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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14년, 한국정치에 큰 기여

 
 
‘무상의료 무상교육’ 보편적 복지 시대를 열다
 
황경의 기자
기사입력: 2013/11/16 [22:31] 최종편집: ⓒ 자주민보
 
 
박근혜 대통령도 베낀 경제민주화 ‘원조정당’
 
“우리가 위헌이면 새누리당, 민주당도 위헌”
 
박근혜 정부가 사상 유래 없는 통합진보당 해산 폭거를 일으키며 신유신독재를 선포했다. 그 해산의 근거가 “통합진보당의 활동과 목적이 헌법의 민주적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 진보당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쳐 민주적 질서를 강화하고 공공의 이익 실현에 앞장서 왔다.
 
당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거쳐 지금까지 14년 동안 한국정치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왔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원조정당으로서 보편적 복지시대를 열었다. 부유세 신설, 해외투기자본 감시 등 경제민주화를 선도했다. 특히 비정규직, 장애인 등 사회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도 적극 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9일 민주찾기 토요행진에서 “진보당은 거대 정당과 달랐다. 민주노동당으로 시작해 14년, 진보당의 공직자들은 검은 돈 안 받았고 지역 토호 비리에 눈감지 않았다. 노동자 농민 서민 속에서 우리 힘은 그 어떤 거대정당보다 컸다. 그래서 해낼 수 있었다”며 친환경무상급식, 상가임대차보호법, 비정규직센터 설치, 밭직불금 등 진보당이 일군 성과를 하나하나 되새겼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진보당이 유신부활 박근혜 독재에 앞장서 반대했더니 적반하장으로 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한다고 한다”고 정부의 정당 해산 의도를 비판했다.
 
당이 시대를 앞서 제기한 진보정책은 보수일변도의 한국 정치 지형을 바꿨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선 무상급식이 쟁점으로 부각, 보편적 복지가 대세를 이뤘다. 민주당은 지난 2011년 무상의료와 무상보육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조차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공약을 내놨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복지가 대세
 
우리 당의 대표 정책을 꼽는다면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다. 당은 2002년 교육과 의료 기회 균등을 위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당론으로 채택, 16대 대선에서 이를 적극 내세워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좋은 정책이라는 담론 형성에 그쳤다. 실현 가능성을 낮다고 봤다. 이에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담론이 아니라 법, 제도로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했다.
당은 2005년 무상의료실현운동본부를 꾸리고 ‘암부터 무상의료’를 기조로 전당적 사업을 벌였다. 같은 해 6월 정부가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 인하와 보험 적용을 확대해 첫 성과를 거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 지지율 13.1%로 10명의 국회의원 배출, 원내 교두보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이후 당은 2006년 전염병예방법을 통과시켜 0~6세 어린이 필수예방접종 무료화를 이뤘다. 이를 홍연아 안산시의원이 전국 최초로 영아부터 무상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산을 확보하고 조례로 제도화했다. 이런 모범은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한 서울 각 구청에서도 영유아 무상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또 당은 2007년 노인 장기요양법을 통과시키고 2008년 건강보험지키기 운동본부를 결성, 의료민영화와 의료법 개악을 막아내는데 힘썼다. 이어 2010년에는 진주의료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이 처음 시행됐다. 이와 함께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시작, 본인 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은 대학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 등 무상교육 실현에도 힘썼다. 2002년 대선부터 등록금 상한제를 제기, ‘반값 등록금’ 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2010년에는 등록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고등교육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이는 2007년 대선에 이어 2012년 대선에서도 뜨거운 이슈였으며 새누리당도 ‘반값등록금’을 무늬만이라도 흉내내게 만들었다. 물론 새누리당의 빈 공약임이 드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이처럼 국가의 책임과 공공성을 강조한 무상정책시리즈는 2010년 복지논쟁을 촉발시켰다. 그 선두에 무상급식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밥은 교육의 일환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보편적 복지가 대두된 것이다. 이는 이후 복지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 주장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렇게 당이 처음 제기한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사회 주류정책으로 인정받는 데는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부유세 도입 등 경제민주화 선도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선 복지재정 확대가 필수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등으로 세수가 줄어든 뒤 증세 논쟁이 불붙었으며 지난해 대선에서도 지속됐다. 이에 첫 단추를 꿴 것이 당이다. 2002년 대선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함께 부유세 도입을 제기했다. 그리고 2003년 부유세 도입 서명운동을 벌였다.
 
부유세는 일정액 이상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으로 프랑스, 스위스, 노르웨이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부유세 도입이 야권의 목소리로 거듭난 것은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통해서다. 정 의원은 2010년부터 복지국가를 위해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부유세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고 국가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은 경제민주화 의제도 적극 제기했다. 론스타 등 투기자본의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IMF 이후 국내에 유입된 외국계 투기자본은 국내기업을 헐값에 매입한 뒤 고배당 유상감자에 이어 정리해고와 자산매각 등을 거쳐 조 단위의 차익을 챙겨왔다. 당은 외국자본유치의 문제와 이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 왔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 금융기관 매각 중단, 국유은행 확대 등 금융주권과 공공성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미 FTA 폐기를 가장 앞서 주장했다.
 
