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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은 북핵, 남·북 군사력 비교는 인용

분석: 헤리티지 보고서 ‘2015 Index of U.S. Military Strength’

이규정 2015. 04. 10
조회수 97 추천수 0
 

  지난 3월 국내 언론은 ‘남·북 군사력 격차가  2:11’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미국의 손꼽히는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내린 남·북한 군사력 비교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헤리티지 재단은 ‘2:11’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다. 또 ‘2:11’이라는 사실도 새로운 게 아니다. 군사력 비교를 위해 인용한 자료는 2012년 한국 국방백서 영문판에 딸린 부록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South Korea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2012 Defense White Paper, p353) 보고서 전체를 봐도 남·북한 군사력 비교 대목은 큰 비중이 없다. 330쪽 분량의 보고서의 제목은 ‘2015년 미국 군사력 지수’(2015 Index of U.S. Military Strength)다. 남·북한 관련 내용은 10쪽도 되지 않는다. 그건 보고서의 부제가 ‘일반적인 국방(정책)을 수립하는데 요구되는  미국의 능력 평가’(Assessing America’s Ability to Provide for the Common Defense)‘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군사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초점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직면한 군사적 위협요소다. 보고서는 이를 6가지로 꼽았는데 그 중에 북한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보는 북한의 위협은 미국에 대한 위협이다. 당연히 남·북 군사력 비교는 초점이 아니다. 북한의 경우 핵무기 개발능력과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투사능력이 평가대상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쪽 싱크탱크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규정하며 이른바 '스타 워즈(Star Wars), 궤도 탄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 방위 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계획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방부 자료 보고 어이없다는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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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력 비교 2015 Index of U.S. Military Strength, ⓒHeritage Foundation

 

  헤리티지 보고서 발간 이틀 뒤 한국 국방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월26일 남·북한 군사력이 2:11 수준이라고 이 보고서가 평가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가령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가 있는 집에 옛날에 쓰던 석유곤로가 있다면 이것을 음식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와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군은 오래된 것(무기들)은 운영비가 많이 들고 실질적인 전투력은 발휘하지 못해 빨리 빨리 폐기하지만 북한은 재래식 전투력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며 "전투력을 비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래된 무기까지 단순숫자만 비교하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분석이어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국방부 대변인이 이 비판은 적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헤리티지 재단이 오히려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헤리티지 재단이 인용한 남·북 군사력 수준의 원자료 즉, 그 자료의 출처는 다름아닌 2012년 국방백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근거로 헤리티지 재단이 남·북 군사력이 2:11로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도 아니다.
  국방백서는 부록3에 연례적으로 남·북 군사력 비교 도표를 담아왔다. 2012년 국방백서 남·북 군사력비교 도표에 따르면 남한이 북한에 비해 우세한 건 장갑차, 헬기 보유대수 뿐이다. 나머지 11개 항목에서는 북한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11개 부문은 현역병, 예비군, 전차, 대포, 로켓발사대, 지대지 미사일 발사대, 전투함, 상륙함정, 잠수함, 전투기, 수송기다. 한국 국방부가 올해 1월6일 발간한 2014년 국방백서의 숫자를 대입해 봐도 한국이 북한에 2:11로 뒤진다는 구도는 변하지 않는다. 세부적으로 보면 오히려 북한군이 수적으로 더 늘어난 분야가 많다. 북한군 탱크는 100대, 장갑차는 300대, 전투함정은 10척 늘었다. 반면에 대포와 지대지유도무기는 각각 300기, 30기씩 남한군이 늘었다.
  한국 국방부는 1968년 처음 국방백서를 발간하고 그 후 20년간 국방백서를 발간하지 않다가 1988년부터 발간해왔다. 한국이 북한에 앞서는 건 장갑차와 헬기뿐인데 2000년 이전까지는 북한군의 헬기가 집계되지 않았고 2000년부터 헬기가 집계되었다. 그래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국방백서 남·북 군사력 비교는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거의 14년 내내 2:11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국방백서는 이 숫자의 한계를 인정하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질적 평가 표현이 제한되므로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양적평가를 실시한 결과”라는 것이다. 간단하게나마 질적 평가를 겻들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남한군의 육·해·공군의 대표적인 무기체계를 살펴보자.
먼저 전투기 부문이다. 남한은 460대를 보유해 820대를 보유한 북한의 절반 수준으로 추계됐다. 하지만 성능 면에서 한국 공군력은 북한 공군력과 비교할 수 없다. 남한 공군은 제4세대 전투기인 F-16, F-15K를 200여 대 보유하고 있다. 반면 북한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는 Mig-29 한 기종으로 대수는 40대 미만으로 추정될 뿐이다. 820대에는 심지어 한국전쟁 때 쓰였던 Yak-18도 포함되어 있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전투기를 도입한 적이 없다.
  남한군의 주력 전차 K-1 시리즈는 3세대 전차로 북한의 주력 전차 천마호와 비교하기 어려운 전차다. K-1은 레이저 조준기, 열영상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 야간교전을 할 수 있으며 정밀한 디지털 탄도계산 컴퓨터를 활용해 이동 중 사격 명중률을 높였다. 반면 북한의 주력 전차 천마호는 3세대라고 보기도 어렵다. 천마호는 소련의 2세대 전차 T-62 전차를 개조해 성능을 강화해 온 것이다.
해군은 톤수가 클수록 전투력이 강하다. 일단 북한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배 중 가장 큰 배가 1,500톤 급이다. 남한은 1만9,000톤급 경항공모함인 독도함을 갖고 있다. 남한은 5,000 톤급 이상 구축함을 9척 보유하고 있다. 그 중 3척이 1만 톤급인 이지스함이다. 또 4,000톤급 구축함 3척을 포함해서, 무게가 1,000톤이 넘는 군함이 40척이 넘는다. 반면 북한은 250여척이 50톤 미만 어뢰정이며 1,000톤급을 넘는 선박은 4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통은 북핵, 남·북 군사력 비교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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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2015 Index of U.S. Military Strength, ⓒHeritage Foundation
  
