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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재활용 안 할 거야? 자본주의적 쓰레기 처리법

[2026 공동리포트 - 세계의 쓰레기] 쓰레기 수출하던 호주의 반전

26.09.15 07:25최종 업데이트 26.09.15 07:25

세계 주요 도시의 쓰레기 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을 취재하여 각국의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와 시민 부담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과 시사점을 모색한다.[편집자말]

한국의 쓰레기 배출 현장은 정교함과 시민 노동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시민들은 지자체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페트병 라벨을 떼어내며, 플라스틱·캔·유리·종이·비닐류 등을 분리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전용 수거함이나 종량제 봉투로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호주에는 도덕적 의무나 정밀한 시민 노동이 없다. 종량제 봉투도, 번거로운 재활용품 분류도 필요 없다. 지방정부별로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 모든 쓰레기는 한꺼번에 빨간색 아니면 노란색 쓰레기통에 쏟아붓고, 청소차 운전기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계 팔로 그 쓰레기통을 비운다.

"이렇게 대충 막 버려도 정말 괜찮은 거야?" 싶을 정도로 쓰레기 버리기에 무심한 호주,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까?

호주 주택가에서 수거를 기다리는 휠리빈이대원

호주 주택가 골목에는 집집마다 2~3개씩 늘어선 바퀴 달린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통, 일명 '휠리빈'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 폐기물 행정은 종량제 봉투 판매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지방세에 '폐기물 처리 부과금'을 포함하는 정액형 모델이다. 주택 소유자는 연간 약 300~600호주달러(29~59만 원) 수준의 폐기물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지자체로부터 120L 또는 240L 규격의 표준 휠리빈을 무상 대여받는다.

특히 재활용 배출의 핵심은 '단일 투입 혼합 수거' 체계다. 시민들은 플라스틱, 캔, 유리, 종이를 별도로 분류하거나 묶지 않고 하나의 통에 한꺼번에 던져 넣는다. 비닐봉지에 담아 묶지 않고 낱개로 넣는 규칙만 지키면 된다.

수거 과정 역시 고임금 구조에 맞춤화된 1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 운전기사 한 명이 탑승한 트럭은 차내 조이스틱을 조작해 로봇 팔로 휠리빈을 들어 올려 트럭 적재함에 비운 후 원위치에 내려놓는다. 수거 인력의 차상 작업과 직접 상차를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 및 자상 사고를 크게 줄이고 수거 속도와 인건비 효율을 극대화한 구조다.

청정 환경국의 숨겨진 민낯

녹색 뚜껑이 달린 쓰레기통에는 나뭇가지, 잔디 깎은 풀, 낙엽, 주방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간다.이대원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면 기계 팔이 빠르게 수거해 가지만, 이 편리한 시스템의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모순이 숨겨져 있다. 배출 단계에서 혼합 수거된 폐기물은 수거 차량의 압축과 하차 과정에서 유리병이 깨져 미세 파편이 종이와 플라스틱 표면에 박히고, 용기 내 잔여 음식물이 침투하면서 오염도가 5~15%에 달한다. 선별장으로 반입된 폐기물 중 최대 20~30%는 재활용하지 못하고 잔재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호주가 '깨끗한 청정국'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비용이 소요되는 정밀 선별과 세척 공정 대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처리 공정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2018년 이전까지 호주는 연간 약 125만 톤 이상의 폐플라스틱, 폐지, 혼합 폐기물을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하지만 2018년 호주의 취약한 쓰레기 처리 모델이 한순간에 붕괴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오염도 0.5%를 초과하는 비가공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셔널 소드' 정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오염도가 5~15%에 달한 호주산 재활용품이 중국 항만에서 반송되었다. 수출 판로가 차단되자 호주 전역의 물류 창고와 적환장은 쓰레기 더미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갈 곳을 잃은 재활용품 수십만 톤이 일반 매립지로 직행했다. 2019년에는 빅토리아주의 대형 폐기물 선별 기업이 막대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수십 개 지자체의 재활용 처리 체계가 마비돼 사상 초유의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다.

