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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흰뺨검둥오리 8마리의 설레고 겁나던 첫 비행

고아 흰뺨검둥오리 8마리의 설레고 겁나던 첫 비행

김봉균 2014. 08. 28
조회수 652 추천수 0
 

어미 잃고 헤매던 새끼 흰뺨검둥오리 8마리 마침내 자연으로

제각기 다른 사연에 고아, 방행하니 한 식구처럼 붙어다녀


du7.jpg» 8마리의 흰뺨검둥오리들. 어미를 잃은 사연이 비슷한 이들이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역경을 이겨내길 빌겠습니다. 여러분도 응원해주실 거죠?
 
  
가을이 다가오면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분주해집니다. 농부가 가을걷이를 하듯, 여름 내내 우리와 지냈던 어린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흰뺨검둥오리 8마리 이야기입니다. 올해 태어나 보송보송한 솜털에 뒤덮인 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되었던 오리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du1.jpg» 구조 당시의 모습입니다.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장에서 발견되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흰뺨검둥오리 중에는 공사장에서 발견되어 어미와 생이별을 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친구들도 있고, 어미를 잃어 떠돌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각각 이런저런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어서 그런지 계류하는 동안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때문에 야생에 돌아가서도 함께 생활할 수 있게끔 모두 같은 장소에 방생해주기로 했습니다.

 

 

방생에 앞서 신체적, 정신적(사람에 대한 적응 등) 건강상태를 검사했습니다.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람에 대한 경계 반응도 뚜렷했습니다. 
 
동물의 상태가 괜찮다면 방생할 장소를 물색해야 합니다. 보통은 구조되었던 장소 부근에 방생하는 게 생존확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흰뺨검둥오리들은 너무 어릴 때 들어와 구조한 위치에 방생을 해주는 것보다는 흰뺨검둥오리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새로이 찾아주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 판단했습니다.
 

du2.jpg» 흰뺨검둥오리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곳의 위성지도입니다. 많은 오리과, 백로과 조류들이 발견되는 지역이니만큼 흰뺨검둥오리들이 적응하고 살아가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방생 장소에 도착해 흰뺨검둥오리들을 풀어주었습니다. 그토록 바랐을 자연의 모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일까요? 깜깜했던 이송 상자에서 나온 흰뺨검둥오리들은 주변 환경을 살피느라 분주합니다.
 
du3.jpg»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피느라 분주한 흰뺨검둥오리들의 모습입니다. 
 

흰뺨검둥오리들이 자신들을 품어줄 강으로 가 조심스럽게 물에 몸을 띄웁니다.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떼는 것도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그도 그럴것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채로 구조되어 그동안 사방이 철망과 벽으로 둘러싸인 계류장에 머물렀으니 넓디넓은 야생이 낯설 만도 하겠지요. 아직은 이 넓은 강이 두렵고 낯설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주 잠시뿐일 겁니다. 원래 이 친구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것뿐이니까요.

 

 

 

 
흰뺨검둥오리 8마리의 방생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한 번에 4마리씩 방생했고 중간에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리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서로를 부르고 찾아 다시 모였습니다. 
 
du4.jpg»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자연으로 돌아가서도 모두가 함께합니다. 
 
강에서 수영을 즐기던 흰뺨검둥오리들이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땅을 느껴보았고, 강을 느껴보았다면 이제는 하늘을 느껴볼 차례입니다. 힘차게 날아오른 흰뺨검둥오리들은 서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주변을 돌며 비행을 선보였습니다.
 
du5.jpg

 

du6.jpg» 힘차게 날아오른 흰뺨검둥오리들이 멋진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서도 훌륭하게 살아나갈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더욱 커지는 순간입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흰뺨검둥오리들은 그동안 돌봐주었던 재활사들의 주변을 빙빙 돌다가 사라졌습니다. 비슷한 사연을 품었고 힘들었을 오랜 시간을 함께 견뎌낸 만큼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면서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잘 살아라.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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