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의 유령, 한국 경제의 고혈을 짜내다
160억 로비, 미 의회에 집중한 까닭?
예속의 올가미와 사법 주권의 위기
노동의 고혈과 플랫폼 독점의 종착지
반미자주 투쟁만이 경제주권을 세울 수 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표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민국 국민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입점업체의 데이터를 가로채 제 배를 불린 혐의를 받는 기업을 두고, 미국 의회가 '마녀사냥' 운운하며 노골적인 내정간섭에 나선 거다.

델라웨어의 유령, 한국 경제의 고혈을 짜내다

쿠팡은 한국 소비자들의 돈과 노동자의 피땀으로 덩치를 키웠으나, 정작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있다. 조세피난처이자 규제의 사각지대인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쿠팡 인크(Coupang Inc.)'는 한국법인인 쿠팡 주식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실질적 주인이다. 12명의 이사진 중 한국인은 단 2명뿐이며, 나머지는 미국 국적의 외국인들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쿠팡은 본사가 미국에 있고, 이사진이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사법 주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한 방식은 전형적인 미국식 약탈 메커니즘을 따랐다. 쿠팡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그 결실을 고배당과 로열티, 경영자문료라는 이름으로 미국 본사로 빼돌렸다. 이는 단순한 자본 이동이 아니라, 노동력과 산업인프라를 수탈하는 것과 다름없는 '국부 유출'이다. 한국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며 거둬들인 수익이 우리 사회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제국의 금고로 직행하는 구조인 것이다.

160억 로비, 미 의회에 집중한 까닭?

이들이 동원하는 '방탄 로비'의 실체는 경악스럽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 이후 지난 5년간 미국 정가에 1,0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로비 자금을 쏟아부었다. 돈으로 제국의 칼날을 산 셈이다. 이들이 고용한 23명의 로비스트 군단은 면면부터 화려하다.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연준 이사 출신 케빈 워시, 백악관 선임비서관 출신 롭 포터 등 제국의 핵심 권력자들이 쿠팡의 '용병'으로 뛰고 있다.

이들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상·하원, 미 무역대표부(USTR)를 종횡무진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한국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미 의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미 FTA 위반"을 외치고,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 폭탄과 통상 보복을 거론하며 위협하는 형국은 일개 기업 로비가 어떻게 국가 주권을 죄는 올가미로 변질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미국 달러 자본은 자국 정치 권력을 앞세워 타국 법치를 무력화하고, 자신들의 약탈 행위를 ‘로비의 힘’으로 정당화한다.

예속의 올가미와 사법 주권의 위기

쿠팡의 미국 본사 주주들은 한국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대우(Article 11.5)' 의무 위반이라 주장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것이 바로 예속의 실체다. 한국이 겉으로는 주권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질로는 미국의 통상 압력과 불평등 조약 사슬에 묶여 자국 시장과 노동자를 보호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다.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를 우리가 수사하는 것조차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미국 기업이 우리 법을 비웃으며 미 의회 뒤로 숨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미 의회와 백악관이 한국 정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동의 고혈과 플랫폼 독점의 종착지

쿠팡이 자랑하는 '혁신'의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내몰아 노동권을 박탈하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과로사에 이르게 하는 잔혹한 수탈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새벽을 가르며 피땀 흘려 일하지만, 그 성장의 과실은 델라웨어를 거쳐 미국 금융자본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구조다.

쿠팡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 물류망과 데이터망을 독점함으로써 한국경제 신경망을 장악하려 한다. 독점은 곧 권력이다. 시장을 장악한 거대 자본은 가격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입점업체를 노예화하며, 노동자 생존권을 쥐고 흔든다. 그리고 그 권력 배후에는 언제나 미국의 정치·군사적 비호가 존재한다.

반미자주 투쟁만이 경제주권을 세울 수 있다

미국 달러 자본과 수직으로 일체화된 이 예속의 사슬을 끊어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 경제는 언제든 미국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양털 깎기'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쿠팡 사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과연 이 나라는 주권 국가인가, 아니면 미국 달러패권의 놀이터인가.

경제 자주권 없이는 민주주의도, 노동자의 삶도 지킬 수 없다. 달러패권 뒤에 숨어 한국의 법치를 조롱하는 쿠팡의 행태를 분쇄하는 것은 단순히 불법 기업 처벌을 넘어선 '주권 수호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