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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밖 조직' 선언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구글·애플이 노조탄압에 돈 쓰나?
전교조 찍어내는 게 독재정권의 증거"

[인터뷰] '법 밖 조직' 선언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13.11.19 20:18l최종 업데이트 13.11.19 20:18l
권우성(kws21) 황방열(hby)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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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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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는 일이 계속된다. 그리고 그 투쟁은 정부와 보수언론에 의해 불법의 딱지가 붙는다. 파업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어려운 경제에 깽판을 놓는 몹쓸 집단으로 낙인 찍는다. 엄연히 법이 보장한 파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여태까지 민주노총 스스로가 '법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적은 극히 드물다. 14년 전 천신만고 끝에 '합법'노총을 인정받은 설립신고서까지 찢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취임 4개월 만에 그 신고서를 찢어버렸다.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그는 조합원 3만여 명 앞에 서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건설하기 위해서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렸지만 지금 이 시기에, 법 속의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정부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1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신승철 위원장을 만났다. 43년 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 열사 추모 주간이었다. 지난 7월 당선된 신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전임 김영훈 위원장의 사퇴 이후 계속된 지도부 공백상태를 깨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취임 당시에도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 공무원노조 합법화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전교조 법외 노조화 문제,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문서 공개 사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죽음까지 닥쳐왔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와 KTX민영화 문제 등 민주노총이 나서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다가 민주노총 내부도 단속해야 하고 새로운 진보정치 구상도 멈출 수 없다. 비록 이 일들을 신 위원장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위원장으로서 모든 사안에 책임을 떠안고 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탄압은 이데올로기 공세"라며 "아이들에게 보수적 시각을 심어주려는 과정에서 전교조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법 속의 민주노총은 의미가 없다"는 발언과 관련해 "노동자의 기본권이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는데 그 안에서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약 2시간에 걸쳐 <오마이뉴스>와 현안 전반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신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교조 가처분 당연, 본안도 같은 결과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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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신고증' 찢는 민주노총 위원장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던 중 "지금 이 시기에, 법 속의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민주노총 설립신고증을 찢어버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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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정부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승인했다. 정부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그것이 일부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기쁜 소식이긴 하지만 그런 표현은 예상 외 결과가 나올 때 쓰는 것 같다. 당연한 결과이고 정상적인 판단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결과를 기쁜 소식이라고 하려니,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을 해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많은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전교조의 설립신고 취소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얘기했는데, 정부가 우긴 것 아닌가. 앞으로 있을 본안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 말씀대로 앞으로 본안 판결도 남아 있다. 법원이 가처분까지 받아들인 상황에서 이제는 더 이상 전교조가 법외 노조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이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다른 의도로 보인다.
"이데올로기 측면이 강하다.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전교조 탄압과 무관하지 않다. 보수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빼앗긴, 또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다. 그것도 같은 이데올로기적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수적 시각을 심으려는 다각적인 수단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 중 핵심이 전교조 탄압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지금 이 시기에 법 속의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의 설립신고서를 찢기도 했다. 투쟁 사안이 많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법 밖'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법 밖에 민주노총'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됐다. 그들의 외침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고 싶은 거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배가 고프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이 박탈당하는 구조라면 민주노총의 합법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투쟁과 파업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가해진 손해배상가압류 금액만 1700억 원에 이른다. 노동자들의 해고와 구속 모두 법 안에서 이뤄진다. 노동자가 법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가? 법이 정해준 합법성을 유지하는 게 우리의 기본권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보호받지 못하는 법 안에서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 같은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했다. 과거 군사독재와는 다른 의미로 읽힌다. 민주적 절차를 걸친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봐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현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심정적으로 독재정권에 가깝게 표출되고 있다. 국민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지 않는가. 제도적 민주주의, 국민의 피와 땀으로 뿌리 내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독재라고 할 수 있다."

-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도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노조 아님' 통보와 같은 맥락으로 전교조에 대한 탄압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위원장의 의견은 어떤가?
"본질적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지만 뜻대로 안 될 것이다. 직급이 낮은 공무원들의 정치적 행위는 보장 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마치 그것이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개입과 똑같은 책임인양 몰아간다. 그렇다면 조직적 개입이 확인 됐으니까 이번 선거는 무효라고 해야 하지 않나?

