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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AIIB, 한국은 미중(美中) 사이를 헤쳐갈 수 있을까

[고승우 칼럼] 사드·AIIB, 한국은 미중(美中) 사이를 헤쳐갈 수 있을까

 

한국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의 창립 회원국 가입 문제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두 개의 제안 수락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두 문제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따라 중장기적인 동북아 군사, 경제구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 두 초강대국이 한반도를 무대로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한반도 평화통일 추진 등과 직결된 중대 사안에 대해 한국이 모두가 ‘윈윈’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하는 미국, 강력 반대하는 중국

한국 정부는 사드 문제를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는 형식 등으로 고민하는 중이고, AIIB 창립 회원국 가입 여부는 이달중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15일 정책조정협의회를 갖고 최근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지만, 청와대는 공론화 자체를 반대하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 러시아가 여러 방법으로 반대의 뜻을 밝혀, 아시아의 신냉전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미 두 나라가 공식적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주한미군사령부가 부지 조사를 이미 마쳤다고 밝혀 논란의 수위를 급상승시키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관련 발표는 한국 정부의 고민을 배려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돌발적인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이후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주한미군의 발표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절차를 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음 달 중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의 방한이 예정돼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미국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

주한미군이 사드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 큰 충격을 주는 태도를 취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중 ‘미국은 자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비(配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한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 군사력을 한국 영토와 주변에 배치할 수 있고 이는 사드에 대해서도 해당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주한미군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수조 원대의 비용이 드는 사드를 포함시켜 미국 공군 대형 수송기로 수송할 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고 연합뉴스가 15일 보도하면서 간접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사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만 결정치 않았지 주한미군에 이를 배치한다는 원칙은 이미 확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사드의 한국 배치가 매우 긴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레이더가 반경 4000킬로미터까지 탐지가 가능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 실크로드’ AIIB 놓고 미영 간에도 ‘갈등’

한편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거점으로 현대판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이다이이루’(一帶一路) 구상 실현을 위해 추진 중인 AIIB에 한국이 가입할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영국의 AIIB 가입 결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등 견제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한국 정부를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백악관은 영국이 최근 G7(주요 7개국) 국가로는 처음으로 AIIB에 참여하기로 하자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서 “영국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자본금으로 출범시킬 AIIB 설립은 세계은행 등 서방이 주도하는 기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다른 우방들에 AIIB에 합류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AIIB 창립 회원국은 현재 중국을 포함해 모두 26개국으로 인도네시아, 몰디브,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 등이 참가할 뜻을 밝힌 상태다.

중국은 한국이 AIIB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이달 말까지 참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아직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잇따라 방한하면서 사드와 AIID 등을 둘러싼 논의가 서울에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한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반대하는 미국의 안보관련 요구를 받고 있는데 그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외교전에서 중요한 해법의 하나는 모두가 윈윈하는 자주성의 원칙을 강조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탁월한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라는 처량한 신세가 될 지, 양쪽의 풀을 뜯는 소가 될 지가 판가름 날 중차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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