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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전쟁 장기화에 '기여'할 우려는 없는가?

[정욱식의 진짜안보] '동맹국 기여' 파병이 종전 노력에 '찬물' 될 수도

26.09.05 11:46최종 업데이트 26.09.05 11:46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압력을 받고는 호르무즈 파병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번 달 내에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정부 내에서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전까지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화되고 우리 장병의 안전이 보장된 이후에 파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종전 이후에나 파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최근 연이어서 "한국이 우리를 돕고 있지 않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자,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에도 불구하고 파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동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침공에서 비롯되었고 우리 헌법은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국제법과 헌법 정신을 저버리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상당한 진통이 예견되는 까닭이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이 현명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제한적인 공습 재개와 확전 위협으로 이란의 굴복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물가 급등과 리알화 폭락, 그리고 생필품 부족으로 극심한 경제적 고통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란은 경제 제재에 대비책을 세워왔다며 결사항전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탄약고가 빠르게 고갈된 미국이 장기전을 치를 여력이 여의치 않고, 유가 급등과 전쟁비용 폭등으로 트럼프의 지지율에 급락하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파병, 종전 멀어지고 사태 장기화할 가능성 커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과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천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2026.9.4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렇듯 미국-이란 사태는 '경제전'의 양상이 짙어지면서 '확전 위험'과 '협상 교착'이 맞물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하면, 종전은 멀어지고 사태의 장기화와 확전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하면, 미국의 파병 요구에 최초로 응하는 사례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심대하다. 미국은 '동맹국의 기여가 시작됐다'며, 이란과 타협하기보다는 이란을 더욱 옥죄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가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에 반해 이란은 6월에 이뤄진 잠정적인 종전 합의로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내면서 협상 재개에 나설 뜻도 내비치고 있다. 파키스탄, 카타르, 오만 등 중재국들도 외교적 출구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의 파병 결정이 협상 재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파병은 이란과의 관계에 파탄과 함께 보복 조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파병 결정이 이란의 '비국가 동맹'인 후티에게 추가적인 개입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호르무즈 사태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확대되면서 국제 에너지 공급망이 더욱 위태로워지고 만다. 특히 파병 목적이 '상선 보호에 있다'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국 선박이 이란 및 후티의 표적이 될 우려도 커진다.

이렇듯 한국의 파병 결정은 종전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가 아니라 사태의 장기화와 확대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국회 동의 여부가 불확실하고 파병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파병까지는 3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는 순간,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파병 검토'만으로도 외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상기한 문제들이 파병 동의안을 보내는 순간부터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고민의 핵심을 '파병 여부'에서 '종전 기여'로 되돌려야 할 때이다. 이러한 선택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에 기여하면서 우리의 안전과 이익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최근에 쓴 책으로 <자주국방의 가성비>가 있습니다.

#호르무즈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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