교원노조가 합법화 돼 있는 다른 국가에서는 그 교원노조가 포함된 노총 단위에서 정당과 정책연대를 하고 선거에 주체로 참여한다. 미국노조가 오바마와 연대했고 일본의 노총인 '랭고'도 선거에 조직적으로 참여한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정치행위를 해야 하는 조직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자기 정당화를 위해서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

- 전교조 탄압은 정권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치 예전부터 벼르고 타깃으로 삼은 듯하다.
"'나와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거기에 국가권력을 이용하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이 보장되는 게 민주주의의 큰 특징이다. 경제체제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떠나서 민주주의 안에서는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내가 진보주의라고 해서 보수적인 생각이 잘못 됐다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전교조를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보고 찍어내는 게 독재정권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삼성이 노조탄압하는 사례들 모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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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선택하면서 사회가 죽음에 둔감해졌다. 경기도 마석에 모란공원에 가면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노동열사들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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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태일님처럼은 못해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는데, 위원장으로서 어떤 심정이었나?
"최종범 열사는 또 다른 전태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900만 명이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파트타임, 특수고용, 사내하도급, 촉탁직 등 변종 일자리들이 쏟아진다.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그들은 정규직의 평균임금에 50%도 받지 못한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비정규직의 간절함을 사회에 외친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를 지키려다 일감을 빼앗기고 감사를 받았다. 그들이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조직하는 일이다. 분노가 표출되지 않으면 쉽게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그걸 막아야 한다."

- 최종범씨의 죽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돼도 사람들은 큰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선택하면서 사회가 죽음에 둔감해졌다. 경기도 마석에 모란공원에 가면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노동열사들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죽음은 자신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자본 기업들이 우아한 이미지 광고를 많이 하는 이유도 그렇다.

사회공헌이니, 감성경영이니, 윤리경영이니 하는 것들도 모두 노동자의 죽음과 그 자본의 책임을 분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경제 수준 상위 1%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짓된 희망에 목숨을 걸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미친듯이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대학을 나와도 비정규직이다. '나는 아닐 수 있다, 나는 안 죽을 수 있다'는 이제 공허한 소리다."

-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 공개를 계기로 민주노총이 대삼성투쟁을 전면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지 수사적 표현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방식이나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삼성이 벌이는 반노동정책, 탄압의 사례를 모을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삼성이 진출한 인도네시아나 브라질, 터키에서도 노동탄압 사례가 제기됐다.

민주노총이 비록 국내에서 영향력이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국제노동계에서는 결코 작지 않다. 국제연대를 통해 삼성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노동탄압의 사례를 모아내고, 이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결코 타격은 미비하지 않을 것이다."

- 삼성전자 쪽에서는 이 문제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문제이지 자신들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고용노동부도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의혹에는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삼성그룹도 노조파괴 문건은 단순 회의자료라며 구글이나 애플에도 노조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삼성에게 면죄부를 줬고, 삼성은 자신의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 정치권력보다 위에 있는 자본권력이 삼성이다. 거기에 굴복하지 않는 게 민주노총이고, 삼성의 조직된 노동자들이다. 지금의 삼성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이 정말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면 언젠가는 노동조합을 인정해야 한다. 세계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구글이나 애플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돈을 쓰나? 삼성은 노동조합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탄압하는 데 쓰고 있다. 삼성이 정말 혁신적인 기술로 수십조에 달하는 이익을 내는 것인가? 아니다. 하도급으로 점철되는 착취에서 이뤄진다. 가장 기형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업이다.

나도 삼성의 서비스 기사들이 삼성의 직원이 아닐 줄은 몰랐다. 그들은 20년 동안 삼성의 제품을 고쳐도 삼성 직원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지금 그 노동자들이 900만 명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대신하고 있다. 삼성에게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같은 폭발적 분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지금은 노사정 대화 못 들어가... 투쟁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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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에서 합법화에 합의한 전교조가 지금 저렇게 공격받고 있는데, 거기서 합의하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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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는 고용율 70%를 정권의 최대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에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 1만7000여 개를 늘리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시간제 일자리에도 비판적이다. 노사정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와 정부의 고용정책에 한마디 해달라.
"시간제 일자리의 가장 큰 핵심은 '선택의 권한'이 있는가 여부다. 가사나 육아로 어려운 조건 때문에 시간제를 선택했다면, 그 문제가 해소됐을 때 정규직으로 선택권이 주어지는가, 또 임금과 복지에서 정규직과 동일한가.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말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지금도 많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대다수가 시간제 일자리다. 청년, 여성의 일자리가 지금도 다 시간제 일자리인데, 또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일자리의 처우도 개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똑같은 일자리만 늘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국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 현재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화가 된다면 들어가겠다. 현재로써는 못 들어간다. 정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고용율 70% 목표 달성에 민주노총도 참여하라는 것인데 민주노총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 뭣 하러 들어가나?

