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나 받는 부패한 정치인들이 조직 범죄집단과 결탁해서 치안이 더 불안정해지고 범죄가 증가했다'는 논리다. 이것은 브라질 사회의 고질적인 마약, 살인 범죄와 갱단의 총격 사건 등에 불안감을 느껴온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플라비오는 이번에 강간범 화학적 거세, 초대형 교도소 5곳 신설 등의 초강경 치안 강화 공약을 내걸고 인기를 모았다.
대선을 앞두고 터진 '마스터-보르카루' 부패 스캔들도 극우에게 아주 좋은 카드가 됐다. 사기꾼 금융업자인 보르카루가 배임과 분식회계를 저지르며 마스터 은행을 인수하고 추악한 로비를 통해 대규모 공공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의심받는 이 사건에는 수많은 정치인, 법조인들이 의혹 대상으로 등장한다. 우파 인사들이 상당수이지만 룰라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린 모라이스 대법관도 있었다.
극우는 이것을 연결 고리로 이용해서 마치 룰라와 노동자당이 '마스터-보르카루' 스캔들의 몸통인 것처럼 선동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어차피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큰 정치적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는 보우소나르 가문과 극우야말로 온갖 부패와 뇌물 범죄들로 이어지는 권력 네트워크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
하지만 그들이 거꾸로 룰라를 '부패'로 몰아가다가, 이제 권력을 잡게 되는 상황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룰라 정부를 왼쪽에서 비판하며 더 강력한 개혁을 주장한 급진좌파 후보들은 이번에 다 합쳐도 0.2%밖에 득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플라비오보다 더 극우적인 후보까지 포함한 나머지 우파 대선 후보들은 다 합쳐서 7%가 넘는 득표를 했다.
주지사와 상원/하원 투표 결과까지 보면 우파 후보들의 득표와 당선자 수가 진보좌파 후보들의 득표나 당선자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나마 독자적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극우에 맞서서 룰라를 비판적으로 지지한 '사회주의해방당'(PSOL)이 하원 선거에서 약 5%를 득표해 14석이라는 다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룰라의 온건하고 타협적인 노선이 패배를 낳았고, 노동자당과 선을 긋는 독자적 좌파정당이 필요하다'는 단순하고 도식적인 평가로는 지금 브라질 정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브라질 대선에서 섬뜩한 것은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점에 있다. 원래 한국과 브라질의 역사와 정치는 공통점이 많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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