  크게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이 직면한 6대 위협을 선정하고 그 내용을 서술한 뒤 능력(capability)과 행위(behavior)를 각각 나눠 평가하고 종합평가를 내렸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6대 위협 가운데 하나다. 북한과 함께 미국에 대한 위협 요소로 지목된 대상은 중국, 러시아, 이란, 중동 테러리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테러리즘이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종합평가로 미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위협(Threat to U.S. Vital Intrerests) 평가를 내렸다.
  우선 종합평가를 보자. 미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위협 평가에서는 러시아와 중국만이 4번째 단계인 높은(high) 위협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북한을 포함한 4대 위협은 3번째 단계인 증가된(elevated) 위협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6대 위협의 능력(capability) 평가를 보면 북한은 3번째 단계인 ‘가능한’ 전력(capable)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3대 위협인 이란과 중동 테러리즘은 그보다 아래 단계인 2번째 단계 열망하는(aspirational)로 분류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보다 한 단계 위 4번째 단계인 ‘결집하는’(gathering)으로 평가됐다.
  6대 위협의 행위(behavior)에 대해서는 헤리티지 재단은 동일한 점수를 매겼다. 5단계로 설정된 위협 행위(behavior of threats) 지수평가를 보면 북한을 포함해 6개 위협대상에 모두가 최고단계 적대적(hostile) 단계보다 하나 아래인 공격적(aggressive)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북한 군사력 부문에서는 예상대로 핵무기 전력이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이를 중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미국 대륙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또 북한이 핵탄두 10개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탄도 미사일 사정거리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보고서가 무엇을 근거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핵탄두수 10개로 평가했는지는 불확실하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국무부, 미국과학자연맹(FAS), 무기통제국제연대(arms control.org) 등을 출처로 명시했다. 무기통제 국제연대 자료를 보면 북한 핵탄두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핵무기: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 한 번에 보기’(Nuclear Weapons: Who Has What at a Glance)에는 “북한이 6~8개 핵탄두를 만들기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라며 “고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갖고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라고 서술했다.
  또 헤리티지 재단은 북한이 현재 800기 단거리용 스커드 미사일, 중거리용 노동 미사일 300기, 그리고 이전보다 사정거리가 길어진 무수단 미사일 50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헤리티지 재단은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심각한 핵운반수단을 만들었으나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은 마스터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북한이 소형화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기자회견 발언을 언급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평가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보여줬듯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진정한 위협(real threat)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다음 문단은 정반대 내용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낡은 무기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평양은 비대칭전력을 강화해왔다”라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비대칭전력 즉, 특수군, 장사정포 그리고 미사일이 위협이다. 특히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은 남한의 대다수 주요시설을 겨냥하고 있다”라며 북한의 비대칭 전력의 위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한 헤리티지 재단의 평가는 냉정하고 핵심을 지적한다.  “지정학적 전략을 위해 다른 국가들도 핵무기에 기대고 있다. 이를테면 북한은 북한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남한의 대응을 제한하고 남한을 압박하기 위해 이를 ‘이용한다’(use)”

 

이규정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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