤 날려 보냈는데, 풍선마다 10㎏ 정도의 전단을 매달았다는 게 ㄱ씨 증언이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지난해 5월2일 밤 9시께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을 날리고 있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제공

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 작전은 2023년 9월26일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하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온 뒤 본격화됐다. ㄱ씨는 “헌재 결정 전에는 후방에서 전단 살포 훈련을 했는데, 그해 9월부터는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최전방 기지에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고 훈련 횟수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ㄱ씨는 실전 같은 훈련을 한달쯤 하고 다음달인 10월에 실제 북한으로 전단을 매단 풍선들을 보냈다고 했다.

ㄱ씨 설명을 들어보면, 당시 심리전단은 군사지도에 북한의 군사 기지, 공항, 일정 규모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 좌표를 그려놓고, 풍향과 풍속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가장 적합한 지점을 살포 지역으로 정했다. ㄱ씨는 “가장 멀리는 동해안의 원산까지 전단을 보내봤다”고 했다.

지난해 5월29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의 논에 북한에서 보낸 대남 전단 풍선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심리전단은 전단 살포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는 날을 골라 작전을 했다. ㄱ씨는 “부대원들이 밤 9~11시쯤 이름과 소속 부대가 표시된 군복을 벗고 특수작전 요원이 입는 검은 옷(흑복)으로 갈아입은 뒤 작전에 투입됐다”고 했다. 심리전단은 ㄱ씨 부대뿐만 아니라 중·서부 전선 일대 여러 곳에서 전단 풍선을 날려 보냈다고 한다.

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를 추적해온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평양 침투 무인기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으로도 북한을 자극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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