위기에 직면한 호주 정부는 2020년 '재활용 및 폐기물 감축법'을 제정하여 미처리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혼합 폐지의 해외 수출을 단계적으로 법적 금지했다. 미처리 폐기물을 해외에 떠넘기지 않고 국내 처리 역량을 확대한다는 국가적 원칙이 강제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관련 산업계와 공동으로 약 10억 호주 달러(9900억 원) 규모의 재생 현대화 기금을 조성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혁신에 착수했다. 근적외선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반 다중 광학 선별기를 도입해 플라스틱 재질(PET, HDPE, PP)에 따라 분리하고, 2차 유리 파쇄 라인을 구축하여 파쇄 유리를 도로포장용 골재나 건설 자재로 전환하는 등 선별 시설의 첨단 자동화를 가속화했다.

매립장 포화 위기와 소각 발전

호주 회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 통이대원

수출길이 차단되고 국내 폐기물 처리가 의무화되면서 호주는 심각한 매립지 포화 위기에 직면했다.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대도시권은 인구 밀집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인해 추가 매립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는 전통적인 단순 매립 방식을 폐기하고 가격 통제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자원순환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선 매립장 반입 폐기물에 대해 일부 대도시권에서는 톤당 170호주달러(16만 8000원)를 웃도는 높은 매립세를 부과했다. 매립 비용을 재활용 선별 비용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함으로써, 민간 업체들이 매립을 피하고 자원 회수 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시장 상황을 강제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묻기만 하던 관행을 탈피해 서호주를 시작으로 유럽식 첨단 폐기물 에너지화 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잔재 폐기물을 고온 소각해 전력과 산업용 증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매립지 부피를 차지하던 건설·철거 폐기물과 파쇄 유리 처리를 위해 공공 도로 공사 입찰자가 재생·재사용 자재 사용을 최적화할 방안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무거운 폐자재가 매립지로만 유입되지 않고 토목 원자재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수요 생태계를 구축했다.

서호주에 위치한 크위나나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연간 약 40만~46만 톤의 잔재 폐기물을 고온 소각하여 약 5만 5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ACCIONA

호주만의 자원순환 모델

수출길이 막힌 후 뒤늦게 자원순환 개혁에 뛰어든 호주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독창적이다. 시민의 도덕적 양심이나 무보수 분리 노동에 호소하는 대신, 철저한 '금전적 보상 체계'와 '민간 기술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순환 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캔이나 페트병을 회수기에 넣으면 개당 10센트를 돌려주는 용기 보증금제가 있다. 이는 노란색 혼합 휠리빈의 한계를 극복한 핵심 장치로, 재활용 센터로 수거되는 캔이나 페트병 중 이물질 혼입 없는 단일 재질 용기 비율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매립지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음식물 쓰레기는 생분해성 봉투에 담아 유기물 수거통에 배출하면 고온 발효 과정을 거쳐 친환경 퇴비로 자원화하기도 한다.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가전제품(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은 대형 쓰레기는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무료 수거하여 처리한다.

호주 회사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담기 위해 사용하는 생분해성 규격 봉투이대원

1인당 연간 약 27kg의 섬유류를 소비하고 이 중 약 23kg을 폐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패션 소비국인 호주는 패션 분야에도 혁신적인 재활용 기술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헌 옷이 매립지로 향했으나, 최근에는 디지털 역물류 및 첨단 재활용 스타트업들과 결합해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폐섬유를 이용해 방음 패널, 단열재, 포장 완충재를 만들기도 하고, 폴리에스터 원료를 추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호주는 쓰레기 처리에 있어 철저히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기술'의 힘에 기댄다. 매립지엔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 재활용을 안 할 수 없게 만들고 그 돈으로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해 기계가 알아서 척척 분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토록 차가운 자본주의와 뜨거운 기술이 결합한 호주의 순환 경제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쓰레기 외주화라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구축한 호주의 치밀한 생존 전략이 과연 어떤 결실을 볼지 궁금하다.

#호주 #쓰레기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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