전교조 문제는 과거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해 합법화됐다. 노사정위에서 합법화에 합의한 전교조가 지금 저렇게 공격받고 있는데, 거기서 합의하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나?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등 민주노총의 장기투쟁 사업장만 70개가 넘는다. 정부가 이런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교섭을 제안하나? 그렇게만 한다면 민주노총 위원장이 어딜 못 가겠나. 지금은 투쟁을 통해 여론을 만들어가는 방법 말고는 없다."

- 취임 후 4개월 동안 정부 쪽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나?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온 건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노사정위 상임위원 한 명이 개인적 볼일로 왔다가 인사차 찾아온 것 말고는 없다. 전화도 받은 적 없다. 연락 오면 만날 생각이 있다. 노동자들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굴 만나지 못하겠나."

"민주노총, 이제는 인물정치 안 한다"

-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에 이어 정부는 정당해산 청구까지 내놓았다.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과 함께 이석기 의원 그룹을 향한 비판도 없지 않다.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단하게 말해줄 수 있나?
"공안탄압규탄대책위에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사건을 해명하는 일은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당사자들이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정치적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통합진보당도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계파나 그룹의 결속력이 강하면 배타성이 강해진다. 결속력이 강하면서 다른 조직과 융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석기 의원과 그와 함께 하는 의견그룹은 결속력이 강하다. 대중정치,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문제로 진보진영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있는 것이다. 결속력만 강조될 때 집단의 광기가 폭력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폭력을 긍정적으로 볼 사람은 없다."

- 위원장 선거 당시 "민주노총 내 정치위원회를 복원해 진보정당운동을 평가하고 반성한 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치위원회 위원장 선임했고 연맹과 지역본부에 32개 정치위원장을 임원급으로 두고 있다.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정치위원회를 구성해 토론을 시작했다. 각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이전 정치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을 고민할 것이다. 공약에도 냈지만 정당정치 중심으로 선거정치 중심이 아니라 지역, 생활정치 중심으로 정치위원회가 자리매김해야 한다. 특히 진보진영이 분열된 상태에서 특정정당을 선택할 수 없다. 인물정치의 한계성을 실감했다.

표를 조직하고 선거자금을 걷고, 특정 인물을 지원하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런 인물이 민주노총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대리정치의 한계다. 민주노총은 노동중심 의제로 뭉치고 지역 중심으로 실천 구조를 가졌을 때 정치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당을 선택하고 그 당에 맞춰 활동을 하는 것은 진보정당 운동을 다시 시작해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그동안은 급했다. 의원을 국회에 들여보내야 했고 표를 모으는 것에 급급했다. 단기적 목표를 가지고 해왔다. 이제는 노동자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정치활동을 하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정치활동이 돼야 한다."

- 당선되면서 회의체계에 따른 공조직 강화를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을 주도해온 정파적 논리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였는데 현재까지 어떻게 평가하나?
"정파들이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파의 생각을 중심으로 대중사업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조직의 결정이 정파의 의견에 따라 수행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공조직 회의 구조에 권위가 부여되어야 한다. 단결의 핵심이다. 그런 취지로 공조직 중심으로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 여전히 민주노총은 강성노조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대중들과는 거리가 있다. 앞으로 대중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규직 중심의 운동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00만 비정규직화 조직을 위해 200억 기금 운동에 나섰다. 돈만 모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모으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내년도 미래전략위원회를 발족하고 내부 변화와 대중적 변화의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대중과 접촉공간을 늘리는 건 방식의 고민이다. 투쟁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다.

당장 사람이 죽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웃으면서 싸울 수 있는 일인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죽었는데, 그건 가능하지 않다. 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분노는,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그대로를 인정할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정규직 대공장 노동조합 요구를 중심으로 파업을 선택하거나 투쟁할 일은 없다. 지금도 민주노총의 대부분의 투쟁은 노조설립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다. 최저임금문제이나 연금과 같은 사회적 의제는 대중하고 접촉면을 확장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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