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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부추기는 아프가니스탄-미국 안보협약

갈등을 부추기는 아프가니스탄-미국 안보협약
 
 
 
이병진 교수
기사입력: 2013/11/27 [02:0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아프간에서 반미감정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자주민보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중인 미군의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하는 미군과 군무원들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아프가니스탄-미국 안보협약이 아프가니스탄의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1월 21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여러 부족장들의 원로들이 “대회의(Lova Jirga)"를 열었다. 2,500명의 원로들이 모인 이 회의에서는 원래 아프가니스탄-미국 안보협약을 승인할지 또는 거부할지를 놓고 회의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날 회의는 미국의 성토장이 되었다. 왜냐하면, 부족장 대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 날인 11월 20일에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사이에 안보협정 초안을 합의했기 때문이다(Reuters, 'Afghanistan, U.S. reach security accord', The Korea Herald, 2013년 11월 22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부족장원들을 무시하고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으려하자 부족장들이 항의하고 대중들의 항의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러자 하미르 카라자이(Hamid Karzai)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안보협정의 최종 서명을 내년 4월 이후에 그의 후임자가 최종서명 하도록 미루겠다며 성난 민심을 달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올해 안에 안보협정이 마무리 되지 않는다면 탈레반 소탕작전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카라자이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미국에 팔아넘겼다고 분노하는 부족원로들의 비난과 비판에 직면한 카라자이 대통령은 11월 21일 원로 대회의에서 변명을 하였다.

“나와 미국 사이에서 모든 것은 신뢰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좋은 신뢰가 없습니다. 나는 그들을(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그들도 나를 믿지 않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보아온 일입니다. 나는 그들과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적대하여 선동하고 있습니다.” (AP, "U.S., Afghanistan split on pact timetable", The Korea Herald, 20013년 11월 23일)

친미 기회주의자인 카르자이가 스스로를 반미투사였다고 자처하며 반미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민심이 얼마나 성난 반미감정으로 들끓고 있는지 느낄 수 있겠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 대중들이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는데 경기를 일으키며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미군의 ‘면책특권(legal immunity)'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미군의 ’야간 순찰대(Nights raids)'에 무참히 유린당해 왔다. 의심지역을 수색한다며 가정집에 난입해 부녀자들을 강간, 폭행하고 무참하게 사살하였다. 또한 무인폭격기를 활용하여 무고한 양민들을 살해하였다.

아프가니스탄 대중들은 지난 12년 동안 미군의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에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아오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군의 만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아프가니스탄의 원로들이 미국이 잘못을 인정하고 최소한 ‘사과편지’라도 발표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무장관 존 케리(John Kerry)는 지난 12년 동안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면서 행했던 실수나 민간인들의 희생에 대해서 전혀 사과할 생각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Reuters, 앞의 기사, 2013년 11월 22일) 그러면서 안보협약 서명을 내년으로 미루면 아프가니스탄에게 불이익이 있을 거라며 협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로들 사이에서도 미국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정권이 그들의 도움 없이는 탈레반의 위협 앞에서 온전히 지탱할 수 없을거라 보고 매우 불공평한 안보협정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민족성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제국주의자들도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하여 1838~1841년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하였다. 이것이 제1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다. 전쟁 초기에는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였지만 자주의식이 강한 대중들의 반란으로 1만 6천명의 영국군이 전멸하였다. 이 때 영국제국주의자들은 엄청난 혼란과 공포에 빠졌었다.

영국제국주의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외교사절단을 파견하여 지도자들을 매수하고 기회를 보다가 1878년 11월 아프가니스탄을 또 다시 침공하였다. 이것이 제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다. 영국제국주의자들은 ‘간다 마크(Gandamak)’ 조약을 맺고 아프가니스탄을 영국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영국제국주의자들은 제1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교훈삼아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무자비하게 통치하였는데, 이것은 아프가니스탄 대중들의 반란과 폭동을 더욱 확산시켰다. 결국 영국군 장교들이 무참히 살해되고 통제불능에 빠지자 영국제국주의자들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보면 지배계급은 외세에 쉽게 타협하였지만, 대중들의 ‘자주독립’ 의식은 매우 강하였다. 처음에는 외국 군대가 승리하는 듯 보였지만 나중에는 대중들의 강고한 투쟁과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여 도망치고 말았다. 외국 군대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철수하였다.

이런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미국이 안보협정만으로 미군의 만행이 면책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는 핍박받고 억압받을 때 불굴의 의지를 갖고 외국 군대를 격퇴시키고 패배시킨 전사들의 피가 흐르고 있다.

만약 미국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조차 거부하고 그들의 특권과 면책만을 강요하는 안보협정을 끝끝내 고집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미국을 친구가 아니라 과거 영국제국주의자들처럼 미국을 침략자로 보고 싸울 것이다.

미국은 영국제국주의자들이 제1차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제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당한 패배의 교훈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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