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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총리의 눈물... "'이제 자네들이 해', 그 말씀이 우리 소명"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헌화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제 누구에게 여쭙고, 누구에게 판단을 구해야 합니까"

31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거행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조사를 낭독하던 김민석 국무총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김 총리의 목소리가 떨릴 때마다, 영결식에 온 각 당 정치인과 유족들 역시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내빈석 맨 앞자리에 앉은 이재명 대통령 역시 근조 문양을 가슴에 단 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옆자리에 앉은 김혜경 여사 역시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며 장내의 비통함을 더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상임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 총리는 이 전 총리와의 30년 인연을 회고하며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실제 이 전 총리와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그는 "여쭤볼 게 아직 많고 판단할 게 너무 많은데, 흔들림도 여전한데 이제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느냐"며 "'나는 판단관이지' 하셨던 선배님의 시야가 이미 다음 정부까지 향해있던 것을 안다. '이게 마지막이니 이제 자네들이 해'라던 그 말씀이 무거운 압박이자 소명이 됐다"고 고백했다.

김 총리는 "빚을 많이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기후위기 세종의사당부터 다당제 연합까지… "이해찬의 남은 숙제 완수" 약속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고인을 "시대의 버팀목이자 영원한 동지"라고 소개하며 1982년 춘천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인연을 떠올렸다. 우 의장은 "어떤 독재 권력 앞에서도 시퍼렇게 호령하시던 남다른 기개가 생생하다"며 "사람들은 당신을 '전략의 달인'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 전략이 역사적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성실한 노력의 다른 이름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고인의 핵심 업적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세종시 건설'을 꼽은 그는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세종시를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상징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한 결정적 역할을 하셨다"며 "선배님이 열정적으로 추진하셨던 '세계 첫 기후위기 대응 국회 세종의사당'이 불과 몇 달 뒤면 청사진을 드러낼 텐데, 이를 보지 못하고 가신 것이 너무나 원통하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상임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애통하고 또 애통하다"는 말로 시작해, '시스템 공천' 등 고인이 민주당에 남긴 유산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이 전 총리가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 29일 오후 6시, 고인과 저녁식사를 앞두고 있던 그는 "일정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며 "벌써부터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울음을 삼켰다. 그는 고인을 '민주당의 나침반이자 구원투수'였다고 평가한 뒤 "고인이 강조한 '성실·절실·진실'의 정신을 민주당의 DNA로 삼아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백낙청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시민사회를 대표해 조사를 낭독한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1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을 국가적 예우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기까지 그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며 "고인이 현실 정치와 국정운영의 주역으로서 '민주적 국민정당' 건설에 골몰했다면, 나는 촛불혁명을 기억하고 진전시키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이 민주 정치를 혼자서 온통 떠맡으려 하기보다, 변혁적 중도주의를 공유하는 다당적 네트워크가 형성된 가운데 폭넓은 연합 세력을 주도하길 바란다"면서도 "이러한 숙제를 놓고 고인의 예리한 통찰력과 공심이 어떤 지혜를 내놓을지 물어볼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 이번 서거의 가장 큰 상실"이라며 비통함을 전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명숙 전 총리는 "총리님,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라고 고인을 불렀다. 한 전 총리는 "나의 정치 인생 가장 추운 겨울에 나의 진실을 믿고 지켜준 분"이라며 고인에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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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전 총리의 영결식은 국방부 의장대가 소총을 들어 '받들어 총' 자세로 경의를 표하는 가운데 엄수됐다. 영결식이 끝난 후 손자가 직접 골랐다는 환하게 웃는 이 전 총리의 영정 사진 뒤로 비통한 표정의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등 다수의 정치인들이 따라 걸으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운구차를 향한 묵념이 끝나고, 하늘로 조총이 발포된 뒤 운구차는 장지인 세종시로 떠났다.

세종시는 이 전 총리 부모님이 모셔진 곳이자 고인이 생전 국회의원을 지냈던 지역구로,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은하수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이해찬 전 총리 마지막 길 배웅 유성호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이 전 총리 유가족, 이재명 대통령 내외, 권양숙 여사,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가 묵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 참석한 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뒤따르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이 끝난 뒤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이 끝난 뒤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이 엄수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영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고인의 영정에 묵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1일 오전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운구차량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고 이해찬 전 총리의 영정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옛 당대표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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