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쪽의 변화는 더 뚜렷하다. 리더 RM은 2020년 11월 한 미국 잡지 인터뷰에서 그래미가 미국 여정 전체의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상이 곧 마지막 인정이었다. 그랬던 이들이 6년 뒤에는 지역과 언어로 차별하지 말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히며 상 받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일곱 사람 모두 2019년부터 레코딩 아카데미의 투표 회원인데도 말이다. 이를 '당당함'이라고 밖에는 달리 부를 말이 없다.
그 당당함이 앨범 하나에 그대로 들어 있다.
<아리랑>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속사는 세계 각지의 작곡가들을 불러 모아 대규모 합숙 작업을 벌였고, 이것을 승부수로 꼽았다. 성덕대왕신종 타종 소리가 짧게 들어가 있고, 컴백 무대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물론 다 풀린 숙제는 아니다. BBC는 지난 4월 이들이 세계에 구애하려다 K팝에서 너무 멀어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영어가 너무 많이 쓰였다는 비판도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내세웠다면서 정작 곡을 만든 손은 상당수가 외국 사람들이었다.
이번 일이 알려진 뒤 팬들이 다시 차트 위로 밀어 올린 곡이 있다. 발매된 지 반년이 지난 <에일리언스>(Aliens)다. 서양에서 이방인을 낮잡아 부를 때 쓰는 말이고, 외계인이라는 뜻도 함께 있다. 그 말을 이들은 자기 이름으로 삼았다. 너희 눈에 우리가 그렇게 보인다면 그렇게 부르라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이 흠이 아니라 힘이라고, 그렇게 되돌려 주고 있다.
곡 안에는 우리 것이 그대로 굴러다닌다. 판소리 장단인 중모리가 트랩 비트 위에 얹히고, 알파벳 대신 한글 자모의 처음과 끝이 세상의 기준처럼 놓인다. 내 집에 오려거든 신발을 벗으라는 대목도 있다. 신을 신은 채 집 안을 오가는 서양 사람들에게, 들어오려면 한국의 법도를 지키라는 말이다.
그리고 김구 선생을 호출한다. 궂은 일이 도리어 큰 복이 된다는 옛말을 앞세운 뒤다.
"흉즉대길
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
영어는 또 나밖에 못 해 but that is how we kill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
김구 선생이 바라던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였다. 그 소원을 증손자뻘 되는 청년들이 랩으로 녹여냈다. 영어가 서툰 것을 두고는, 그래서 오히려 시장을 휘어잡았다고 받아친다. 동양인의 작은 눈을 놀리던 시선은, 저쪽 눈이 크다는 말로 되돌려 준다. 어디에도 주눅 든 구석이 없다.
가사를 온전히 알아듣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노래는 세계 곳곳에서 불린다. 한국 것을 덜어내지 않고도 통한다는 뜻이다.
탁월함은 비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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