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도련선’이라는 안보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대만, 필리핀을 거쳐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이 선은 더 이상 추상적인 전략 구상이 아니다. 이 선을 따라 군사 협력은 촘촘해지고, 일본은 눈에 띄게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제1도련선의 부상, 일본의 공격적 군사·안보 행보
최근 일본의 군사·안보 행보는 자국의 방위력 보강이나 주변 정세 관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미·일 동맹의 전면적 강화, 미·일·한 3각 안보 협력의 제도화, 호주·필리핀과의 상호접근협정 체결,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의 군사 훈련·교류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26년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인 9조 엔(약 85조 원)으로 책정하고, 공격형 무기 도입과 무기 수출 규제 완화까지 추진하며 일본은 전후 질서 속에서 스스로 설정해 온 ‘군사적 자제’의 선을 빠르게 지워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정책의 나열이 아니다. 일본의 행보는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이 제시한 대중국 견제 구상, 특히 제1도련선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군사 질서 재편 전략과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다.
‘아시아판 나토’는 없다? 제1도련선이 알려주는 미국의 전략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판 나토’를 명시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외형이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특정 전략적 목표를 위해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군사·안보 질서의 기능에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근본 목적은 분명하다. 유럽에서 러시아를 견제함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토는 집단 방위 체계를 구축하고, 반복적인 연합 훈련으로 상호 운용 능력을 축적했으며, 병력 이동과 주둔을 제도화하고 군수·방산 산업까지 결속시켜 왔다.
이 기능적 정의를 그대로 아시아에 대입하면 ‘아시아판 나토’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성립한다. ‘아시아판 나토’의 목적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 전략의 구체적 구현이 바로 제1도련선이다.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이 선은 중국 연안을 따라 형성된 군사·정치적 차단선이다. 목적은 명확하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고 대륙 내부에 묶어두는 것이다.
유럽에서 나토가 러시아를 동쪽으로 밀어내는 구조라면, 아시아에서 제1도련선은 중국을 내륙으로 가두는 구조다. 다시 말해 제1도련선은 ‘아시아판 나토’가 실제로 작동하는 전선이자, 공간이다.
‘아시아의 젤렌스키’를 자처한 일본
이 맥락에서 일본의 위치는 분명해진다. 일본은 제1도련선의 핵심 거점이며, 미국의 최대 전진기지가 자리한 국가다. 중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으면서도 중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일본은 유럽에서 영국이나 독일이 나토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반격 능력 확보, 공격형 무기 도입, 다자 군사 협력 확대는 자위의 범주를 넘어 ‘아시아판 나토’의 기능을 일본에 부여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을 노골적 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과 협력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연결형 억제’ 전략을 강조한다. 일본은 미국의 전략을 아시아에서 대리·실행하는 핵심 국가로 정의되고 있다.
‘아시아판 나토’ 구상, 한국에 닥쳐질 구조적 위험
결국 아시아판 나토의 추진은 제1도련선 전략을 현실의 군사·안보 질서로 고착시키는 과정이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에서 보듯이 지금 그 최전선에는 일본이 서 있다. 이는 미국의 전략에 부응하는 동시에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는 이해관계에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역시 제1도련선상에 위치한 국가다.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국은 의도와 무관하게 대립과 갈등의 구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구조가 강요하는 현실, 이것이 바로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 가진 위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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