또한 재벌기업의 횡포에 맞서 중소상공인의 삶을 지키는 데 힘썼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 개설 허가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 논의를 촉발시켰다. 2010년엔 이정희 대표가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됐다. 앞서 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가임대차보호운동,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이자제한법 발의, 신용회복상담 등을 통해 서민경제 보호에 힘써 왔다. 이는 2011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이자제한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현실화, 공공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경제민주화의 영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1인 2표제, 여성할당제 등 정치제도 발전에 힘
 
당은 정치제도 발전에도 기여했다. 당은 진성당원제를 운영원리로 한다.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당직․공직 후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한다. 이는 기성정당의 금권정치,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깨끗한 정치를 안착화하는데 보탬이 됐다. 또 당은 가장 먼저 여성할당제를 도입, 여성정치세력화에 앞장섰다. 이에 지난 2008년 총선에는 지역구에 여성후보가 45명 출마, 전체 당 출마자의 44.12%를 차지했으며 비례대표 10명 가운데 5명이 여성후보로 ‘여성공천 1등 정당’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실장은 정치권의 투표 참여 논란과 관련해 “투표율 저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인터넷·모바일 투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미 당은 인터넷 투표 시스템을 벌써 10년 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을 정도로 한발 앞서가고 있다.
 
2002년 지방선거부터 1인2표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는 데도 당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이 헌법재판소에 국회의원선거 소선거구비례대표제가 평등선거, 직접 선거에 반한다는 헌법소원을 낸 것이 받아들여져 지방선거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후에도 당은 독일식비례대표제 필요성을 줄곧 제기하면서 사회 약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힘써왔다.
 
친환경무상급식 등 진보자치 모범 확산
 
당은 풀뿌리 진보자치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왔다. 이영순 전 의원이 대표발의, 통과된 주민소환법은 지방선출직 공직자들의 비리척결의 토대가 됐다.
 
무엇보다 당의 지방자치는 학교급식과 함께한 역사다. 지난 2003년 4월 전남도의회에서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로 학교급식조례가 제정됐다. 전종덕 전남도의원을 중심으로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가 함께 운동본부를 꾸려 서명을 받아 조례를 발의, 제정한 모범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16개 광역시도와 200여 개 시군구에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가 꾸려져 주민발의운동이 불붙었다. 이어 2006년 학교급식법이 개정되고 지역급식, 안전한 우리농산물, 무상급식을 목표로 한 급식운동이 전면화됐다. 당 지방의원들은 조례 제정에 이어 예산확보를 위해 힘썼다. 2009년 이은주 전 울산시의원은 관련 예산이 고작 4억 원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 수준인 것을 꼬집었으며 송영주 경기도의원은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무상급식 예산 50% 삭감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은 친환경학교급식센터를 설립, 공공급식 체계를 구축했다. 이런 당의 활동이 2010년을 무상급식 원년으로 만드는 데 바탕이 됐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전국풀뿌리연대 대표는 “당이 주민과 함께 움직여 제도를 입안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2007년 서울시의회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다. 이수정 전 서울시의원이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 교통약자들과 함께 서명을 받고 여론을 형성해 만들어낸 결과다. 이는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울산 동구에서 처음 시행된 주민참여예산제는 2010년 지방선거에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들이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2008년 경남도당이 처음 시작한 학자금이자지원조례제정운동은 전국으로 확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운동의 밑천이 됐다.
 

 
노동자, 농어민에 대한 진심이 진보정책으로
 
당의 정책에는 노동자, 농어민, 서민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오은미 전북도의원이 대표발의, 2008년 전국 최초로 제정된 전북농업인 소득보전조례는 기존의 쌀직불금을 밭작물까지 확대 지급하는 근거가 됐다. 이는 소규모 농사, 고령농 등에도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데서 의미가 깊다.
 
또 경기도 건설산업활성화촉진조례, 전남비정규직지원조례, 울산 학교비정규직직고용 조례 등을 제정해 건설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도 힘썼다. 울산 북구에서 처음 시행된 관급공사체불임금방지조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울산 동구가 구청 안에 설치한 비정규직지원센터는 노동자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당이 집권하고 있는 울산 동구와 북구는 진보행정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고 있다. 김종훈 동구청장은 “동구청에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국 최초로 인권도시 선언을 했다. 진보행정은 사람으로 외화된다. 행정이 내 삶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얘기가 주민 속에 회자되고 있다”며 주민을 행정의 주인으로 세우려 했던 지난 2년 동안의 성과를 짚었다. 윤종오 북구청장은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 코스트코 입점 허가를 반려했다가 소송에 휘말려 구청장직 상실 위기를 겪기도 했다. 윤 구청장은 “모든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주민의 의견을 듣고 또 듣는다”며 “주민 참여와 소통 행정의 성과는 ‘동원’에서 ‘자발적 참여’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지난 3년 동안 행정의 변화를 짚었다.
 
민주노동당부터 14년 동안 제시한 진보 정책과 담론은 한국사회 표준정책으로 인정받게 됐다. 처음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제기할 때 ‘빨갱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노동자, 농어민, 서민을 위한 진정성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당은 진보정책의 원조정당으로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우리 당의 더 많은 정책을 베껴가도 좋으니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길 바랐다. 이런 진심의 정치를 해왔던 당을 해산하려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당원들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장하면서 국민들 마음 얻었더니 새누리당, 민주당 다 베껴가 놓고 우리 보고 위헌이라고 한다. 그러면 새누리당, 민주당도 모두 위헌 아니냐”고 거세게 저항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듯 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실현과 경제민주화, 정치․정당제도 발전 등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우리 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란 얘기다.
 

 
황경의 기자 kehwang@goupp.org
<진보정치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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